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과 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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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과 국밥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09.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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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우의 수필 149
 

 

申 吉 雨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서울 서초문인협회 회장  skc663@hanmail.net

 

음식을 먹는 방식을 보면 대체로 두 가지 형으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하나는 음식을 다 준비해 놓고 먹는 공간형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음식이 준비되는 대로 먹는 시간형 방식이 그것이다.

   공간형(空間形)은 음식을 바로 먹게 하고 식사를 빨리 끝내는 것을 중시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 방식은 시장한 경우나 큰 잔치에 적합하다. 인사나 정담은 뒤로 하고 우선 배고픔부터 해결하며, 같은 시간대에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할 수 있게 하기에 알맞다. 기본 반찬에 국밥이나 국수를 말아 내는 혼례나 회갑연, 특히 야외 행사에서의 식사 방식이 거의가 공간형인 것은 시간 절약을 위한 것으로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집에서도 공간형 식사는 일반적이다. 때마다의 식사나 손님상도 다 차려 놓고 먹게 한다. 반찬은 물론이고, 국이나 찌개도 다 익혀서 내놓는다. 생선이나 고기도 굽고 볶아서 금방 먹을 수 있게 한다. 그러므로, 상차림은 공간형 식사의 준비 과정으로 필수적이다.

   이와는 달리, 시간형(時間形)은 음식의 맛을 즐기며, 먹는 일 자체를 중시하는 식사 방식이다. 따라서, 시간형은 소규모의 단체 친목 회식이나 즐거운 모임에 적합하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친한 사람들과 정담을 나누면서 느긋하게 식사를 하기에는 십상인 것이다. 고기를 직접 뒤집으면서 구워 먹거나, 보글보글 끓는 냄비를 뒤적여 익히면서 찌개를 국자로 떠먹는 것은 시간형 식사의 대표적인 것이다.

   집에서도 시간형 식사는 공간형과는 다른 맛을 가져다준다. 잿불 화로에 알밤을 구워가며 익는 대로 집어다 먹는 것도 그렇고, 알맞게 달군 철판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부쳐진 적을 젓갈로 찢어서 호호 불어가며 먹는 맛이란 시간형 식사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는 식사의 즐거움을 갖게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사시간은 비교적 짧은 편이다. 공간형 식사를 주로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반찬과 음식을 다 차려 놓아야 식사를 하게 한다. 생선이나 고기까지도 굽거나 볶아서 내놓기가 일수다. 좀 식으면 데워서 갖다 놓는다. 밥이나 고기류, 국과 찌개 같은 주요 요리가 하나라도 완성되지 않으면 아직 덜 되었다고 기다리게 한다.

   그러므로, 준비가 덜 된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는 것은 실례가 된다. 그래서, 차려진 대로 우선 먹게 하고 주요 음식을 마련되는 대로 추가로 하나씩 갖다 놓는 일은 여간해서는 하지 않는다. 특별히 매우 시장하거나 급히 떠나야 할 경우라 하더라도 주요 품목을 먼저 마련해 주고 기타 음식을 추가하는 방식이 쓰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시간형 식사를 불편하게 여긴다. 시간이 너무 걸리기 때문이다. 오래 환담할 이야기 거리가 부족하고, 그런 생활 습관이 안 된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특별한 경우나 특수한 음식이 아니면 시간형 식사 방식을 선택하려 하지 않는다. 도리어, 식사를 담소하며 오래 하고 있으면 무슨 이야기가 그리 많고 그렇게도 할 일이 없느냐고 못마땅하게 여긴다. 식사 중에는 쩝쩝 소리를 내거나 잡담하며 웃는 것도 못하게 가르친다. 식사 시간에는 식사만 하고 딴 짓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예절 생활도 작용하고 있다.

   여하튼, 공간형 식사 방식은 식사의 즉시성(卽時性)과 시간 단축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물론 식사 준비의 시간이 길고 과정이 복잡한 단점은 있다. 하지만, 식사를 즉각 하고 빨리 마치고자 하는 입장에서만 보면 공간형 식사는 매우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같은 공간형 식사 방식에서도 보다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창안하여 생활해 오고 있다. 말아먹는 방법과 비벼 먹는 방법이 그것이다. 물이 위주인 국이나 찌개 같은 것에는 밥을 말아먹으면 시간이 반감된다. 여러 가지 반찬을 한꺼번에 다 넣고 비벼서 먹어도 시간이 많이 절감된다. 여기서 나온 것이 국밥과 비빔밥인 것이다.

   실제로 국밥과 비빔밥은 여러 가지를 늘어놓는 공간 배치를 대폭으로 줄이는 편리성도 가지고 있다. 준비의 간편성도 매우 높다. 준비와 식사의 시간 단축은 물론이다. 그러므로, 국밥과 비빔밥은 공간형 식사 문화권의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비빔밥은 영양 섭취를 골고루 하게 하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그래선지, 우리나라의 비빔밥이 1999년도에 열린 스페인 국제기내식 콘테스트에서 최우수 기내식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준비의 간편성 및 배식의 편리성과 함께 시간의 절약이 크게 좌우된 것 같다. 물론 비빔밥의 고른 영양가와 독특한 맛도 한 몫 했으리라고 본다. 좁은 공간에서 국물 없이 반찬을 고루 먹을 수 있는 비빔밥은 항공기 기내식으로는 아주 적격이었을 것이다.

   국내 항공사의 국제노선에서도 비빔밥은 기내식으로 인기가 많단다.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선호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식사의 간편성과 함께 시간 절약, 거기에 고른 영양의 섭취와 맛도 좋은 비빔밥의 장점이 적중한 것이다.

   비빔밥, 이것은 한 마디로 공간형 식사 방식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맛있는 음식이다. 그러기에, 우리나라를 두 번이나 찾아와 공연한 가수 마이클 잭슨이 올 적마다 비빔밥을 즐겨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비빔밥은 이제 기내식은 물론, 세계에서 매우 인기 있는 음식으로 각광을 받을 것 같다. 불고기, 김치와 함께 한국 음식의 국제화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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