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는 우리를 동포라고 인정하면서도 외국인 취급을 하고 있다. 열심히 살려는 동포들을 오직 불법체류라는 이유 하나로 잡아서 강제 추방 시키고 있다. 한 할아버지의 자손이건만 어쩔수가 없어 다른 물을 마셨다고 다른 종족으로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뜨거운 피가 흐르는 동포들은 그렇게 “강”하지 못하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누가 자기의 고국을 잊을 수가 있을 가?!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 가?! 고국이 우리의 눈에 피눈물이 흐르게 해도 영영 미워할 수가 있을 가? 시간이 지나면 그래도 뒤돌아 보면서 그리워 할 고국인데. 피가 물이 되지 않는 한.
꼭 한달 전의 일이다. 며칠전부터 주인이 7월 14일에 친구의 애들과 함께 용인에 있는 애버랜드로 간다고 귀띔해 주었다. 사실 마냥 눈코 뜰 사이없이 바삐 보내는 나는 무심코 들었다가 14일 오후 두 식구들과 함께 애버랜드의 이곳 저곳을 돌아보는 행운을 가졌다.
"지구마을"에 들어설 때 문뜩 지난 5월 26일 석가탄신일에 있었던 일이 뇌리를 쳤다. 경쾌한 음악소리도, 수로의 양켠에 민족의상을 입고 춤추는 깜찍한 인형들도 내 마음을 잡지는 못했다. 별로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꼭 마치 심판을 받는 사람처럼 마음이 조마조마해 졌다. 지구마을 여행은 오른쪽 일본, 왼쪽은 중국의 만리장성, 천안문, 마지막 한국으로 끝을 맺는다. 나는 애써 왼쪽을 외면하고 오른쪽만 응시하다가 맨 마지막인 천안문 앞에 와서 머리를 돌리고 보았다. 어린이들이 보고 싶지만 보기겁나 손가락 틈새로 보는 심정으로...
검은 페인트 칠을 한 어린이용 고물자전거가 보이지 않았다. 내 마음은 천근만근 되는 짐을 부리운듯 가벼워 졌다. 아름다운 애버랜드여 영원하라! 나는 내 마음속 깊이 고국인 한국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넘쳐남을, 중국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억제할수 없음을 다시 한번 깊이 느끼면서 석가탄신일에 있었던 일을 떠 올렸다.
내가 요한 스트라우스의 “푸른 다뉴브강의 물결”을 들어도 듣고만 싶어 하듯이 내가 돌보는 애는 애버랜드를 즐겨 찾는다. 덕분에 재작년에 한번, 작년에도 두 번 갔었다. 그 때는“지구마을”의 천안문 앞에는 인형밖에 없었는데 금년 5월 26일에는 뚱딴지 같은 볼품없는 자전거가 있었다. 내 눈을 의심하였지만 틀림 없었다. 그 순간부터 내 마음이 찜찜하다면 좋을지? 누가 볼가봐 겁나다면 좋을지? 하여튼 머리와 마음이 온통 그 검은 페철로 무겁기 짝이 없었다. 도저히 지워지지가 않았다.
수 많은 사람들이 사랑스런 한국을 찾아 왔으면 하는 욕심과 중국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은 나 자신을 속일수가 없어서 4일 뒤인 30즉 일요일에 잠간 시간을 내여 이런 글을 에버랜드 사이트의 “고객센터” “고객의 소리”에 올렸다.
-안녕하세요? 저는 중국동포 이정숙입니다. 26일 석가탄신일에 에버랜드에 갔었습니다. 여러가지 이벤트와 테마, 패스티벌, 퍼레이드쇼로 인산인해를 이룬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가정의 행복을 만끽할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신 삼성과 직원들이야말로 사회에 대단히 유익한 일을 한다고 속으로 찬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계절의 왕 5월의 에버랜드는 "장미"의 세계였습니다. 모든 직원들이 장미꽃처럼 예쁘게 반겨 주었고 곳곳에서 장미꽃처럼 향기롭고 신선함을 안겨주어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특히 민족의상을 입은 인형들과 만나고 지구촌을 여행하는 "지구마을" 은 어른, 아이들에게 더 없이 좋은 볼거리였습니다.
헌데 "중국의 천안문" 앞에서 상식을 벗어난 "展示"에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金水橋"가 있어야 할 자리에 중국에서 구경 한번 못해본 검은 페인트칠을 한 페철이나 다름없는 투박한 어린이용 자전거 한대가 비스듬히 세워져 있었습니다. 졸지에 모든 감동과 즐거움이 산산 조각나고 머리속엔 그 검은 페철 "자전거"가 들어 박혀 내내 찜찜하고 불쾌했습니다. 지금까지 도저히 마음에서 지워지질 않아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한국인, 중국인, 타국인 그 누가 보아도 좋은점이 한가지도 없다고 봅니다. 누가 볼가 겁납니다.
사실이라면야 서운해도 받아 들여야겠지만 어느 사찰보다 못하게 그린 천안문(이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에 더군다나 중국에서 구경조차 한번 못해본 그런것이....아무리 자전거 대국이여도 이럴 필요까진 있을가요? 일부러 졸렬하게 남을 비하하고 자기를 춰올리려는건 아니겠지만 중국의 천안문, 고궁, 경산공원에 갔다온 분은 아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중국이 워낙 땅이 넓고 인구가 많아서 貧困한 곳도 엄청 많지만 이건 아니라 생각됩니다.
절대로 중국을 두둔해서가 아닙니다. 그래도 우리 중국동포들의 마음엔 백두산, 한강이 重千金이고 고국이 세계가 우러르는 나라로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그 "자전거" 하나 때문에 사랑스런 고국에 감정 상하는 사람이 생기고 아름다운 에버랜드에 흠집이 갈가 걱정되여서입니다. 세계 여러나라 많은 사람들이 한국으로, 에버랜드로 왔으면 좋겠습니다.
금년 중국 長沙의 한일 축구전에서 한국의 축구팬이 다쳤을 때, 중국 축구팬들의 거친 행동에 더 없이 분개했었습니다. 그런 나의 심정이 이러할진데 글로벌 시대에 중국인들이 그 "자전거"를 보고 진수성찬이 있고 특급 이벤트가 있다해도 그 페철이 떠오르면 다시 찾아올 마음이 있겠습니까?
남을 존중해야 자기도 존중받게 되지요. 그 "자전거" 치워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직원 여러분들께서 내내 건강하시고 가내 평안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뜻대로 되시기를 충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2004 년 5 월 30 일 이정숙 올림
이런 메일을 보내고 나서 행여나 ""자전거"를 치웠습니다." 하는 답장이 오지 않을가 하고 은근히 기다렸지만 감감 무소식이였다. 혼자 마음속으로 중국동포인 나를 우습게 여기고 코웃음이나 쳤겠지 하고 씁쓸히 웃고는 정신없이 바삐 사는지라 그동안 까맣게 잊고 지냈다.
밤 10시 10분 발걸음도 가볍게 에버랜드를 나오면서 뒤돌아 보니 은은한 불빛속의 에버랜드는 동화속의 궁전 같이 더욱더 환상적이고 매력적이였다.
아름다운 에버랜드여 영원하라! 사랑스런 고국이여 부강하라! 피가 물이 되지 않는한, 죽을둥 살둥 일밖에 모르는 나를 고물 자전거 취급을 한다 해도. 혹은 어느날인가 수쇄를 덜컥 채워 쫓아 낸다 해도 그래도 사랑합니다. 내 고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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