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서체 -궁체 [서영근의 서예야 놀자2]
한글서예를 이해하려면 먼저 서체부터 알아야 한다.
서체란 일관성 있게 설계된 글자 모양을 이루는 하나의 집합을 말한다. 한문 서체에는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 등 5체가 있다. 한글서체에도 궁체, 판본체, 민체, 청봉체, 간도체 등 5체가 있다. 먼저 전통서체인 궁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궁체(宮體)는 조선시대 궁중에서 쓰기 시작하여 생긴 서체인데 궁중에서 생긴 서체라고 하여 궁중서체 라고 하며 이 궁중서체를 줄여서 궁체라고 한 것이다.
조선 중기 이후로 한글의 생활화가 활발해지자 궁중에서도 교서, 언간, 전교 등에 종사하는 서사상궁이 필요하게 되었다.
한글의 필사화가 절실하게 되자 아름답고 쓰기 쉽고 독창성 있는 서체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어 먼저 궁중에서 고안되어 쓰기 시작하게 되었다. 이렇게 생긴 서체가 바로 궁중서체인 궁체이다.
궁체의 창안자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오랜 기간이 지나오면서 차츰 아름답게 다듬어져 오늘날에 발견되는 높은 경지의 궁체가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궁체의 생성 변천 과정은 초기 고딕형(전서형)의 정음체에서 후기 필사형의 정음체로 점점 변화하였다. 이 정음체가 방한테 (선조ㆍ인목대비ㆍ효종ㆍ인선왕후 어필)에서 더욱 필사화 되었고 다시 같은 방한체형인 현종어필에서 궁체의 특징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현종조(1660~1674)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궁체는 숙종조(1675~1720)에서 단아한 듯하면서 필력이 살아있는 숙종어필, 인현왕후어필에서 더욱 발전된 글씨로 변하였다. 이때를 궁체의 완성 시기로 보는데, 이 궁체는 더욱 발달하여 영ㆍ정조(1725~1800)에 이르러 더욱 완숙하고 찬연한 꽃을 피웠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궁체는 조선 말기까지 계속 궁중과 일반에서 쓰여져서 현재에 많은 궁체 전적들이 남아 있게 된 것이다.
이 궁체는 당시에 편지쓰기, 소설 베끼기 등 문자생활을 위한 수단으로 썼을 뿐 예술적인 면에서의 작품화를 목적으로 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필사 연대, 필사자가 명기되어 있지 않다. 또한 당시 궁체의 필사는 예술성에 근거를 두고 썼던 것이 아니고 궁중이나 상류가정에서 필수, 교양으로 썼기에 글을 쓴 사람의 재질과 성격에 따라 아름답고 개성이 특출한 필체가 생긴 것이다.
현대 궁체의 대표자로는 곱고 부드러우며 단아한 글씨체의 갈물 이철경과 밝고 남성다우며 강건한 글씨체의 일중 김충현을 꼽을 수 있다.
궁체는 고대에나 현대에나 여성 위주의 서체로 발전되었다. 현대에는 꽃들 이미경, 산돌 조용선이 궁체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산돌 조용선은 궁체 흘림에 능하다.
중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궁체가 1990년대부터 한국과의 교류가 활발해 지면서 점차 보급되어 전통 서체를 배우고 선호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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