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영주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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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영주권이다
  • 문민
  • 승인 2009.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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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 법률칼럼

몇 년 전 서경석 목사는 “중국동포는 고향에 돌아 와 살 권리가 있다.”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동포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고, 그런 분위기에 힘입어서 실제로 고향으로 돌아 온 중국동포는 2008년 말 현재 11,409명이다. 고향에 온 어르신들은 자녀들을 하나 둘씩 입적시키면서 국적취득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있으며 귀화신청자도 많아지고 있다. 요즈음은 국적을 취득한 그 자녀들이 또 아래 자녀들을 입적시키고 있고 이렇게 가족 3대가 한국에 와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정말 고맙다.

그러나 오늘날 190만 중국동포 중 1948년 전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이 고향이었던 사람이 과연 몇 %인가. 만여 명 어르신들에게 고향에 올 권리를 줬다고 고향이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면 큰 잘못이다. 이는 중국동포를 또 남북으로 갈라놓는 거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한국에 연고가 없는 중국동포들에게도 모두 국적을 주어라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지난 13일 입법예고한 국적법 개정안에는 결혼이민자, 화교, 글로벌 고급인력, 복수국적자.... “중국동포” 네 글자를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어렵다. 10년 전 동포들을 위해 재외동포법을 만들면서도 중국동포들을 제외됐다. 중국동포들에게는 일명 ‘제외동포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대안으로 2007년에 방문취업제도를 도입하여 출입국사전에도 없는 H-2체류자격을 새로 만들어 중국동포들에 ‘선물’했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제외동포법이든 방문취업제도이든 한국에 한번 와 보는 게 소원이라고 생각했다. 눈물겹도록 고마운 일이다.

출입국의 통계에 따르면 방문취업자격 소지자가 30만 명이 넘다고 한다. 대한민국 체류자격이 다양하지만 이처럼 30만 명 이상 한 가지 체류자격에 편중된 것은 H-2뿐이다. H-2자격을 부러워하는 여타 외국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들에게 “chinese korean"라고 자기소개를 하면 충분히 이해한다. 나라마다 동포정책이 있듯이 자기 나라에서도 동포정책이 여차여차하다고 덧붙이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국적별 동포정책이 다르다고 얘기하면 신기한 표정을 짓는다. 굳이 외국인들에게 집안의 흉을 보고 싶지는 않지만 동포정책에 있어 국가별 차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적취득은 그림의 떡이고 재외동포법에서 어차피 제외된 거라면 자유왕래를 간절히 희망하는 중국동포들에게 보다 적절한 체류자격은 없을까?

얼마 전 국적회복을 한 어르신이 아들을 대신하여 귀화교육을 신청하면서 꼭 한방에 붙게 교육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러나 정작 귀화시험을 봐야 할 아들은 수업시간에 엉뚱한 질문을 해왔다. 귀화했다가 국적을 반납할 수 없냐고? 너무 어이없는 질문이라 아예 귀화시험을 보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했더니 귀화를 하는 것이 아버지의 소원이고 소원을 풀어주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해서 등 떠밀려 교육장으로 왔다고 한다. 며칠 후 베이징에서 전화 한통을 받았다. 지난번 귀화교육시간에 엉뚱한 질문을 하던 그 교육생 목소리였다. 덕분에 귀화시험에 합격하여 고맙다는 인사말을 짧게 마치고 나서 자신의 상황에서 귀화를 꼭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국제상담을 요청해왔다. 상담내용은 장황했으나 요지는 간단했다. 교육생 아버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아들이 언제든지 당신 곁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이해하고 아버지가 부르시면 24시간 내에 달려 올수 있는 비자를 준비해놓으라고 권했다. 그랬더니 그게 어떤 비자냐고 물었다. 오늘 이 지면을 빌어 베이징에 있는 그 교육생을 대신하여 그런 비자가 있는지 출입국을 관장하는 법무부에 묻고 싶다.

귀화교육을 하다보면 베이징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육생처럼 한방에 귀화시험에 합격하여 국적취득까지 골인하는 동포들이 있는가 하면 두 번, 세 번 불합격하여 국적신청서류를 다시 제출해서 1~2년 기다렸다가 네 번째, 다섯 번씩 시험을 보는 교육생들도 있다. 사정이 딱해 사회통합이수제 프로그램을 권유해보지만 아무리 좋은 교육이라도 도저히 귀화시험 장벽을 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일예로 정신지체장애인, 농아, 맹인 등이다. 이들은 성인이지만 가족 곁을 떠나 독립해 살기 어렵다. 국적회복을 하였거나 귀화한 이들 부모들은 자식을 참아 중국에 혼자 두고 오기 어렵다. 그들은 자녀들이 국적취득은 어렵더라도 살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불쌍한 자식들과 같이 지낼 수 있는 방법이 어디 없냐고 물어본다.

최근 복수국적을 허용을 골자로 한 국적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고 영주권 활성화 방안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돈 많은 투자자나 능력 많은 탁월한 인재들에 대한 유입에만 고민을 했다면 다음차례는 중국동포여야 할 것이다. 그동안 재외동포법에 빠진 ‘제외동포’들을 모두 영주권을 주면 어떨까?

문민 : 귀한동포연합총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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