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우의 수필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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申 吉 雨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서울 서초문인협회 회장 skc663@hanmail.net
학술대회가 열리는 대학 구내에서였다. 발표장 밖 복도에 늘어놓은 책들을 훑어보며 몇 권의 책을 샀다.
그런데, 아는 한 교수가 인사를 나누고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교수님, 환갑이 넘은 나이에 책은 사서 무엇합니까? 눈이 보여야 읽지요.”
나는 그 교수의 마음을 알아채곤 웃으면서 대답을 하였다. 동년배인 그는 눈이 갑자기 어두워져 책을 읽기가 매우 어렵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한 편이라도 읽으면 다행이고, 못 읽어도 아이들이 읽겠지요.”
그런데, 그는 또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자녀들이야 저희들이 알아서 사볼 터인데, 구태어 사 둘 필요가 뭐 있어요?”
나는 책들을 살피다 말고 그를 빠안히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해 주었다.
“필요한 책은 만났을 때 사야 됩니다. 얼마 지나면 살 수도 없고, 다시는 못 구할 경우도 있지요.”
그는 아무 말도 못하고 바라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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