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 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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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 선발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09.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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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우의 수필 156>

 

申 吉 雨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서울 서초문인협회 회장  skc663@hanmail.net

 

   사장이 면접을 12시부터 하라고 시간을 늦추었다. 면접위원들은 10시로 예고되어 있다며 곤란해하였다. 이미 9시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사장은 12시부터 하라고 지시했다.

   11시가 되자 대기실은 술렁대기 시작하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불평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짜증을 내는 사람도 생기고, 말소리도 점점 커졌다. 줄담배만 계속 피우는 사람도 있고, 가끔 속상한 소리를 한 번씩 내뱉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왜 지연되는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일절 설명해 주지 않았다.

   “에이, 더러워. 이놈의 회사 아니면 뭐 갈 데가 없나?”

   개중에는 이런 못할 소리까지 하는 사람도 있었다.

   면접은 12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예상 시간보다 반밖에 걸리지 않았다. 사장이 한두 마디씩만 묻고는 바로 돌려보내라고 하였기 때문이다. 응시자들은 문밖을 나서자 또 한 마디씩 불평을 하였다.

   “이걸 묻자고 두 시간씩이나 기다리게 해? 빌어먹을 놈들.”

   이제 면접은 끝났다는 심정에서 화풀이하듯 쏘아붙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중역들은 9시부터 너덧 시간을 꼼짝 않고 모니터 화면을 보고 있었다. 특히 대기 장소에서의 언행을 주의 깊게 살폈다. 누가 참을성이 있고, 자세를 흩트리지 않는 이가 누구인가를 눈여겨보았다. 끝나고 나간 뒤의 태도도 놓치지 않았다. 실상 면접실에서의 면접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일을 해낼 능력 위주로 사원을 선발하였다. 그래서, 선배들이 많이 퍼져 있는 명문대학 출신을 선호하고, 성적 우수자를 우선적으로 뽑았다. 이에 따라 각급 학교에서는 성적이 최고의 덕목이고, 명문대학에 가야만 장래가 보장된다고 채근했다. 성적만 우수하면 문제아도 ‘품행 방정’이라 했다. 이런 풍조가 대학이 350개가 넘는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능력은 성적순이 아니고, 일은 실력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회사는, 갖가지 크고 작은 능력자들이 함께 살며 일하는 곳이다. 직장인은 단순히 같은 직장에서 맡은 일을 각기 하며 지내는 사람들이 아니다. 여러 동료와 함께 살며 더불어 일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우선이고, 일을 하는 것은 그 다음이 된다.

   그러므로, 일부러 두 시간을 기다리게 하고, 그 동안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살피는 것도 학벌이나 실력보다 평소의 삶의 태도와 행동의 성실성을 보다 중요시한 것이다.

   사원 선발은, 더불어 살며 함께 일할 사람을 뽑는 일이다. 그러므로, 학벌과 성적보다 몸에 밴 삶의 태도와 행동이 얼마나 진실하고 성실한가가 보다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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