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출입국심사대 앞에서 바짝 긴장했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여권과 얼굴을 번갈아 보는 공항 직원들 눈빛에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괜히 겁을 먹고, 혹시 뭐가 잘못되지 않았을까 불안해하기도 하지요. 누가 대신 좀 해줬으면 좋겠다 싶은 출입국 심사! 하지만 이것은 외부로부터 내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과정입니다. 출입국 심사는 불순한 목적으로 출입국 하려는 국제 범죄자나 불법체류자 등으로부터 내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습니다.
여권을 위·변조하는 자는 더 진짜처럼 꾸미고, 그것을 밝히려는 자는 더 치밀하게 연구합니다. 위조지폐만큼이나 심각하고 반드시 근절돼야 하는 범죄, 여권 위·변조. 범죄자들과 피 말리는 두뇌싸움을 하고 있는 출입국관리사무소 감식과 직원들이 교묘한 여권위조의 실태를 밝힙니다.
사진교체 수법은 이제는 통하지 않는 고전적 위조사례입니다. 여권 뒷면을 살짝 오려내고 사진만 교체하면, 얼굴은 내 얼굴이요, 인적사항은 합법입국이 가능한 남의 것이니, 이보다 간단한 위조법도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국가들이 사진전사식 여권(여권에 사진을 바로 인쇄)을 발급하면서 이 수법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이스라엘, 스페인, 터키 등 일부국가에서는 여전히 사진부착식 여권(인화된 사진을 여권에 붙이는 방식)이 발급되거나 통용되고 있어 이들 여권으로 위조해 입국하려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진 교체된 일본 여권
위조본 진본
위조여권 판별기, VSC 6000
진본(우)과 위조본(좌)의 인쇄방식이 다르다
위명여권은 크게 ‘타인 여권 행사’와 ‘타인 명의 여권’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타인 여권 행사는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의 여권을 마치 자신의 여권인 것처럼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보통 얼굴과 연령이 비슷한 형제자매의 여권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타인명의 여권은 처음부터 다른 사람의 명의와 자신의 사진으로 여권을 만드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공공기관에서 발급받은 여권이므로 위조판별 과정에서는 진품으로 판명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공문서 위조이며, 한국에서는 매우 무겁게 다루는 범죄행위입니다.
중국, 몽골,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 우리나라와 사증면제 협정을 맺지 않은 나라의 국민은 한국에 입국할 때 반드시 사증(비자)을 발급받아야 합니다. 사증 위조자들은 허위문서를 제출해 사증을 부정발급 받거나, 사증에 있는 체류기간을 임의로 수정합니다. 최근 적발된 몽골인은 폐업된 한국 기업의 이름으로 초청장을 만들어 사증을 부정발급 받기도 했습니다.
위조된 한국 사증 자외선으로 위조 판별 중
심사인(도장)은 출입국 심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는 경우 사증 면에 받게 됩니다. 불법 입국을 시도하려는 사람들 중에는 이 심사인을 위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영국, 미국 등 출입국 심사가 선진화되어 있는 나라의 심사인을 받은 것처럼 위조해 심사대 직원을 안심시키기 위함입니다. 위조 심사인은 일반적으로 파키스탄, 네팔, 필리핀, 방글라데시 여권에서 자주 발견됩니다. 또 환승이 활발한 태국, 홍콩, 말레이시아 그리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심사인을 위조해 여행 경로를 포장하기도 합니다.
지난 해 제주도를 방문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제주도 이외 지역으로 불법입국 하려다가 무더기로 잡힌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증 없이도 입국(무사증 입국)할 수 있는 제주도를 통해 불법입국을 감행한 사건이었습니다. 유럽 국가 중에는 여권대신 신분증으로 심사와 체류 등의 업무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신분증 역시 위조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편집]본지 기자](/image/newsroom/default-user.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