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는 뜻은 1
상태바
책을 사는 뜻은 1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9.08.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길우의 수필 163>
 
 
 

申 吉 雨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서울 서초문인협회 회장  skc663@hanmail.net

 

 

학술대회가 열리는 대학 구내에서였다. 발표장 밖 복도에 늘어놓은 책들을 훑어보며 몇 권의 책을 샀다.

그런데, 아는 한 교수가 인사를 나누고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교수님, 환갑이 넘은 나이에 책은 사서 무엇합니까? 눈이 보여야 읽지요.”

나는 그 교수의 마음을 알아채곤 웃으면서 대답을 하였다. 동년배인 그는 눈이 갑자기 어두워져 책을 읽기가 매우 어렵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한 편이라도 읽으면 다행이고, 못 읽어도 아이들이 읽겠지요.”

그런데, 그는 또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자녀들이야 저희들이 알아서 사볼 터인데, 구태어 사 둘 필요가 뭐 있어요?”

나는 책들을 살피다 말고 그를 빠안히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해 주었다.

“필요한 책은 만났을 때 사야 됩니다. 얼마 지나면 살 수도 없고, 다시는 못 구할 경우도 있지요.”

그는 아무 말도 못하고 바라보기만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