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복권 당첨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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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복권 당첨자의 말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09.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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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우의 수필 155>

 

申 吉 雨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서울 서초문인협회 회장  skc663@hanmail.net

   시골에 사는 한 엿장수가 복권을 샀다.

    비가 내려 엿도 잘 팔리지 않아 일찍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주인이 복권상자의 뚜껑을 열자 복권 한 장이 바람에 날려 흙탕물에 떨어졌다.

   그는 그 복권을 주워 손바닥으로 물기를 닦았다.

   주인이 바꿔 주겠다고 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는 그냥 그것을 샀다.

   그런데, 그것이 일등으로 당첨이 되었다.

   “모두가 도둑놈으로 보이더라구요.”

   서울의 은행 본점에서 돈을 찾아 문을 나서면서부터 사람들이 다 그렇게 보이더란다.

   거리의 사람들도, 타고 가는 택시를 뒤따라오는 차들도 모두 자기를 쫓아오는 것만 같았다.

   타고 가는 택시의 운전기사까지도 눈치를 채고 외진 곳으로 몰고 가 돈을 빼앗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사람들이 모두 굶주린 귀신처럼 보였다.

   만나는 사람마다 학비다, 약값이다, 도와달라 하고, 보험을 들라, 물건 좀 사 달라 야단이었다.

   한 동안 보지 못한 사람까지 찾아와서는 졸랐다.

   안면을 몰수하고 모두 거절하니, 친척은 원수가 되고 친지들은 등돌리게 되었단다.

   당첨금으로 방앗간을 차려 살기는 어렵지 않게 되었으나, 고아 아닌 고아처럼 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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