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에 대한 규정을 새롭게 하고 재외동포위원회를 신설하자는 내용을 담은 법안 공청회가 외교부와 여당에 의해 갑자기 연기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3일 열린우리당 한명숙의원 주최로 열릴 예정이었던 재외동포기본법과 재외동포위원회법 공청회가 사실상 무산됐다. 한의원측은 “외교부에서 워낙 중대한 사안이라 충분한 검토시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해옴에 따라 연기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시간을 갖고 신중히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의원실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참석하기로 예정됐던 한 인사는 외교부가 재외국민 영사업무등 자신들의 고유영역 고수를 위해 ‘딴지’를 건 것이 아니냐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재외동포기본법은 재외동포 관련 여러법의 모법에 해당하는 것으로 동포단체와 학자들이 여러해전부터 법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외교부가 반발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이 법안에 담긴 재외동포에 대한 규정이 국제법상 문제가 되거나 국제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교부를 사실상 불편하게 하는 내용은 재외동포위원회법의 관련 조항이라는 것이 동포문제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 법안은 시행과 동시에 재외동포 관련 업무를 소관 부처로부터 승계받고 재외동포재단은 흡수해 사무처 기능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외교부의 재외동포 관련업무가 상당부문 재외동포위원회로 이관돼 외교부의 기능 축소가 불가피해진다. 또한 재외동포위원회의 위상을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두고 있어 외교부의 통제권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지구촌동포청년연대 배덕호 집행위원은 “이번에 연기가 됐지만 동포사회가 원하는 것을 외교부가 끝까지 가로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필요하다면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여 압력을 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배위원은 또 “동포관련 업무를 기피해온 외교부 관리들이 그 관할권은 놓치지 않겠다는 것은 이중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정해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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