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정책과 문화관광
상태바
원주민 정책과 문화관광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09.04.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길우의 수필 144>
사진삽입 사진삭제
 

申 吉 雨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서울 서초문인협회 회장  skc663@hanmail.net

 

오스트랄리아의 원주민은 영국인들이 이주하기 시작할 무렵에는 25만 명 정도가 살았다고 한다. 영국인들은 이들이 흉악한 미개 민족으로 자신들의 호주 정착에 큰 방해자라 생각하였다. 그래서, 이주민들은 이들을 공격하여 점차 불모지인 호주 대륙의 가운데로 몰아넣고 거기에서 살게 하였다. 그런 결과로 원주민의 수효가 16만 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이에, 호주 정부에서는 원주민들을 보호하고 문명화시켜 함께 살도록 정책을 바꾸었다. 러시아를 뺀 유럽의 1.5배나 되는 770만㎢의 광대한 땅에 총인구 1600만 명밖에 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주민들의 힘이 워낙 약해서 더 이상 압박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백인들의 이주 역사가 겨우 200여년밖에 되지 않아서 호주의 문화로 내세울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호주의 발전과 문화 발달에 원주민들의 역할과 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한 것이다. 이런 결과로 현재 호주의 원주민 수는 20만 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이러한 근래의 역사와 정부의 정책 속에서 원주민들의 삶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졌다. 하나는 문명과는 끝까지 차단하고 자신들 고유의 원시적인 삶을 고수하며 사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문명인들의 지원과 협조를 받으며 자신들의 생활방식을 지켜 나가는 방식이다.

   첫 번째 방식으로 사는 원주민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사는 지역의 외부인 출입을 막고 있으며, 일체의 지원이나 원조를 거부하고 오직 수만년 전부터 살아오던 방식대로 살고 있다. 오늘날 호주 정부는 7개의 주 가운데에서 북중부 지역을 원주민 자치주(Northern Territory)로 하고 있는데, 특히 울루루(Uluru)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한 원주민 거주 지역은 통치도 그들의 추장에게 위임하고 있다고 한다.

   두 번째 방식으로 사는 원주민들은 시간이 갈수록 유익성과 편리성 등으로 점차 문명에 물들고 있다. 이들은 호주 정부의 원조나 지원도 받으며, 여러 가지 생활 용품이나 도구들도 외래의 것을 들여다 쓰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호주는 관광객 유치에 국가적 차원에서 힘쓰고 있는데, 그 자원은 남다르게 다양한 자연 풍광(風光)과 오랜 역사에 특이한 전통을 가진 원주민들의 생활(生活)과 문화(文化)라고 한다. 이러한 관광 자원들은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어서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1995년도 총 외국인 입국자 수는 200만 명이 넘는데, 한국인도 14만 명이나 되었다.

   이에 따라, 역사가 짧은 호주 정부는 이 지역에서 오래 동안 독특한 삶과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원주민들의 삶과 전통과 문화를 적극 보호 육성하면서 현대화와 다양한 분야로의 파급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실제로 여러 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원주민들의 삶의 모습과 풍습은 물론, 그들의 놀이와 춤과 신앙적 의식 같은 것은 다른 데에서는 볼 수 없는 아주 독특한 것이어서 그것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각종 도구와 연장, 그릇과 기구 같은 생활용품들과, 옷이나 모자나 여러 장식품 등도 인기 있는 관광 상품이 되고 있다. 근래에는 원주민들의 공예품과 수예품, 그림이나 조각 같은 것을 수집하여 전시하고도 있다.

   한편, 현대적인 도구나 재료, 각종 물감 등도 제공하여 보다 현대화하거나 응용 개발한 작품들도 생산하도록 하고 있다. 잡화상이나 전시장에서 원주민의 것이거나 그런 형태의 것이 많이 보이고, 일용품에도 원주민들의 무늬나 그림이 새겨진 것들도 많았다.

