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근절의 좋은 계기로
뇌물 수수 혐의로 12일 구속된 경북도 6급 공무원 이모씨의 범죄에 말문이 막힌다. 그의 승용차 운전석 밑 손가방에서 800여 만원 상당의 한화와 달러 유로가, 사무실 책상 서랍 등에서는 2억 2000여 만원이 입금된 통장 40개가 적발됐다고 한다. 모두 범죄 증거물로 추정돼 경찰이 압수한 것들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이씨의 범죄는 한 광산업체 측으로부터 급행료 약 1000만원과 128만원 상당의 향응을 몇 차례 나눠 받은 것이 전부다. 후속 수사가 정밀하게 진행되면 놀라운 일이 얼마나 더 드러날지 짐작할 만하다.
10년 동안 광산 채굴 인가권을 쥐고 있던 이씨의 여죄 여부가 우선 그렇고, 그 혼자 감쪽같이 부패했을 뿐 주변에서는 과연 아무도 문제가 없었겠느냐는 의문이다.
이씨의 범죄 수법에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리모컨으로 승용차 문을 열어준 뒤 돈을 놓고 가게 한 것과, 휴가비용을 업자가 대신 처리토록 한 것 등이 그렇다. 이번 일이 더 큰 충격으로 느껴지는 것은 그가 일개 6급 지방공무원인데다, 과거에도 그랬고 더욱이 지금은 공직 부정부패 척결의 서슬이
어느 때보다 시퍼렇기 때문이다. 과연 달라진 게 뭐냐는 의문이 들지 않겠는가.
국제투명성기구가 한국의 2003년 부패 순위를 133개 조사 대상국 중 50위로 매긴 것은 우리의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1995년 주사 시작 이후 한국의 부패인식지수가 10점 만점에 한 번도 5점을 넘지 못한 것은 청렴도와 국제 신인도가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 위상에 현저하게 못 미치는 후진국임을 반증한다.
물론 이는 공무원들이 전적으로 책임질 일이 아니며, 공직 사회만 금방 청정하게 바뀌기도 어렵다. 그러나 공직이 부정부패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깨끗한 나라 건설은 백년하청일 수밖에 없다. 이번 경우를 부정부패 근절의 좋은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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