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도 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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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도 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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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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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일요일, 대림동에 있는 서울조선족교회에 일보러 간 나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황당"한 일을 당 한적 있어 지금도 머리에 새록새록 떠오를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시려온다.
일요일이여서인지 예배드리는 동포외에 치과로 찾아오시는 분들과 국적회복 상담하러 오시는 동포분들로 복도와 인권센타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하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비행기표 예약하시는 분외엔 너무 조용했다. 올해 추석엔 중국으로 가는 비행기표가 그렇게 사기 힘들단다. 아마 고용허가제를 실시하며 고용주까지 단속해 불법체류자들이 일자리가 없어 인젠 가시는 분들이 많으신 모양이다. 그리고 합법화혜택을 받으신 분들도 처음으로 산소로 찾아가서인지 비행기표가 가격도 엄청 올랐다고 오는 분들이 주고받는 말에 나는 미소를 머금었다.
또한 나는 합법체류이면서도 이번추석에도 산소에 못가는 내가 한심스럽고 불쌍해보였다.5년동안 헛고생만하고 남은 것도 없고...
"일요일에도 잡소?"갑자기 머리위에서 터져 나오는 큰 소리에 나는 깜짝 놀랐다.
"예?" 나는 단상에서 깨나 고개 들어보니 웬 60 넘어 보이는 한 아줌마가 열려진 문에 얼굴만 내밀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잡다니요?"갑자기 잡는다는 말에 낯설어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무슨 도살장도 아닌데 개 잡는다는건지 하며 속으로 궁시렁 거리는데 "단속하는거 말씀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얼굴에 주름이 밭이랑처럼 쭉 갈라지고 파마머리도 흩으러져 있어 어느 시골에서 올라오신듯한 모습의 그 아줌마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짚오르래기라도 바라는 눈길로 나를 그윽히 바라보면서 "전에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안 잡았잖소?"라고 했다.법무부직원들이 공무원들이여서 토,일요일엔 나오지 않으니 단속하지 않는가는 말이였다. 인젠 노하우까지 생겼구나 나는 전형적인 연변 말투에 조금 우스웠지만 웃음이 나가지 않았다.
"글쎄요. 아직 법무부에서 그런 통지는 없구요. 법무부에서 하기 나름일것 같은데요. 언제 나와 단속한다는 통보는 없어서요..."나는 애써 그 아줌마에게 위안의 말을 전하고 싶었는데 어떤 말을 했으면 좋을지 몰라 궁시렁거렸다.나도 불체자신분일때 얼마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모른다. 경찰만 봐도 가슴이 떨리고 도망치고 싶고 웃음도 잃어버린지도 오래되고..
그 아줌마는 알았다는건지 크게 실망했는건지 아무말없이 그냥 사라졌다.
나는 한동안 된 방망이에 맞은 실성한 사럼처럼 멍하니 앉아있었다.어쩌면 고국 땅을 찾은 동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는 커녕 이런 냉대와 억압과 정책을 실시할수있는지? 고통스러운 현실이 정말 안타까워졌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올해 치고 찜통더위가 기승부려도 푸름을 자랑하던 나무 잎도 어느새 색 바래져 있었다. 갑자기 나무 잎 하나가 힘없이 바람에 날려 떨어졌다. 아쉬운듯 망설였으나 바람 앞엔 어쩔수 없는 모양인것 같다.
내년 봄엔 이 나무에도 봄소식과 함께 다시 푸름을 자랑할 그날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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