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申 吉 雨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서울 서초문인협회 회장 skc663@hanmail.net
꿈은 꿈일 뿐이다. 잠에서 깨고 나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사랑스런 모습에 얼이 빠지고 그와 나누던 달콤했던 사랑의 속삭임도 자고 나면 그만이다. 발이 떨어지지 않아 두려움으로 어쩔 줄 모르는데 긴 손톱을 펼쳐 보이며 달려들던 마귀의 모습도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 버린다.
꿈이란 이처럼 한 순간의 환상(幻想)일 뿐이다. 그것도 현실에서가 아닌,잠잘 때 꿈속에서야 나타나는 것이다. 한낱 실체가 없는 허상(虛像)이요,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순간의 일일 뿐이다.
그러나,꿈은 꿈일 뿐일까? 깨고 나면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다고 해서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일까? 꿈속의 세계가 실체가 없다고 하여 정말로 아무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만 생각할 수 있을까?
물론 꿈은 꿈이다. 분명 현실도 아니다.
그러나,꿈은 소중하다. 참으로 값진 것이다. 때로는 현실의 삶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실제로 겪은 꿈에 대하여 잠시 생각해 보라. 그러면,그것이 절대로 헛되기만한 환상은 아니라고 판단될 것이다.
가령,그 생생하게 사실처럼 보고 겪었던 꿈속의 체험들을 생각해 보자. 나무들을 모두 쓰러뜨릴 듯이 휘몰아치던 폭풍우며,밑바닥도 없을 것 같던 천 길 벼랑 아래로 떨어지던 일,크로즈 업 되어 다가오던 사랑스런 그 환한 얼굴이며,강렬하게 쏘아보던 상대방의 싸늘한 눈빛 등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는가?
더구나,그 들뜨고 흐뭇했던 분위기와 가슴이 마구 떨리던 순간들,등뼈의 골수에 침이라도 꽂혀지듯 하던 짜릿한 느낌과,깊은 물속에 가라앉으며이것이 죽음이구나여겼던 감정 등,이처럼 온 몸이 저려올 만큼 강렬하게 겪었던 꿈속의 느낌과 감정과 생각들을 어떻게 한낱 쓸모없는 것으로만 돌려버릴 수가 있겠는가? 이러한 것들은 현실의 세계에서는 도저히 만날 수 없고 겪을 수 없는 소중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꿈은 비현실로서의 존재 가치가 있다. 심리적으로도 감정을 풍부하게 하고,정신적으로도 많은 깨달음을 갖게 한다. 잠을 깨고 나서야아! 꿈이었구나!생각하고는 때로는 아쉬워도 하고,때로는 다행으로도 여기게 되는 것을 무의미하다고만 할 수 있겠는가?
꿈은 실제 삶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가, 또는 현실적인가는 그리 문제되지 않는다. 꿈은 기본적으로 초현실성(超現實性)과 환상성(幻想性)의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루어낼 수 없는 큰 것이거나,비현실적인 환상의 것일수록 우리들의 마음을 보다 들뜨게 하고 더욱 즐겁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러므로,현실 세계에서의 꿈도 잠 속에서의 꿈처럼 우리에게 삶의 의욕을 일으키고 살맛을 가져다준다.
그래선지,사람들은 여러 가지 꿈을 갖고 많은 꿈을 꾸며 살고 있다. 정치가는 야망 성취(成就)를 꿈꾸고,사업가는 부유(富裕)를 꿈꾸며,학자는 진리 탐구를 꿈꾼다. 화가나 조각가도 그렇고,음악가와 문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늙고 젊거나 가난하고 부유하며 지위가 높고 낮은 것을 가릴 것 없이 누구나 꿈을 꾸며 산다.
꿈은 삶의 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자신의 꿈의 실현을 위해 항상 꿈꾸며 산다. 그 꿈이 이루어지고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그러므로,사람들은 늘 꿈속에서 살며 꿈을 그리면서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꿈은 어느 것이나 멋진 것이다. 잠결에 꾸어지는 꿈도 그렇고,현실의 삶 속에서 꾸는 것도,예술가들이 꾸는 꿈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꿈이 무서운 것이었다 하더라도 즐거운 회상으로 가슴에 남고,이루지 못하고서도 항상 마음속에 남아 들뜨게 한다. 그러기에 흡족한 작품 하나 지어내지 못하고 살면서도 예술가들은 언제나 꿈을 꾸며,아름다운 추억처럼 꿈을 되새김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꿈이 사실이 아닌 환상이요 현실 세계가 아닌 꿈속의 세상이라 하지만,꿈을 꾸며 꿈속의 삶을 그리며 산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즐겁고 값진 것이 아니겠는가?
꿈은 또 하나의 삶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들의 삶을 살지게 하고 수를 놓듯이 우리들의 삶을 아름답게 만든다. 그러므로,꿈이 있고 꿈을 꾸는 사람은 희망과 즐거움이 있다.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얻는 것이 적고,사는 기쁨도 맛보기가 어려울 것이다. 꿈마저 꿀 수 없고 꿈도 가질 수 없는 삶이라면 정말로 얼마나 슬픈 일인가?
꿈이 있다는 것,그것은 살고 싶게 하는 별빛이다. 그리고 꿈을 꾼다는 것,그것은 확실히 우리의 삶을 맛있게 만들어 주는 삶의 양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