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국생활체험기 (이창림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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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국생활체험기 (이창림 수기)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09.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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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외국국적동포 생활수기공모상>

중국에서 조선족으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로서는 좋은 일자리는 얻을 형편이 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부모님한테 물려받은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공장에 취직하여 하루하루 생계를 연명하는 것뿐이었다.

결혼적령기가 되어 결혼을 하였으나, 마땅한 집을 장만할 여유가 전혀 없어 쪽방을 월세로 얻어 신혼생활을 시작하였다. 비록 나는 공장에서 일을 하였으나, 정식 직공이 아니라 임시공이었다. 임시공으로 내가 받은 그 당시 월급은 기껏해야 중국 돈 약 2백원 정도로 한화로 약 30,000원이 되지 않는 적은 액수였다.

이 돈으로 월세를 내고 나면 나와 내 아내 그리고 갓 태어난 아이 세 식구가 먹을 쌀조차 살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어 처가의 신세를 져야 했다. 쌀과 채소를 처가에서 얻어 와서 한 달, 한 달을 먹고 살 수 있었다. 그나마 임시직 자리도 공장장이 새로 오면서 잃어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3식구가 겨우 살아가던 중 실직은 가장인 나에게 엄청난 경제적 압박으로 작용하였다. 앞이 전혀 보이질 않고 막막하던 때에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듣고 무작정 한국으로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번의 실패 후 두 번째 수속을 하고 오는 과정에서 큰 빚을 졌으나, 우여곡절 끝에 1999년도에 한국으로 올 수 있었다.

한국에 오기만 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 같은 마음이었으나, 막상 불법체류자로 살아가려니 보통 괴로운 일이 아니었다. 언제 잡혀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항상 조바심을 가졌다. 떨어지는 낙엽소리에 놀란다는 말처럼 경찰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려 먼 길을 돌아가야 했다. 일을 하면서도 언제 단속이 들이닥칠지 몰라 마음 편히 일도 할 수 없었다.

겨우 일자리를 찾아 열심히 일을 하여 빚을 갚을 수 있었으나, 그 과정에서 3달 동안 받은 월급을 몽땅 도둑맞은 적이 있었다. 또 열심히 일을 하고도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렇지만 불법체류자였던 지라 달리 어디 가서 하소연조차 하지 못한 채 가슴으로만 애를 태우면서 숨죽이고 살았다.

불법체류자로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도 견디기 어려워 몇 번이나 돌아가려고 하였다. 그러나 빚과 가족들 때문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던 중 2006년에 불법체류자 자진출국 정책이 내려왔다. 나는 망설이이 않고 자진 출국을 한 후 1년 뒤인 2007년에 5년짜리 방문취업 비자를 받고 다시 입국하였다.

자진출국 하기 전에 나는 전자회사에 다니면서 기술을 익혔고 또 그 회사로부터 신임을 받았다. 재입국 후에 나는 다시 그 회사를 찾아가서 정식 계약을 맺고 일을 하기 시작하였다. 합법신분으로 일을 하게 되자 그렇게도 마음이 편할 수 없다. 길을 가도 더 이상 주위를 돌아보면서 잡으러 오는 사람이 있나 살필 이유도 없이 당당하게 걸을 수 있다. 직장에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열심히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합법이 이렇게 좋을 줄 정말 몰랐다.

합법적으로 체류하게 된 내게 두 가지 더 좋은 일이 생기고 있다. 하나는 회사에서 인정을 받아 반장 직책을 맡아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법무부가 같은 공장에서 4년 6개월 이상을 일하는 동포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정책을 시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미 2년 이상을 같은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나는 앞으로 2년 반만 더 그 회사에 일을 하면 영주권을 얻게 된다.

한국에 친척도 아무 연고도 없는 내가 오직 동포라는 이유로 조국에 와서 일을 하고 앞으로 영주권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나의 꿈은 영주권을 얻어 아내와 가족과 함께 살기 좋은 조국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이 꿈을 위해 나는 열심히 일을 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정부에 바라는 것은 내 아내도 절차를 밟아 입국할 수 있도록 입국규제를 해제해 주십사 하는 것이다. 내 아내는 밀입국을 하여 불법 체류하던 중 2004년에 실시된 자진출국기간에 신고를 하고 출국을 하였다. 이런 경우 5년이 지나면 입국규제가 해제가 된다고 하여 출국 후 5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마침 올해가 출국하고 나서 5년이 다 차는 해가 되어 아내는 무연고동포시험을 치렀으며, 좋은 성적을 거둬 추첨 대상에 포함 되었다. 나는 아내가 추첨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걱정은 추첨이 되더라도 만일 입국규제가 해제되지 못해 입국하지 못하면 어찌하나 하는 것이다. 나로서는 아내가 자진출국 기간에 신고를 하고 출국 한 사실과 또 출국 후 5년이 지났다는 사실을 감안하여 입국규제 문제에 대해 선처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최근 한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동포들의 입국이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한국으로 오겠다고 몇 년을 기다리고 벼르고 있던 동포들이 실의에 빠져 있다. 동포의 입장에서 보면 그래도 한국은 중국동포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여유가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어버이의 나라가 더 큰 고통을 당하는 동포들에 대한 배려를 소홀히 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창림 lchl3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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