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중동포,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상태바
재중동포,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 운영자
  • 승인 2003.11.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11월 21일 긴급 교포정책 간담회 열려...

한파 속 긴급 교포정책 간담회-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 속에서 11월 21일 서대문 4.19기념도서관에서는 교포문제연구소 주최로 긴급 교포정책 간담회가 열렸다. 서울과 수도권 8개 교회에서 약 3,000명의 중국교포들이 ‘고향에서 살 권리’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기 시작한 지 꼭 8일째 되는 날이었다.
불법체류자 일제 단속이 시작된 지 일 주일, 이미 5,640명의 재중동포들은 국적회복 신청과 헌법소원을 제출해 놓고 있는 상태이다.

해외교포문제연구소 김상현이사장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당시 재중동포의 법적 지위를 우리정부가 적극적으로 외교문제화하지 않은 것이 지금의 재중동포 문제를 야기한 근본 원인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재중동포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아 최악을 피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강구할 때라고 말했다.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

이어서 서울조선족교회 서경석목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재중동포들은 한번도 자발적으로 한국국적을 포기한 적이 없으며, 따라서 재중동포들의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는 마땅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족 동포들은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위해 혹은 도저히 한반도에서 살 수 없어 만주로 떠난 사람들의 후손이다. 상해임시정부에 세금까지 낸 이들을, 아이러니컬하게도 대한민국 정부는 자국민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오고 있다.
1992년 한중수교 당시에 한국은 국내의 실업난과 안보상의 이유로 재중동포에 대한 지위 협정을 거론할 만한 환경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심각한 중소기업 인력난을 겪고 있는 현재는 외국노동 인력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적응이 빠른 재중동포들의 유입이 사회적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또한 한국기업이 중국 진출을 하는 데 있어서 교두보 역할을 할 사람들도 바로 중국교포라는 주장이다.

한국국적 회복하겠다. 33%

그러나 재중동포들이 무더기로 한국 국적을 회복하게 되면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선 중국 내 조선족 사회가 붕괴될 것이라는 견해와 그로 인해 중국과의 외교적인 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이와 같은 우려에 대하여 서경석 목사는 재중동포가 한국국적을 무더기로 회복해 조선족 사회가 급속하게 붕괴할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견해라고 말했다. 재중동포를 대상으로 여러 차례 여론 조사를 해본 결과, 한국국적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경우 어떻게 하겠는가? 하는 질문에 한국국적을 회복하겠다고 대답한 동포는 불과 33% 정도였다고 밝혔다.
한국국적을 회복하게 되면 중국국적을 포기하고 그에 따르는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얘기이다.
만일 입국자가 몰리게 되면 영주권 제도나, 한국에 필요한 인력에게 우선적으로 국적을 주는 등 적절하게 속도조절을 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서경석목사는 재중동포에게 국적회복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면 중국조선족 사회도 살아나리라 전망했다. 중국의 조선족들은 급격히 한족화 하고 있는 추세이며 이와 같은 속도라면 조선족의 미래는 길어야 20-30년을 내다보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서경석목사는 밝혔다.
재중동포들이 철저하게 우리말을 유지해온 결과 중국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재중동포들이 중국에서 홀대받지 않도록 하려면 한국정부가 적극적인 재외동포 보호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족이 한국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면 중국정부는 빠져나가는 조선족을 잡기 위해서라도 우대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이다.

재중동포의 한국국적회복 중국정부는 반대할 것인가?

한마디로 중국 정부는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 서경석목사의 주장이다. 중국 또한 외국에 있는 화교들에 대하여 국적을 선택할 권리를 주어 중국국적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는 것과 중국이 북한과 맺은 ‘이중국적해소 조약’이 그 근거이다. 중국은 북한과도 교포에 관한 협약을 맺어 재중교포들의 의사에 따라 중국내 조선국적자의 신분을 보장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한국과의 협약만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것인데, 오히려 한국 정부는 재외동포법에서도 재중동포만을 제외하는 등 재중동포들의 지위와 권리를 외면하고 있다.
3,000여 명의 재중동포들과 함께 단식을 하며 ‘고향에 돌아가 살 권리’ 찾기 운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서경석목사는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불법체류를 합법체류로 전환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무산시키기 위함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만, 억울한 사람, 딱한 사람, 한국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에 대한 구제책을 마련하는 등의 보다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외동포법 개정과 국적회복 두 가지 모두가 해법

국정경영원 이종훈원장은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온 것에 대해 정부에서 일하는 한 사람으로서 죄송스럽다”면서 재중동포문제 해결 방안으로 재외동포법이 제정되었으나 재중동포에 대한 조항은 빠진 기형적인 법이 되었다고 밝혔다.
이원장은 우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강제추방은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말하며, 재외동포법의 개정과 국적회복 운동은 재외동포 문제 해결의 해법으로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가치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조선족의 친구들 장영국공동대표 또한 법무부심의조정위원회를 구성해서 구체적인 제도개선과 행동지침을 만들어 지금의 강제추방 사태는 반드시 유보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외동포를 방치하고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위헌

지난 11월 13일 5,640명의 재중동포는 법무부에 국적회복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들의 신분이 합법적이지 않으므로 접수를 받을 수 없다며 접수를 거부했다.
국적법상, 우리 국민이 국적을 상실하는 사유는 ‘자진하여 다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재중동포들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당시 일률적으로 중국공민의 지위를 받게 되었다. 재중동포들은 자발적으로 중국국적을 취득하지도, 한국국적을 포기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지위를 가지고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러한 현실이 헌법에 명시된 평등권, 행동자유권, 거주이전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에 위배된다고 보고 헌법소원을 내기에 이른 것이다.
재중동포들의 이번 헌법소원 제소를 맡은 정대화담당변호사는 “자주적 입법 노력을 하지 못한 정부는 일제의 가장 큰 피해자인 재중동포들을 위해 지금이라도 전향적, 포용적 입법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방치돼온 재중동포들의 지위와 권리를 되찾으려는 시민단체들의 노력이 과연 얼마만큼 입법부를 움직일 수 있을지 주목해 볼 일이다.

/동북아신문 신혜진객원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