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그로부터 이십여일후 내몸은 귀국선 선창가에 실려있었다. 바다바람이 제법 세찼었다. 흰갈매기들이 반공에서 그림같이 하늘거리였다. 푸르른 바다물은 일렁이는 생명의 세계였다. 바라만 보아도 온갖 번뇌가 말끔히 씻겨나갈것 같았다.
나는 여권 비자기일이 종료되였기에 일단 귀국을 결정했다.
복선녀, 복선화 두 자매가 인천부두까지 바래다주었다.
배에 또 한 녀인이 동행하고있었다. 남수의 와이프 경자씨, 이미 몸을 회복한 상태였다. 회복이랄것도 없다. 병원측의 오진이였다. 그녀와 복선녀는 만나 서로 부등켜안고 울다웃다 했다. 괜히 사람의 간을 떨궈놓을번 하다니? 내 눈에는 입을 크게 벌리고 호탕하게 웃는 친구의 모습이 선히 떠올랐다. 와이프가 돌아가니 얼마나 좋으랴!
진수형이 속에 자꾸 걸려왔다. 그때 보고 두번 다시 보지 못한것, 지어 통화조차 할수 없었다. 찾아가보니 허사였다. 이튿날 산을 나와 어디론가 비밀리에 거처를 옮겼다고 한다. 형의 말은 누구도 거역 못했다. 마음 편히 본인의 뜻 따라주는게 상수였다.
선화가 비밀 한가지 소곤거렸다. 언니가 구입한 빌라와 자가용은 진수형이 정사장님을 시켜 뒤에서 밀어준것이라고, 보살님은 보살님이였다.
나와 복선화 사이에는 아무런 약속도 없었다.
나는 좀더 끈끈한 시간을 갖고싶었다.
우리는 서로를 따뜻히 껴안았다. 잘가. 응, 련락할게.― 짤막히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녀뒤로 어딘가 있을 관악산의 원주사와 쉼터, 숲과 돌탑, 그리고 진수형을 나는 결코 잊지 못한다. 형이 제발 오래오래 창작에 정진하기를 빌고 빌었다.
나는 이마에 손을 얹었다. 하늘과 바다가 맞붙고있는 저기 먼곳, 뭔가가 은빛을 번뜩이고있다. 나를 태우고왔을 항공기일수도 있다. 나는 입가장에 엷은 웃음을 베물었다. 인간의 생명은 의연히 고귀하고 아름다운것이란 생각이 새삼스러워났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