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申 吉 雨 :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 남한강문학회 회장 . skc663@hanmail.net
봄 언덕을 오르다가 제비꽃을 만났다.
잔디 사이로 솟아오른 진보라 꽃빛이 참 귀엽다.
초록색 잎은 누런 잔디에 대조되어 더욱 산뜻하다.
다소곳이 숙이고 있는 꽃모습이 부끄러워하는 소녀 같다.
이렇게 예쁜데 오랑캐꽃이라니.
나는 반가운 마음에 제비꽃에게 물었다.
“너는 사람들이 밉지 않니?
보고 오랑캐꽃이라 하는데.”
그러자 제비꽃이 대답했다.
“제비가 돌아올 무렵에 핀다고 제비꽃이라 하고
오랑캐가 식량을 뺏으러 올 때 피어서 오랑캐꽃이라 하는데
그건 다 사람들 생각이지요.
제비나 오랑캐가 오지 않아도
우리는 때맞춰 꽃을 피울 뿐입니다.”
나는 무안해서 또 물었다.
“왜 이렇게 바람이 찰 때 꽃을 피우니?
더 있다 따뜻할 때 피지“
그러자 제비꽃이 이렇게 말한다.
“그때는 많은 꽃들이 피니 저같이 작은 꽃을 찾나요?”
그렇다.
꽃이 작아 꿀도 적으니 잘 안 찾아올 수밖에 없지.
하지만, 꽃이 별로 없을 때에는 찾아오게 된다.
드물고 적은 것은 다 귀하고 소중하다.
내가 부족한 경우에는 남보다 부지런해야 하고
남들이 몰려들지 않을 때를 택해야 한다.
이 어찌 제비꽃의 경우만이겠는가.
사람들의 삶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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