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양보뢰(亡羊補牢)” 그리고 실추된 우리들의 모습 되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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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양보뢰(亡羊補牢)” 그리고 실추된 우리들의 모습 되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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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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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시대의 전국책(戰國策)에는 “망양보뢰(亡羊補牢)”라는 이야기가 있다.
망양보뢰(亡羊補牢) 즉 “양을 잃고서 우리를 고친다.”는 뜻으로 그 유래를 살펴보면 이렇다.

중국 전국시대의 초나라 양왕은 신하 장신이 정사에 노력할 것을 충언하자 욕설을 퍼부었고, 장신은 조나라로 잠시 몸을 피한다. 후에 진나라가 초나라를 침공하자 양왕은 도망치며 장신의 충고가 옳았다는 것을 뉘우친다. 후에 그를 불러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더니 이에 장신이 “토끼를 발견한 뒤 사냥개를 불러도 늦지 않고, 양을 잃은 뒤 즉시 양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습니다(見兎而顧犬, 亡羊而補牢). 초나라는 아직도 수 천리 땅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여기에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아닌 그래도 기회가 있으니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한중수교가 이루어지면서 우리 중국동포와 고국간의 왕래는 빈번해졌는데 친척방문으로부터 시작하여 연수, 노무수출, 참관방문, 유람 등등의 명목으로 우리들의 한국행이 많이 넓어졌다.

이는 우리가 높은 장성(長城)을 뛰어넘어 새로운 바깥세상을 만나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또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에서 여느 민족보다 먼저 선진적인 문화와 접촉하고 경제적으로 먼저 치부할 수 있는 기회로도 되었다.

허나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이 좋은 조건과 기회를 아끼고 유용하게 이용한 것이 아니라 남용하고 말았다.

가짜 약을 팔고, 친척방문을 가서 그대로 불체하여 친척들에게 피해가 가도록 하였고, 연수생으로 갔다가 월급이 적다고 계약이고 뭐고 헌 신짝같이 내동댕이치고 일터를 떠났다. 벌어온 돈도 흔전만전 써버리며 나쁜 습성만 키웠다.

결국 먼저 한국으로 간 사람은 갔지만 그들의 한탕주의로 뒷사람들의 한국행은 점점 어려워졌다. 한국행이 어려워지니 가지각색의 방법과 수단을 쓰기 시작하였다. 그럴수록 한국정부는 우리 중국동포들의 한국비자에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고 우리도 우리 자신을 믿을 수 없어 연수나 노무수출도 엄청난 보증금을 내는 등 강한 조치를 취했고 결국 중국동포라면 아예 부정하는 정도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한국행이 힘들수록 밀입국, 가짜 결혼, 가짜 부모, 가짜 참관단, 가짜 유람, 등등의 가짜가 범람하면서 우리 중국 동포들의 이미지는 금이 갈대로 갔다. 그 대가로 무법, 무지와 불신용이란 불미스러운 이름들이 우리들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한 인간, 한 지역, 한 민족, 한 나라의 이미지는 실로 중요하다. 이미지의 좋고 나쁨에 따라 그 인간, 그 지역, 그 민족 , 그 나라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는 시장경제라는 글로벌시대에 아무런 준비도 경험도 없이 경기장에 뛰어들었다가 결국 우리들의 이미지만 손상시켰고 따라서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일구어 세운 기반마저 흔들리게 되었다.
한중수교 10여년 우리는 물질적으로 많은 것을 얻었지만 금전으로도 살수 없는 많은 것을 잃었다. 그중 우리들의 이미지 손상은 앞으로도 우리들의 발전의 길에서 걸림돌로 남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깨달은 오늘 그에 대한 복구사업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인 것도 아니고 일이 잘못된 뒤 아무리 뉘우쳐도 어찌할 수 없다는 후회막급(後悔莫及)도 아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넋두리가 아닌 지금부터 재빨리 수습하면 그래도 늦지 않다는 망양보뢰(亡羊補牢)라도 시급하고 필요한 것이다.

실리는 없다고 하지만 우리를 동포로 인정하는 한국의 새로운 동포개정법은 그래도 고무적이다. 동포법의 실질적인 시행정책과 우리 모두가 바라는 자유왕래 등의 실현이 산 넘어 산이라고 하지만 그 것을 앞당기는데 우리들의 실추된 모습을 되찾는 노력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우리 자신들마저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 그렇게도 초라하게 보인다. 그래서 우리들의 잃어버린 모습을 되찾을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그런 목소리 또한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우리민족성원이라면 우리 자신들의 실추된 모습을 되찾고 싶은 마음은 저마다 간절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우리들의 실추된 모습을 어떻게 되찾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한마디 말이나 하나의 행동이 내 자신만이 아닌 우리 전체 중국동포들의 이미지형상과 이익에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매사를 좀 신중하게 그리고 코앞의 이익만이 아닌 장원한 이익을 염두에 두고 행한다면 머지않은 앞날에 우리들의 모습은 예쁜 모습으로 변할 것이다.

누구를 위함이 아닌 우리 자신과 우리 후대들을 위해서라도 실추된 우리들의 모습을 되찾는 길에 우리 모두 성의껏 나서서 함께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재한중국동포들을 주축으로 세워진 “재한동포회”가 우리들의 실추된 모습을 되찾고 고국간의 거리감을 축소하기 위해 회원들이 한달에 한, 두 번씩 한국의 불우이웃돕기활동을 시작한 것은 우리 모두의 귀감이다. 작지만 너나없이 일상화하기에는 벅찬 일을, 불법체류라는 딱지를 달고서도 나름대로 그런 의미 있는 활동에 동참하는 모든 재한중국동포들에게 진심으로 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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