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지금 이 시각 가족과 함께 있을 수 있다면 ......
나는 더는 바가지를 긁는 아내가 아니고 잔소리를 줄줄 늘여놓는 엄마로 되지 않겠다.
식탁에 마주 앉아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잔소리를 하는 남편을 아니꼬운 눈길로 흘겨보지 않을 것이며 이곳저곳에 널려있는 신문이나 잡지를 거두면서 투덜거리지도 않을 것이다.
또한 남편의 발에서 냄새가 난다고 코를 감싸쥐지도 않을 것이고 내 친구의 남편은 어떻게 어떻게 돈도 잘 벌고 잘 나가더라고 남편의 비위를 팍팍 긁지 않을 것이며 한아름 빨래를 하면서 내가 이 집의 세탁기냐고 남편에게 투덜거리 지 않겠다. 그리고 유치원에 다니는 딸애가 유치원에 갔다와서 조잘조잘 제 친구의 얘기를 할 때도 내심이 귀담아 들어 줄 것이다.
물론 전에는 엄마하고 말하고 싶어하는 애한테 (예, 엄만 지금 일하고 있으니 저리가 놀아라)하고 투명스럽게 말 했지 만은 ...그리고 애 얼굴에 아이스크림이 발라졌다 고해서(넌 왜 이렇게 애먹이니?) 하고 매섧게 쏘아 부치지 않겠다.
그리고 손때자국이 졸졸 흐르는 헝겊 인형을 쓰레기통에 처박는 그런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겠다. 그리고 딸애처럼 병에 걸린 옆집 강아지를 불쌍히 여기겠다.
모든 고난을 그들과 함께 나누고 기쁨을 함께 즐기겠다. 지금 가족들과 함께 있다면...
2003년 11월 20일 서울강남교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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