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목동행 (比目同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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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목동행 (比目同行)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09.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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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우의 수필 162>

  
 

申 吉 雨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서울 서초문인협회 회장  skc663@hanmail.net

 

 

  류시화의 시에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란 것이 있다. 눈이 하나밖에 없는 외눈박이여서 두 마리가 함께 붙어다니며 산다는 물고기를 다룬 시인데, 비목어(比目魚)처럼 평생을 함께 살며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는 것이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따라서, 이 시를 읽으면 외눈박이 물고기 곧 비목어(比目魚)가 눈이 하나밖에 없는 불구자인데도 전혀 불쌍하게 생각되지를 않는다. 오히려 사랑하는 이들이 갈망하는, 가장 아름답고 멋진 사랑의 삶을 살고 있는 물고기로 여겨진다. 그래서, 자신들도 그렇게 되어지기를 바라는 이상적인 삶으로 그리게 만든다. 시인의 남다른 착상이요 표현이다.

   하지만, 실제로 외눈박이 물고기는 두 마리가 함께 붙어다니지도 않고, 붙어다닐 필요도 없다. 이들에는 넙치나 가자미 같은 물고기가 있다.

   넙치[광어]는 두 눈이 왼쪽에 붙어 있고, 가자미[접어]는 두 눈이 오른쪽에 붙어 있다. 그러므로 현실적으로 암수 두 마리가 함께 붙어다닐 수가 없다. 설령 붙어다닌다고 해도 한 마리의 눈은 다른 놈의 몸에 가려 내내 하나로 한 쪽만 보며 다닐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넙치나 가자미는 절대로 두 마리가 함께 몸을 붙여 다니지 않는다. 그렇다고 왼쪽 눈을 가진 넙치와 오른쪽 눈을 가진 가자미가 짝을 이루어 붙어다니는 것도 아니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는 비익조(比翼鳥)와 낭패(狼狽)가 있다.

   비익조는 암컷과 수컷이 각각 반대로 눈과 날개를 하나씩만 가지고 있어서, 짝을 지어 몸을 서로 붙이지 않으면 날지를 못한다는 상상의 새다. 그래서 서로 헤어지지 못하고 떨어질 수 없는 남녀나, 금실이 좋은 부부를 비유하는 말로 쓰고 있다.

   낭패의 낭(狼 )은 앞다리는 길고 뒷다리는 짧으며, 패(狽)는 반대로 앞다리는 짧고 뒷다리가 길다는 동물이다. 그래서 낭과 패는 서로 상대방이 없으면 서 있기도 어렵고 잘 걷지도 못한다. 그런데, 이들이 떨어지면 활동이 곤란해진다고 해서, ‘낭패’를 일이 틀어지거나 기대에 어긋나 딱하게 된 것을 뜻하게 되었다.

   그러나, 문학작품은 사실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 신문기사가 곧 문학작품이 아니듯, 문학 또한 사실대로가 아니다. 실제를 바탕으로 하더라도 작품은 작자의 의도에 따라 실제처럼 다시 치밀하고 주도면밀하게 꾸며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이 잘 되면 사실보다 더 사실적이게 되고, 실제가 아닌데도 실제처럼 더욱 실감 있게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품은 무엇에다 초점을 두어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고, 어떻게 표현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작품세계가 현실세계와 다른, 바로 이러한 차이점 때문에 문학작품을 읽는 즐거움과 맛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에서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있다. 외눈박이 물고기는 실제로 붙어다니지 않지만, 그것을 불구자의 불쌍한 삶으로 보지 않고, 서로 협조하여 함께 사는 아름다운 삶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두눈박이여서 더 잘 함께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서로 불화하고 헤어지기를 잘 하는 현실에 비춰짐으로써 보다 높은 가치를 인식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비목동행(比目同行), 각기 다른 하나의 눈만 가진 것들이 서로 몸을 붙여서, 마치 한 쌍의 눈을 가진 한 몸인 것처럼 떨어지지 않고 항상 함께 다닌다는 말이다. 실제로는 각각의 몸이지만 삶은 언제나 한 몸처럼 지내고 행동하는 것, 이 얼마나 갸륵하고 정성스러운 일인가.

   비목어든 비익조든, 낭과 패든, 서로가 떨어지면 낭패가 된다. 갈라진 반쪽이 다시 합쳐진 것이라는 부부가 어떻게 평생을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서로 다르다고 갈라서서 그야말로 낭패를 당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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