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토)날 점심무렵, 한 삼십대 중반의 남자 B가 기자를 찾아왔다.
“여기 신문사인가요?…너무 기가 차서, 기사 제보하려고 해도 너무 창피해서 올까말까 망설이었어요. 말이 안 나오네.”하고 젊은 친구는 어색하게 웃었다. 말하자니 그렇고 말 하지 않자니 분을 삭일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들어보니 너무 한심한 사기행각이었다.
대림 전철역을 빠져나와 길을 가려고 하는 데 웬 60대 점잖은 노인이 까만 승용차(그랜저)에서 내려 그한테 접근했었다.
“아저씨, 잠깐만요.”하고 그를 불러 세우더니 차에 들어오라며 물건 좀 봐달라고 했다.

“이것 다 해서 900만원인데 조선족아주머니가 300만원에 사겠다고 해서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요. 그런데 갑자기 일이 있다고 지방에 내려갔어요. 돈도 좀 급하고 해서 싸게 처분하려고 하는데…”
이에 B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끌렸다.
"난 돈이 없는 데요…"
"그럼 얼마 있어요?"
B는 지갑을 열어 보이며 21만원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럼 안 돼겠네…다 줄 수는 없고요, 이건 올림푸스 카메라인데 시중에 400만 원 해요. 여기에다 커풀 금시계까지 덤으로 주겠소. 내가 밑지는데…할 수 없지, 바꿔 술 사먹으라 준 것이니 아저씨가 덕 보면 아저씨 복이지. 허허." 하고 21만원을 챙기는 것이었다.
B는 올림푸스 카메라 광고를 본 적이 있었다. 카메라도 크고 디자인도 괜찮아 보이는데다가 커플 금시계 두 개를 덤으로 받은지라 흡족해 했다.
그래서 차에 내려 승용차가 떠나는 것을 보다가 몸을 돌리려든 찰나 이상한 생각이 번쩍 들어 차번호를 기억해 두었다.
승용차는 이내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급히 올림푸스 카메라를 꺼내 보니 가짜 카메라가 아닌가. 디지털카메라도 아니고 필림 넣고 찍는 구식으로 만들었는데 화면 받아들이는 렌쯔도 막혀있었다.
B가 운전수가 알려준 핸드폰 번호에다 대고 전화를 하니 전화는 꺼져있었다.
너무도 분한 그는 경찰서에 가서 고소를 하였다. 그러나 경찰서에서는 물건은 돈을 주고 샀기에 사기가 아니라면서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고 한다.
B는 기자한테 이렇게 말했다. "제가 창피한줄 알면서도 이렇게 찾아온 것은, 우리 조선족들이 힘들게 돈을 벌어서 저처럼 멍청하게 사기당하지 말라고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B의 말대로 우리 동포들도 정말 어렵게 번 돈을 망탕 쓰지도 말아야 하거니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기를 당해 돈을 떼우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