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는 경사스러운 일이다. 개혁개방과 시장경제가 성과를 올리고 그것이 혜택으로 두둑한 월급봉투로 돌아오기까지는 너무나 오랜 세월이 흘렀다. 한국에서 일당도 되지 않는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살아가면서 한국노무자들의 씀씀이가 얼마나 부러웠으며 그로부터 받은 위축감과 정신적 번민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나라살림이 좋아지고 가정살림이 꽃피게 되었으니 좀 흥분하고 좀 유달라졌다 하여도 너그러이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한국노무자들이 소외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개혁개방이후 한국에 진출한 조선족노무자들은 지역경제발전에 중대한 공헌을 하였고 가정에서는 식탁을 윤택하게 했고 자식들의 뒷바라지와 부모공양 등 조선족사회의 안정과 발전에 기여를 했다. 또 정부가 안고 가야할 일자리문제와 빈곤구축사업에도 막대한 공헌을 했다.
그러나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갈수록 험악하다. 초기에는 ‘가짜 한국 놈’ ‘서울깍쟁이’로 통하던 한국노무자들이 요즘 들어서는 ‘일하는 사람들’ 한국서 ‘빈민굴’에서 사는 사람들이라는 냉혹한 시선과 언사로써 그들에게 상처를 주고 인격을 짓밟고 있다. 배운 사람들이 더 하다. 일찍이 소설가 박은선생이 한국노무 행을 할 때만 해도 ‘노다지판’에 간다고 별로 비아냥거리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중국과 한국의 경제격차가 좁아지면서 최근에 한국노무 행렬에 가담했다가 작년에 작고하신 소설가 류원무선생은 문인들의 차가운 시선과 손가락질에 엄청 곤혹을 치렀다고 한다.
물론 그들이 걱정하는 바를 모르는 건 아니다. 성망 있는 분이 천박한 사람들한테서 모욕적인 언사를 들어가면서 일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동정심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노무는 조선족사회생활의 일부분으로 된 이상 작가로써 민족의 사명감을 안고 대중과 희로애락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비난받을 대상이 아니다. 하긴 그런 연고로 중국에는 할 일없는 작가들이 버글버글 돌아가고 한국에는 조선족들의 사연이 버글버글 휴지통으로 들어가는 현상이 유지되고 있다.
많은 학자, 지식인, 작가들은 공개석상에서 스스럼없이 ‘일하는 사람’들을 폄하하기를 꺼리 지 않는다. 한국에 와서도 ‘일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는 변명을 널어놓으면서 폼을 잡고 다닌다. 그것은 20여 년 동안 한국경제와 한국인, 한국노무자들로부터 위축을 받으면서 살아왔던 콤플렉스이다. 또 지난날 고농(머슴)이 부러웠던 시대에 대한 환멸이며 대대로 일하며 가난했던 사람들이 일에 대한 거부감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일하지 않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매일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과 주방을 오가면서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는 가정주부한테 일하지 않는다고 하면 펄쩍 뛸 것이다. 또 부부의 성생활도 요즘은 ‘밤일’이라고 보다 현실적으로 말하는 세상이다. 행여 밤일도 일이라고 하지않으리라 믿는다. 그들은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아서 볼펜을 까딱대면서 부하직원을 부려먹는 것을 ‘일하지 않는 사람’으로 간주한다. 또 “출근해서 할 일 없어 논다.”가 제일 멋스러운 낱말이다. 놀고먹고 놀고 돈 받는 것이 그들의 희망사항이다.
물론 허다한 지식인과 작가들은 해외노무와 노무자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김관웅선생은 해외노무자들을 볼 때마다 “해외로 나간 조선족들이 고생했기에 연길에 아파트가 숲을 이룰 수 있었다.”면서 못내 감사해 한다. 또 지난 미국발 금융위기 때에는 “환율이 자꾸 떨어져 한국에 있는 조선족들이 큰 걱정이다”며 안타까워했다. 그의 영향으로 그의 주변 학자 문인들은 해외노무자들의 공헌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개혁개방이후 조선족사회에서 가장 큰 성과를 올린 집단을 꼽으라고 하면 당연 조선족해외노무자들이다. 그들은 개혁개방을 맞아 선진국에 진출하여 낙후한 조선족사회에 훈훈한 봄바람을 몰고 왔으며 자신들의 청춘과 인생을 바쳐 가족과 민족사회에 공헌한 공신들이다. 하여 그들은 조선족사회의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들’로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해외노무자를 비하하고 그들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은 아파트 그늘 밑으로 다니지 마라. 저녁에 술 취해서 아파트바람벽에 방뇨하지도 마라.
2009년9월26일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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