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떨어지는 해와 빛을 잃어가는 무리
해와 하늘과 빛과 생명 1풍경
‘해가 집니다.’ 바람이 말하고
‘돌아갈 때입니다.’
새가 숲을 향하다.
산은 성벽을 이루며 하늘 막아서고
어선은 고독을 태우며 몸을 줄이다.
음모의 대기아래 초설이 잉태하면
한 바퀴 돌린 시침이
새로 각도를 늘이고
마른 잎 흩날릴 때
마음 서러워지다.//
해의 풍경
한 오리 투명한 해의 빛은 척추 같은 나무의 줄기를 스쳐 잠든 땅 위에 연한 자국을 남기고 그 자국에 또 다른 하나의 줄기의 진한 그림자를 그려놓고 그 풍경에 또 하나하나의 잎의 조심스러운 흔들림을 담뿍 담고 그 위를 청신한 바람으로 정성스레 다듬어 멀리 떠있는 구름의 달음질을 소래채로 옮겨놓고 그 위에 따스함이 첫눈처럼 소북이 쌓이다.
또 다른 한 오리 빛발은 거친 뿌리에 비추어져 대응되는 풍경을 깊숙이 감추다.
때가 되어 해가 빛을 거둘 때 나는 해의 풍경을 지나간 시간에 저장하여 다가오는 시간을 밝히며 긴 끈 끝에서 흔날리는 연처럼 어두워지는 밤의 가는 비를 맞으며 생을 누리다.//
해의 의미
하늘 끝 뻗어간 커튼을 열어 제치며
해의 따스함은
바다의 손바닥만 한 자리를 덥히다.
무덤 같은 바다의 깊이에
레이저처럼 아침 햇살이 스미다.
식객 같은 이들은 잠이 둔하고
설객 같은 이들은 숨소리 잃어
높고 낮음은 가리어지다.
돌아갈 길 바람에 흔들리고
분홍이봉 되어 꽃이 떠가고
산의 모퉁이에 붉음이 칠 되고
하늘이 검푸르게 형태를 드러내다.
별이 안 보이는 대낮을
해는 몰고 와
또다시 산의 모퉁이가 칠 되고
빛이 내려 간지러운 그 자리에
정열이 다 흩어진 새가
갈 곳 없이 깃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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