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申 吉 雨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서울 서초문인협회 회장 skc663@hanmail.net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봄소풍을 갔다. 현장에서 점심을 먹은 뒤 담임선생은 아이들을 모이게 하였다. 그리고는 모처럼 야외로 나왔으니 주변에 보이는 나무며 풀들에 대하여 알아보자고 하였다.
선생은 보이는 대로 나무들을 하나씩 가리키며 이름을 아는 사람은 손을 들게 하였다. 맞추면 칭찬해 주고, 틀리면 다른 학생에게 물었다. 아이들이 모르면 선새이 그 이름을 말해 주었다. 선생은 소나무와 잣나무, 버드나무와 수양버들은 무엇이 다르며, 진달래꽃과 철쭉꽃의 생김새와 피는 시기의 차이도 구별해 주었다.
선생은 주변의 풀들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었다. 나물로 먹는 쑥과 약쑥의 다른 점이며, 달래와 냉이 같은 나물도 일러 주었다. 제비꽃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꽃반지를 만들어서 학생의 손가락에 끼워줄 때에는 모두들 좋아하며 박수를 쳤다. 학생들은 선생이 시골에서 자란 자신들보다도 풀과 나무들에 대하여 더 많이 알고 있는 사실에 놀라며 존경하였다.
그런데 그때, 한 학생이 풀 한 포기를 들고 선생에게로 달려왔다.
“선생님. 이것은 무슨 풀인가요?”
선생은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선생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선생은 잎새와 줄기를 요리조리 살펴보고는 ‘모르겠다’고 대답하였다.
학생은 실망했다. 풀과 나무들의 이름을 척척 대던 선생님이 갑자기 실력이 없어 보였다. 그 아이는 생물학 교수인 자기 아버지에게 물어보려고 그 풀을 빈 도시락에다 담아갔다.
집에 돌아온 학생은 아버지에게 그 풀을 내어놓고 무슨 풀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네 선생님께 여쭤 보아라.”
“선생님도 모른대요.”
그러자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내일 다시 물어보아라. 생각이 안 날 수도 있는 거지.”
학생이 물러간 뒤, 아버지는 식물도감을 펴서 설명을 컴퓨터에 입력하였다. 그리고는 저녁에 담임선생에게 아이의 이야기를 하며 사진과 함께 인터넷으로 전송하였다.
이튿날 선생은 그 학생에게 그 풀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학생은 물러나오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역시 우리 선생님은 실력파야.”
2000년에 들었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