   시드니의 주립미술관에도 2개 층에 걸쳐 원주민들의 다양하고 특이한 생활상과 예술, 문화 등을 알 수 있는 각종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원주민들의 그림은 특이하다. 그들의 그림은 모두 얇은 나무껍질에다 5가지 색만을 이용하여 점과 선으로만 그려져 있다. 구체적인 사물을 그렸다기보다는 추상화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많고, 구상화라 하더라도 실물처럼 그리지 않고, 간단하게 도안화하여 전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얼른 보면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의 그림처럼 보이고, 살펴보면 현대 추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보기로 설명하면, 사람은 ㄷ자 형태의 둥근 말굽쇠 모양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이것은 다리를 개고 앉아 있는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 본 것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가운데에 동그란 고리 모양을 그리고, 그 주위 사방에다 터진 부분이 가운데의 원을 향하도록 말굽쇠 모양을 그려 놓으면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나타낸 것이 된다고 한다.

   이러한 그림들을 둘러보면서 원시(原始)와 현대(現代)는 어쩌면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만큼 호주 원주민들의 그림은 유치하면서도 수준이 높아 보였고, 이해가 쉬운 듯하면서도 어려운 느낌을 주었다.

   그들의 장승 조각들도 우리의 것과는 사뭇 다르다. 한 키 이상의 큰 나무를 깎고 다듬어서 아래위로 두 남녀가 새겨져 있는 것이 특색이다. 또한, 장승은 언제나 아래쪽에 여성이 위쪽에 남성이 조각되어 있는데, 남성은 하늘을 여성은 땅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성의 유방과 남성의 성기는 비교적 크게 새기고, 남성기는 6시 방향으로 아래로 향해 있는데, 그것은 곧바로 여성에게로 힘을 보내는 것으로, 둘 다 풍요를 상징한다고 한다. 이어서 둘러 본 뉴질랜드 마오리 족이나 우리나라의 조각품에서 볼 수 있는 하늘로 치켜든 남성기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호주의 원주민 보호정책과 원주민 문화의 육성 지원 정책은 이웃 나라인 뉴질랜드에서도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들의 역사와 구성원이 호주와 비슷한 데에서 같은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그리고, 두 나라가 모두 그것을 매우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여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의 배가 되는 호주와 뉴질랜드가 원주민 보호정책과 원주민의 문화와 삶을 육성하여 관광자원화하는 모습들을 돌아보면서, 퍽이나 부러웠다. 우리의 것은 다 시원찮고, 우리의 생활과 전통과 문화는 모두 낡은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만연되어 있고, 거꾸로 외국의 것 선진국의 것이라면 무조건 좋고 훌륭하고 옳은 것으로만 여기며 사는 풍조가 많은 우리 자신들을 뒤돌아볼 때, 한편 안타깝고 한편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오랜 역사(歷史)와 전통(傳統), 그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수천 수만 년 전부터 그 땅의 민족이 면면이 쌓아온 귀중한 재산이요 정신이다. 그리고, 고유하고 독특한 문화(文化)와 삶의 모습, 이것도 또한 천대 만대로 세습(世襲)되고 계승되어 이어져 온 그 민족만의 유산(遺産)이요 얼인 것이다. 이 어찌 한 시대에 만들고 한두 세대에서 이룩할 수 있는 일인가?

   경제적으로 부유한 선진국들이, 원주민들만이 가지고 있는 오랜 역사와 뿌리 깊은 전통을 내세우고, 고유한 문화와 독특한 삶의 모습 등을 진실로 값지고 소중하게 여기면서, 세계 속에 자랑하고 심으려고 애쓰는 활동 등을 보면서, 선진국이 선진의식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새롭게 느꼈다.

   우리도 선진의식(先進意識)을 가질 때이다. 반만년의 역사(歷史)와 유구한 전통(傳統), 찬란한 문화(文化)와 훌륭한 유산(遺産)이라 떠들어대기만 해서는 소용이 없다. 우리는 이들 선진 문명국들의 관광정책 한 가지만이라도 깊이 생각해 보고, 진실하게 받아들이고 응용할 줄 아는 깨달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되풀이해 보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