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며느리"라고 무시 불법체류자로 내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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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며느리"라고 무시 불법체류자로 내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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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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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시집 와 남편하고 월세방에서 살아왔는데 지난 5월 7일에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가 비자연기신청을 하니 가출로 신고 돼 불체자로 된 중국 동포 여인 박ㅇㅇ씨는 너무도 억울해 가슴을 치고 있다.

중국 길림성 연길시 태양향에 거주하는 박ㅇㅇ씨는 지난해 6월 중매 군에게 소개비로 인민페 2만원을 주고 한국인 김ㅇㅇ(45살, 경북 포항시)을 만나 국제 결혼하여 한국으로 왔다. 박선옥씨는 중국에서 김ㅇㅇ을 만나 결혼수속을 마친 뒤 얼마 되지 않아 그가 정신병과 신경병에 관한 약을 먹는 것을 발견, 영문을 물으니 교통사고로 머리를 좀 다쳤는데 별문제가 아니라 하였다. 김ㅇㅇ은 한국에 크지 않은 아파트도 있는데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큼직한 새 아파트를 사고박ㅇㅇ씨의 딸(14살)에게도 1차적으로 생활비를 중국 돈으로 10만원을 주겠다고 하였다. 박ㅇㅇ은 김ㅇㅇ의 말을 곧이듣고 한국행을 택했다.

한국에 와 보니 김ㅇㅇ의 말과 현실은 너무도 판이하였다. 김ㅇㅇ은 아무 것도 없이 시댁에 얹혀 살면서 형님이 운영하는 가게(양파도매)에서 잡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박ㅇㅇ은 억이 막혔다. 그러나 그녀는 시집을 온 이상 남편과 손을 맞잡고 열심히 일해 새살림을 꾸려 가리라 작심하였다. 6월 3일에 시집에 도착하여 3일 휴식하고 6일부터 남편을 따라 가게 일에 나섰다. 어떤 날에는 양파가 대형트럭으로 들이 닥쳐 그것을 전부 처리하고 나면 어깨가 시큼시큼해나고 팔다리가 퉁퉁 부어 저녁술을 놓기 바쁘게 쓰러지군 하였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한달을 일했다. 헌데 시댁에서는 한달 월급을 20만원 지불하였다. 그녀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 돈으로 중국에 있는 딸의 생활비와 학비도 모자랐다. 남편이 딸의 생활비를 1차적으로 주겠다던 중국 돈 10만원은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그녀는 분하고 억울했다. 아무리 중국에서 온 조선족 며느리라 해도 이건 너무 사람을 기시하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시형과 따지고 들었다. 그러자 시형은 화를 버럭 내며 ‘이 집에서 살기 싫으면 중국으로 돌아가라’ 하였다. 그녀는 눈물을 삼키며 참았다. 남편이란 사람은 저녁에 잠자리에서만 남편구실을 하고 모든 것은 형님이 하라는 대로 하는 위인이었다.

그녀의 고달픈 시집생활은 그럭저럭 몇 달간 지속되었다. 그러다 시집에서는 지난 음력설날 그녀와 아들을 월세 집으로 내보냈다. 그들은 입던 옷가지만 달랑 들고 빈 몸으로 쫓겨나는 식으로 세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세집에 들어서니 집안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가장집물은 제쳐놓고 물 컵 하나 없어 물도 마실 수 없었다. 그때 그녀의 몸은 인공유산으로 출혈이 심해 허약해 질대로 허약해져 꼼짝달싹 할 수가 없었다. 허나 그녀는 이를 악물고 새 생활을 영위해 나갔다. 몸이 좀 나아지자 그녀는 식당에 가 일했다. 남편은 형님네 가게에 가 일했는데 돈을 얼마 받았는지 집에다는 한 푼도 들여놓지 않았다. 시댁 식구들이 원망스러웠다. 허나 그녀는 한번도 그들 앞에서 얼굴을 붉히지 않고 조용히 대했다.

그런 와중에도 세월은 소리 없이 흘러 그녀의 비자 연기일이 다가왔다. 지난 5월 7일, 그녀는 남편과 함께 포항출입국관리사무소로 찾아갔다. 비자연기신청을 하니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시댁에서 가출하였다고 신고하여 연기할 수 없다고 하였다. 남편과 월세방에서 하루도 갈라진 적이 없이 오늘까지 살아왔는데 가출이라니?! 너무도 어이없어 출입국관리소 담당일군과 하소연하니 담당일군은 그들이 사는 월세 집으로 함께 와 확인하였다. 가출하지 않았다는 사실 앞에서 출입국관리소 일군들도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무슨 영문인지 그들은 시집식구들이 신고하였으니 시집식구들에게 용서를 빌고 합의를 보아야 연기할 수 있다고 하였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에 있는가? 그녀는 정말 원통하고 분하기 그지없었다. 그녀가 시집식구들과 영문을 따지니 시댁에서는 그녀가 아들과 대상이 안 되고 시집 식구들과도 어울리기 어려우니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것이었다. 산 설고 물선 타향에서 그녀는 어찌 할 길이 없었다. 그녀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시집식구들에게 잘못했다고 빌었다. 단지 자신이 중국에서 온 조선족이라는 이유로 기시와 천대를 받아야 했다. 시댁에 가 이틀이 멀다하게 가 빌었지만 시댁에서는 그녀의 용서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그녀의 비자연기신청일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하여 그녀는 시집와 10개월 만에 아무런 연고도 없이 불법체류자란 더러운 딱지를 달게 되였다. 5월 20일,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상경하여 서울조선족교회 인권센터을 방문했다. 김의종(서울조선족교회 인권센터)는 ‘포항출입국관리사무소에 직접 내려가 시비를 따져서라도 불법체류자란 그녀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주고 합법체류로 만들어 주겠다.’고 하였다.

박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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