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상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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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상자 이야기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9.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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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기가 한창일 때는 눈코 뜰 새도 없이 바쁘다. 익는 대로 따내랴, 상자에다 담으랴,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특히, 딸기를 상자에 담는 일은 돈과 직결된다. 터져도 안 되고, 아무렇게나 담아서도 안 된다.

   그런데 예전에는, 누구나 다 딸기상자의 밑에는 잔 것으로 채우고, 위에다는 크고 좋은 것을 보기 좋게 배열해 놓았다. 그래야만 상자 수량도 늘고 수입도 많을 뿐만 아니라, 잔챙이들도 팔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딸기 담는 방식을 보고, 처음으로 딸기농사를 지은 사람이 제안을 하였다. 크기별로 담자는 것이다. 그래야 일하기도 쉽고, 담은 상자도 위만 보면 금방 크기가 판별되어 팔고 사는 데에 편리하다. 특히, 상인이나 사 먹는 사람이 상자마다 뒤적일 필요가 없고, 또 겉과 속이 다른 불쾌감을 느끼지 않게 되어 좋은 인상을 갖게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들 반대하였다. 전부터 하던 대로 잔 것을 밑에 깔고 담자는 것이다. 하지만, 크기별로 담는 것이 작업하기에도 편하고, 상품가치도 더 높아진다고 설득해도 아무도 따르지 않았다. 그는 할 수 없이 자기네 것만은 크기별로 담아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이 거들어 주지를 않았다. 별수 없이 식구들과 밤을 새워가며 딸기를 담았다.

   출하를 받으러 온 상인이 쌓아놓은 딸기상자들을 일일이 속까지 점검하며 값을 흥정했다. 그것을 보고 있던, 크기별로 담은 사람이 말했다.

   “우리 딸기는 겉과 속이 똑같으니 뒤져볼 필요가 없어요. 그러니, 보이는 대로 값을 정하시오.”

   그 말을 들은 상인이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물었다.

   “왜 그렇게 담았소? 남들처럼 하지 않고.”

   그러자 그가 이렇게 말했다.

   “상품은 신용이 첫째지요.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이 다르면 속는 기분이 안 들어요? 마음에 드는 크기의 것을 마음 놓고 쉽게 살 수 있게 해야지요.”

   도시에서 온 상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속까지 뒤져볼 필요가 없지.’

   그렇게 생각이 든 상인은 마을 사람들에게 요청했다. 앞으로는 모두들 크기별로 담아줄 것을 부탁하였다.

   딸기상자가 같은 크기로 담겨져 판매되게 된 경위라고 한다.

   6.25사변 후 어려운 시절, 캬라멜이나 과자의 종이곽 속이 텅 빈 공간이 훨씬 더 많았던 데서 온 사기당한 듯한 느낌이 생각났다. 딸기상자는 물론, 다른 상품들도 겉과 속, 아래 위가 달라 다시는 속임 받은 느낌이 들지 않게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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