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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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
  • 이정숙
  • 승인 2009.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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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숙의 삶의이야기
초등학교때 "따-따-, 따--따--따--" 무선전 소리를 들으며 물리학자가 되리라 꿈꾸었다. 물 건너간 꿈이었지만 물리를 너무 재밋게 공부했기에 전기사용에 "능란"했고, 물리적 현상을 애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서 편하다.

중학교땐 소설 몇 권을 읽고는 하나님같이 공정한 변호사가 될 꿈을 꾸었다. 그러나 그저 두 중국인의 싸움을 말리다 되레 욕먹고, 싸움판에 무작정 달려들어 잘도 뜯어 놓는데만 그쳤다.

성인이 되어서 정말로 좋아하는 분석실험을 하게 되었다. 매일 쓰는 흔하디 흔한 물마저도 나의 손에선 물이 아닌 에치투오란 물질로 느껴졌다. 물의 처리, 물속의 이온들, 電導率등등에까지 취미를 느꼈지만 먹고 살기 바쁘니 직장에서 중도하차했다.

중국을 떠나 한국에 입국하면서 돌아가면 자영업하리라 속다짐했다. 모텔 청소를 하면서 입지, 여관 인수할 때 알아야 할 점들을 묻고 기억하면서 여관업을 꿈꾸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 하기엔 벅찰 같아서 접었다.

식당에서 일하면서 그래도 취미있는 요리겠다, 손쉬운게 밥장사라 생각하고 길거리를 다니면서도 아무 가게나 다시 한번 뒤돌아 보았다. 내일이라도 오픈할 것처럼 인테리어, 그릇, 최상의 서비스, 직원들은 주일마다 쉬게하고... 등등 구상도 해보았다.

나의 넘쳐나는 에너지, 타고난 친절 ^^, 꼼꼼한 성격, 손님이 따라오던 상점경험으로 老板만 꿈꾸었을뿐 아둔하게도 2002년에 가게를 살 대신 아파트를 샀다. 시장의 이치를 읽지 못하고 한 번뿐인 기회를 놓치고 나니 독불장군에 門市房 없는 사장님 꿈은 두번 다시 꾸지 않았다.

그 꿈들이 현실이 되지 않은게 다행이다. 수완좋은 사람과 장사군의 대뇌회전은 눈동자 회전수와 정비례된다. 그런데 나처럼 머리가 굳어져 한 곳만 응시하는 사람은 옆을 보려도 머리를 돌려야 되기에 천금을 회롱하거나, 指手画脚 하는 일엔 가당치 않다. 거기에다 딸의 말 맞다나(상점할때) 강차이(삽)로 퍼주기 좋아하는 타입이어서 아예 집에 앉아 두 손 마주 잡고 있는게 남는 장사일 것이다.

한국에 재입국한 후 예전처럼 생각하고 월세집도 잡고, 5일 근무도 꿈꾸었다. 노인복지사로 일하려 했고, 돈은 못 벌어도 미치게 좋아하는 차나 실컨 몰게 "운전" 일이나 해 볼가고 벼룩시장도 뚜져 보았다. 그러나 한국의 물가가 엄청 오르고, 나의 소비도 엄청 커져서 아무리 주먹구구를 해보아도 가계부가 마어너스로 될게 뻔했다.

별수없이 주저 앉아 여전히 사생활을 저당잡힌 입주가정부를 하면서 작년에야 스스로 터득한 것이 있다.

먄약 가정부가 내 숙명이 아니었더면 언녕 박차고 나왔을 것이다. 다른 무엇을 도모하였을 것이고 다른 운명이었더면 하늘은 분명 나에게 그 기회를 주었을 것이다.

많은 세월 나 자신을 몰랐기에 잘못 만난 시대로 첫 단추를 잘못 끼어서 모든게 꼬였다고 생각했다. 노력은 했어도 지나간 막차에 손만 흔든 꼴이 됐다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 곰곰히 돌이켜 보면 감사할 일 뿐이다. 나를 만드신 신은 수십년간 나를 적재적소에 사용하시었고, 오늘도 과분한 꽃자리에 앉혀 주시었다.

나에게 가정부일이 대포로 참새 잡는 격이라 스스로 가슴도 내밀어도 보았지만 평생 부모에게 "노우" 한 번 못해보고 순종만 한 나의 천성, 오버에 가까운 정을 가진 내가 만강의 열정으로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가정부이다.

천하에 하나밖에 없는 귀하디 귀한 애들을 돌보고 가사를 돕는 일이라 신경말초까지 곤두세워야지만 그래도 "집"이란 분위기만 좋아하고, 애들마다 껌이 되어 나에게 들러 붙는 것을 좋아한다.

꼭 그러안고 사랑한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이마, 손등, 발등에 뽀뽀하는 것을 좋아한다. 타고난 모성애란 마중물로 저그마한 사랑을 쏟아 몇 갑절로 되는 희열, 기쁨과 즐거움을 얻었다.

심한 틱과 어떤 증상을 가진 애들이 사랑으로 깨끗이 치유되고, 영재의 싹을 가진 뛰어난 애들이 나의 정신적, 물질적 양육으로 튼튼하게 성장하고, 종이조각 하나 절대로 아무데나 버리지 않고, 경비 아저씨와 요구르트 아줌마등 모든 사람들을 존중하고 깍뜻이 머리숙여 인사할때, 반듯하고 밝게 자라는 모습을 볼때 자부심을 갖는다. 뿌듯하다.

비록 이룬 꿈은 한가지도 없지만 꿈에만 집착하지 않았다. 매일매일에 충실하면서 열심히 살아왔기에 한 점의 후회도 없다. 고국동포들이 이룬 한강의 기적과 피로 바꾼 민주주의 결실로, 한국정부와 인권단체와 여러인사들의 헌신으로 세종대왕을 여한이 없이 모셨고, 머니에 구애없이 작은 욕망들이나마 모두 이루었다.

오늘의 나의 꿈은 지난 10년간의 연장선이다. 즐거이 주인들이 사회에서 의젓이 한 몫 하도록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내 고국을 위하여 동네애들과도 반갑게 인사하고, 애와 "야웅", "멍멍" 동물놀이도 하고, 총칼싸움을 하다 희생당하는 흉내등 온갖 놀이를 하는 것이다. 애들과 같이 신나는 요리를 하는 것이다.

양말은 왜서 신어야 하나? 나폴레옹 장군이 "돌격하라!"고 웨쳤건만 왜서 병사들은 꼼짝달싹하지 않았을가?! 왜서 강아지는 한 발만 들고 오줌눌가?! 등으로 깔깔 대는 것이다.

사실은 주름졌던 내 뇌들이 '환원'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아이들이 十萬個爲什么를 물어보면 과학적으로 자상히 설명하지만 그래도 시뚝해 하는 것이다. 사회의 수요가 있는 날까지 소신있는 베테랑 가정부로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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