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공동체 : 현황과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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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공동체 : 현황과 의미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09.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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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공동체연구회 제2차 학술회의] 한승주 전 외무부장관의 기조연설 전문

저는 오늘 동북아 공동체, 또는 소지역 협력을 더 큰 범위의 아시아·태평양 협력체 및 동아시아 공동체라는 지역 협력의 맥락에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아·태 협력체는 APEC과 같이 동아시아, 남·북미, 대양주를 포함하는 환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협력체를 의미합니다.

APEC은 그 이름 Asia Pacific Economic Cooperration이 의미하는 것처럼 경제협력에 초점을 두면서 1980년대 말 한국, 호주, 미국, 일본, 중국, 아시안 등 12개국에 의해 결성되었습니다. 지금은 멤버십이 21개국으로 늘었습니다.

동아시아 공동체는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포함하는 ASEAN Plus Three 라고 하는 지역에서의 정치, 경제, 사회의 협력 내지 통합을 의미합니다. 아시다시피 이것은 아세안의 10개 멤버국들과 동북아시아의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를 포함하여 동아시아 지역의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모임입니다. 지난 몇 년간은 EAS, 즉 East Asian Summit라고 하여 인도, 호주, 뉴질랜드를 동아시아 모임에 포함시켜 사실상 ASEAN Plus Three Plus Three, 즉 ASEAN Plus Six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Plus Three를 구성하는 동북아시아 3국, 한국, 중국, 일본은 인구나 경제력을 포함한 국력에 있어서 아세안을 훨씬 능가하지만 역사적인 배경이나 국가 간의 경쟁관계 때문에 결속력을 결여하여 지금까지 동아시아 지역협력, 또는 공동체 구상에 있어서 늘 ASEAN에 그 리더십을 맡기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1999년 마닐라에서 여린 ASEAN Plus Three 정상회의 이래 지난 10년 간 ASEAN Plus Three 회의가 있을 때 동북아 3국의 정상이 따로 만나 주로 경제, 환경 등 비군사적, 비정치적 문제를 협의하는 관행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3국간 정상회의도 역사문제로 3국의 사이가 나빠졌을 때는 열리지 못한 일도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환태평양 공동체 운동은 유럽에서 당시 European Community가 팽창되고 또 심화되고 있는데 대한 태평양 양안의 국가들(아시아와 남북미, 호주, 뉴질랜드 등)이 EC와 EU에 대응하여 경제적으로 아트랜틱 지역을 능가하기 시작하는 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통합 협조를 강화하여 공동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추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유럽과 달리 문화적으로 다양하고, 경제적으로 격차가 심하며 역사적 갈등관계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환태평양 국가들이 유럽에 버금가는 공동체를 구성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1989년에 시작한 APEC과 같은 지역 모임은 기구로서 인정받고 발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APEC의 "C"는 Cooperration(협력)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community도 아니고 organization도 아니고 union이나 conferrence도 아닌 추상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1993년 이래 미국의 주도로 정상들이 만나는 회의가 된 이후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한국, 아시안, 호주, 카나다 등 주요국들의 정상들이 만나는 연례행사가 되어 왔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1990년대 후반기부터는 ASEAN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공동체에 간한 연구와 관심끼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1998년 아시아의 금융위기를 경험한 이후 아시아 각국은 동아시아 경제 통합과 협력이 필요함을 인식하여 East Asian Vision Group과 정부 간 기구인 East Asian Study Group(* 민간차원의 모임이었으나 정부 간 합의에 의해 창설됨)을 구성하여 2001년과 2002년에 각각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였습니다.

본인은 EAVG의 위원장으로 선임되어 동아시아 13국의 대표위원들과 회의를 갖고 합의문서를 만들어내는데 노력하였습니다. Toward an East Asian Community라는 제목의 레포트에는 자유무역지역, 아시아 금융권 형성, C Summit, East Asian Secretariat 등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 후 구성된 EASG는 EAVG의 레포트를 사실상 대부분 추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때에도 '공동체'라는 용어의 사용에는 많은 논란이 있었으며, 특히 ASEAN의 대표들은 East Asian Community로 인하여 ASEAN의 결속이 희석되는 것을 우려하여 Community라는 고유명사에 대하여 거부감을 표시하였습니다. 결국 Community라는 말을 사용은 하되 대문자 "C"가 아닌 소문자 "c"를 쓰는 community로 하는 것에만 합의했습니다.

ASEAN은 또한 동북아의 3국이 인구, 경제력, 국력 면에서 월등히 우세한 것을 의식하여 동북아 3국에 지역 협력의 주도권을 잠시라도 양도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예컨대 ASEAN Plus Three는 물론 East Asian 정상회의 자체도 개최지, 의제 등에 있어 ASEAN 이 계속 결정권을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습니다.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은 또한 미국, 카나다 등 아시아·태평양의 비아시아 국가들의 부정적 반응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결속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APEC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 협력을 약화시키는 것을 우려하였고 또한 동아시아 공동체가 중국의 영향권 속에 들어가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였습니다.

동아시아 공동체는 또 다른 몇 개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그 하나는 금융, 안보, 외교, 비확산 등 주요문제에 있어서 미국의 참여는 물론 때로는 리더십 없이는 대응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 것이 불가피 했습니다. 또한 주요국가들 간의 경쟁, 갈등관계, 또 역사와 관련된 문제 등은 지역 공동체 결성에 커다란 장애를 제공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아시아 내의 동북아라는 소지역의 공동체에 관한 관심도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동북아에 여러 나라가 있으나 북한은 핵무기 개발과 경제적 허약성, 그리고 개방에 대한 부정적 태도로 지역 공동체에 참여할 입장이 못됩니다. 대만은 중국의 "하나의 중국"정책으로 국가로서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극동지역 일부는 동북아에 위치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일반적으로 동북아보다는 유럽국가로 분류되고 있으며, 몽골은 동북아의 활발한 국가일원으로 자처하고 인정받을 것을 원하고 있으나 인구와 경제력에 있어 다른 3국(중국, 일본, 한국)과 비교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동북아는 주로 세 나라(중국, 일본, 한국)를 연상시킵니다.

동북아에서는 동아시아와 비슷하게 안보, 금융, 교역 문제 등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참여 없이는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있으며, 특히 일본과 한국은 미국과 군사적인 동맹국으로서 동북아 공동체가 EU 같은 제도적인 지역 통합을 의미한다면 넘지 못할 장애 사항이 많다고 보아야 합니다. 또한 중국과 일본간의 묵시적, 명시적 경쟁관계는 지역 공동체 형성에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동체를 좀 더 광범위하고 현상적으로 이해할 때 동북아에 하나의 공동체가 형성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일본, 한국의 3국만을 놓고 볼 때 그들이 공유하는 문화적 배경과 내용의 범위가 상당히 크다고 봐야 합니다. 또 그들 간의 경제적, 인적 교류와 왕래도 날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환경문제와 관련해서는 대기, 기온, 해양오염과 자원, 수자원, 기후 문제 등과 관련하여 동북아는 운명 공동체 그 자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안보에 있어서도 북핵 문제나 북한 문제 자체도 기본적으로 동북아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6자회담도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시켜서 기본적으로 동북아 안보 메카니즘이고 그것은 앞으로 북핵 문제 이외에도 동북아 안보 문제를 다루는 메카니즘이 될 수 있습니다.

동북아는 법제적이 아닌 사실상의 공동체가 되어 갈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국제 학술회의 "동북아 공동체로 가는 길"은 실로 적절하고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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