글로벌 금융위기로 외환위기 후 ‘최대 위기’라는 기축년을 어렵사리 보내고 경인(庚寅)년 새해를 맞이했다. 특별히 불상사가 많았고 불의의 사건사고로 다사다난했던 2009년에 재한중국동포들은 ‘불법체류 단속’과 급변하는 환율변화에 전전긍긍했고, 경제위기 속에서 대북정책과 중국동포정책의 기틀을 마련했던 두 분 대통령을 잇달아 떠나보내는 슬픔도 겪었다. 경인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기축년의 ‘득·실’을 따져보고, 동포사회의 새로운 변화와 동포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현재 한국에는 방문취업제 입국자와 국적취득 및 귀화대기자, 재한조선족유학생과 불법체류동포까지 포함해 45~50만 재한조선족동포사회가 형성되어 있다. 최근 재한동포단체들이 육속 설립되면서 이들 단체들은 각종 동포교육사업과 다종다양한 문화행사 및 유익한 봉사활동을 전개하여 재한동포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고, 동포들에 대한 이미지 갱신과 함께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두었다. 특히 ‘일일찻집불우이웃돕기’와 ‘길거리깔끔이봉사단’의 헌신적인 공익활동은 지역사회 동포이미지를 높여주었고, 당지 한국인들의 찬사와 긍정을 받고 있다.
지난 1년 한국정부의 인가와 재정지원을 받는 동포단체들의 눈부신 활약으로 재한동포단체의 성장 및 역할이 정부의 인정을 받았다. 동포단체들은 동포노래자랑·체육경기·동향친목회·송년모임 등 다양한 활동을 조직하여 동포들의 호응을 받으면서 점차 동포사회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또한 동북아신문·중국동포타운신문·한민족신문·한국판 흑룡강신문 등 재한동포언론들은 동포사회 대변지로 거듭나고 있다. 이들 언론은 동포들의 권익신장과 인권보호를 주요과제로, 법무부 등 관련부처에 동포정책을 적극 제안하는 등 동포들의 후견인 역할을 담당했다.
참여정부의 방문취업제 실시 이후 중국동포들의 합법적 고국방문과 취업이 가능했지만 MB정부가 집권한 후 동포정책은 별 진전이 없었으며, 언론·정치권이 재외국민 참정권 문제에 집착하면서 동포들의 체류자격과 취업규제 및 가족초청 제한은 더욱 강화되었다. 정부는 불법고용근절 캠페인을 실시하면서 불법체류자 단속과 건축업 등 불법취업 단속을 강화했고, 불법체류자의 경우 단속되면 강제추방당하고 재입국이 엄격히 제한된다. 얼마 전 한국정부가 재외동포(F-4) 자격부여 대상 확대정책을 시행하면서 중국동포들의 보편적 환영을 받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중국인의 ‘불치병’ 마장도박이 중국동포들에 의해 고국에서 성행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1년 마작도박 행위로 단속된 중국동포는 215명, 그중 18명은 불법체류자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인계되었다. 경찰에 따르면, 중국동포 밀집지역인 서울 대림동·가리봉동 일대에는 중국동포활동실 간판을 내걸고 운영되는 마작방이 적지 않다. 최근 들어 동포여성들이 마사지업소에 취업했다가 법무부단속반에 입건되어 추방당하는 사례가 속출하였고, MBN뉴스는 중국동포여성을 고용해 주택가 성매매를 알선한 일당이 경찰에 검거되었다고 보도했다.
한편 2009년에도 동포들의 사망사고가 잇따랐다. 2007년 2월 여수 출입국관리소 화재에서 10명의 중국동포와 외국인노동자가 사망했고, 2008년 1월 이천 냉동창고 화재참사에서는 중국동포 10여 명이 숨졌다. 2009년 초 ‘묻지만 범죄’ 행각으로 서울의 모 고시원에서 생활하던 3명의 동포여성이 비명횡사했다. 2009년 봄에는 노래방도우미로 불법취업한 중국동포여성이 불행히 사이코패스의 목표가 되어 목숨을 잃었다. 범죄 사각지대에 놓인 중국동포들은 ‘직업 선택’과 안전에 심중을 기해야 한다. 돈 버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생명안전이기 때문이다.
지난 한해 중국동포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이며, 경제위기로 인한 한(원)화가치의 급속한 하락은 동포들의 ‘노동 가치’를 반감시켰다. 게다가 동포들이 내국인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잘못된 인식하에 정부의 불법체류·불법취업 단속이 강화되었고, 중소기업의 부도가 증가됨에 따라 취업의 문은 더욱 좁혀졌다. 일부 동포들은 환율변화와 실업 등으로 절망하여 도박판에 빠져들었고, 심지어 불법 다단계판매에 참여해 본전까지 잃고 범죄의 길에 빠져들기도 했다. 물론 대다수 동포들은 아껴먹고 절약하면서 열심히 일해 부를 축적하고 있다.
요컨대 2009년 재한동포단체들의 성장과 활약 및 동포언론의 동포 권익대변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이 ‘득’이라면, 금융위기로 인한 취직의 어려움과 환율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 및 불의의 사건사고들은 ‘실’로 볼 수 있다. 희망컨대 경인년 새해에는 동포들이 불법취업은 삼가고 합법적 취업으로 안전에 주의하면서 호랑이의 용기와 지혜를 빌어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넘기고, 부지런한 노동과 근검한 생활로 ‘코리안 드림’을 하루빨리 이루기를 삼가 기원한다.
- 2010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