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봉양과 뜻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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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봉양과 뜻봉양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09.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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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우의 수필 145>

 

申 吉 雨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서울 서초문인협회 회장  skc663@hanmail.net

 

증자(曾子)가 아버지 증석(曾晳)을 봉양하는데, 그는 술과 고기를 드리게 되면 그릇이 비워질 때에 반드시 더 드릴 것인가를 물었고, 남은 것이 있느냐 물으면 반드시 ‘있습니다’고 하였다.

   증석이 죽은 뒤 그의 아들 증원(曾元)이 증자를 봉양하게 되었는데, 그는 반드시 술과 고기를 남겨 두고는 그릇이 비워져도 더 드릴 것인가를 묻지 아니하였고, 남은 것이 있느냐 하고 물어도 ‘없습니다’고 대답하였다. 장차 한 번 더 드리려 함이었다.

   둘 다 부모를 정성껏 봉양한 것은 같다. 그러나, 증자는 부모의 뜻을 즐겁게 해드린 봉양이고, 증원은 입만을 즐겁게 해준 봉양이다. 입봉양은 의식주를 편안하고 즐겁게 하는 것으로 그 기쁨은 그때뿐이지만, 뜻봉양은 마음을 즐겁게 하고 정신을 상쾌하게 해주어 오래 남게 된다. 그래서 소학 내편(小學內篇)에, “어버이 섬김을 증자처럼 함이 옳다” 하고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자녀들이 독립하여 따로 살기 때문에 부모를 직접 봉양하지 않고 산다. 가끔 효심이 일어 찾아뵙기도 하지만, 그저 먹을 것이나 많이 사다 주고 용돈이나 두둑하게 드리면 큰 효도를 한 것으로 착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입봉양만을 효도로 알고 그마저도 가뭄에 콩 나듯 한다.

   그런데 이러한 것이 어찌 부모 봉양하는 데에만 그렇겠는가? 자녀들을 양육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원하는 대로 다 사주고 바라는 대로 모두 해주면 가장 크게 자녀를 사랑하고 정성을 쏟은 것으로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내가 못 먹고 못 입고 못 해본 것을 너희들에게만은 다 하게 해주고 싶어서, 온갖 것을 다 사다가 입히고 신기고 먹이며 가지고 쓰게 하고 있다. 고급 의류에 유명 상품의 것들로도 부족해서 요즈음에는 값비싼 외국제로만 갖추어 주고는 부모로서 할 일을 다 했노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때로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아이들이 대신으로라도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앞서서 쉴 틈도 주지 않고 학원이다, 도장이다, 개인지도다 하고 매일 매시간 재촉하며 살고 있다. 자녀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아예 염두에도 없는 것 같다. 자식들을 통한 대리만족이라도 조금 느끼면 대단한 것이라도 한 양 자랑하기에 바쁘다.

   부모에 대한 효성(孝誠)이나 자녀에 대한 자애(慈愛)가 기본적으로는 다 같은 것이다. 그들을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대하고 무엇을 중요시하여야 하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의식주를 비롯하여 그들이 생활하는 데에 필요하고 좋은 여러 가지를 바라는 대로 해주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이 무엇을 하고자 하고 어떠한 삶을 바라는가를 먼저 살펴서 마음을 즐겁고 편안하게 해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늘날의 부모들은 자신들의 부모 봉양을 증원처럼 양구(養口)만 생각할 뿐 증자와 같이 양지(養志)할 줄은 모른다. 그래서 자녀 양육도 양지할 생각은 않고 양구 쪽으로만 자꾸 마음을 쓰고 있으니 그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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