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유수(이동렬 장편연재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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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유수(이동렬 장편연재 28)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9.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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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강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28

그날밤 초가에서 우리는 오래오래 정사를 가졌다. 소쩍새가 울고 밤꾀꼬리가 울고 육도하가 울고 산천초목이 가만히 숨을 죽였다. 어두운 공간에 어우러진 달빛과 밤안개가 꿈결처럼 떠서 흐른다. 초가 벽짬에서 귀뚜라미들이 삽삽한 흙내를 풍기며 뀌뚤거렸다. 와이프는 어느덧 늪처럼 질퍽히 젖어있다. 진이를 낳고 이토록 자기를 붐비한적이 없다. 몇년간 내가 그토록 바라고 아팠던것이 이토록 단순했던가? 욕망에 한껏 부풀고 응축된 나의 페니스는 악어가 먹이를 찾듯 조용히 늪을 탐지해나갔다. 늪에는 갈이 있고 잡초가 있고 가물치가 있고 맑고 달콤한 지하수가 있을것이다. 악어는 갈증부터 해소해야 한다. 늪이 움츠러들때 마다 나는 여전히 탱탱한 유방과 유연한 허리와 끈끈한 땀들을 빚어내는 흰살갗의 욕망에 아찔해지군 한다. 체위 바뀌여짐에 따라 황홀감이 빛나갔었다. 사랑해, 당신! 나는 연발 그렇게 부르짖었다. 나의 악어는 끝내 지하수를 찾아냈다. 미네랄 함량이 높은 시선하고 끈적한 지하수입구에서 나를 분출했었다. 우리는 오래도록 서로를 부등켜 안았다. 복선녀와 이런 경험이 없는 나는 와이프에 감사했다. 아아, 그런데 왜서인가? 나는 문득 의식속에서 빨간 곤충이 기어가는것을 보았다. 복선녀한테서 자주 만났던 독거미잖은가?

순간 나는 등을 꼬집히우고 말았다.

<<당신…뭘 생각함―다?>>

<<응? 아니…우리가 그냥 이러면 좋겠네.>>

와이프가 조용히 나를 밀어냈다. 희끄무레한 라체바람으로 부엌으로 나간다. 곧 물 끼얹는 소리가 났다. 결백증환자처럼 씻고 또 씻고있었다.

남수와 나는 마주앉았다. 사내대 사내로 마시는 술이 좋았다.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았다. 우리들 곁에 붙어 노래 부르고 조잘대며 젊은 열기 감싸오던 아가씨들이 물러갔다.

노래방, 여긴 무대가 없다. 무대는 자기가 만든다. 자기가 만든 무대는 막을 내려도 서운할게 없다. 그래도 남는것은 있다. 빈 술병과 랑자한 술 냄새, 뱉어낸 스트레스들이 엉켜붙어있는 어둑스레한 빛, 그속에 우리는 앉아있었다.

남수의 손끝에는 방금전 사장님을 게올리며 간을 녹이던 아가씨의 하냥 곱삭이며 몸을 감싸고 돌던 아양이며 비굴함이나 보란듯 불끈 솟은 싱싱한 젖무덤을 우악스레 덥썩 쥐자 내지르던 비명의 여운이 없었다.

우리 촌바우 친구는 곯아떨어지듯 갑자기 고개를 떨구었다.

<<왜 그래 임마, 마셔야지? 시내놈 찜쪄먹게 잘놀던데그래?>>

<<헛, 시내놈, 촌놈? 그래 니말따나 난 촌놈이다…금방 내짓이 바보같았지?>>

<<또 나온다, 그눔의 자비감, 니가 왜 바보냐?>>

<<바보지, 딸년같은 기집애들 데리고 뭐니 이게? 환장하지, 그게 서더라, 그게, 염치없는 놈이 날 망신시킨다, 헛헛.>>

<<그게 정상이지. 니도 남잔데, 사낸데 안그러면 병이지. 마, 편안하게 생각해라. 적당히 녹도 벗기고 작동시켜라, 그래야 못쓰게 안되지. 롱이 아니라, 이건 기본생존권문제이다. 삶의 기본행위문제라구.>>

<<씨발, 우리 선생님은 소설 좀 그만 쓰시지?>>

<<내 말은…>>

<<됐다, 너, 또 그말이겠지. 금전과 도덕, 성(性)의 문제는 이제 우리 삶의 기본문제이다. 그런 부조리가 너같은 사람을 병들게 하고 삶을 찌들게 하고 가정의 파탄과 사회 불온을 불러오고 그래서 조화를 찾아야 한다구…또 뭐냐, 그 다음엔? 이젠 기생방이라도 꾸려야 한단말인가? 야, 입만 살아 그러지말구 실천 해보시지그래?>>

<<허허, 니두 알고있잖니? 나야 그런데는 약한 놈이지.>>

<<약하다구? 허허, 소웃다 꾸레미 터지겠네. 하긴 마, 녀편네 눈이 무서워 그러겠지. 나두 그렇다. 지지리 못생긴 년이 자식 위해, 가정때문에 저렇게 나가 고생하는데 그렇게 벌어보낸 돈을 계집들 밑굿녕에 밀어넣고 속이 쑥 내리가겠냐, 그 생각이 나더라. 나두 이만하면 아직 썩지 않았구나. 나 괜찮은 놈이지, 그지?>>

<<병신 꼴갑하네, 떡함지에 엎어져서도 떡 한입 못베먹는 놈이 웬 구설이 그리 많은거냐 응? 하긴 나도 니와 똑같은 병신이긴 하지만, 허허헛.>>

맥주잔을 굽낸 남수가 긴숨을 토해냈다.

<<넌 좋겠다, 이제 지긋지긋하던 보토리생활도 끝이 났으니까. 우리 재수씨 돌아왔으니 얼마 좋겠냐? 있을때 잘해, 그 노래 정말 잘지었지? 암튼 소중히 여겨라, 소중히, 꽃이 지듯 젊음은 쉬이 가니라. 이제 우리 마누라도 오면 난 다신 내보내지 않을테다. 침대에 고이고이 눕혀놓고 쫄딱 벗겨 빤쯔까지 다 빨아줄거다. 내가 그러지 않으면 정말 남자가 아니다.>>

말이 속되 보이나 올올이 한이 맺혀있다. 의지의 눈물 빛이 반짝인다. 그래, 넌 좋은 남편이 될게다. 이제 너희들은 깨가 쏟아지게 살것이다. 내가 복선녀와 결혼했더라면 어찌 되였을까? 저런 부러움이 없이 행복했을까?…

나는 깜작 놀라 고개를 저었다. 위험한 생각이였다.

나는 와이프를 사랑하고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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