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류수(리동렬 장편소설 연재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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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류수(리동렬 장편소설 연재 12)
  • 이동렬
  • 승인 2009.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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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남자와 녀자가 어느 골짜기로 들어섰다. 남자는 배낭을 멨고 녀자는 낫을 들었다. 녀자가 앞에서 걷고 남자가 뒤를 따랐다. 건너온 보뚝에는 돌이며 나무의 틈새로 강물이 세차게 빠져나간다. 늪지로 들어서니 쑥이며 풀이며 잔나무들이 제멋에 흥겨워 자란다. 하얀 갈꽃들이 어떤 깃발처럼 곳곳에서 기분이 좋게 나붓긴다. 녀자가 가끔 휘두르는 낫에 정오의 해빛이 상큼하게 베어져 번쩍인다. 뜸북이가 어디선가 물따먹는 소리를 낸다.

 

산은 서로가 닿고 골을 내서 아홉골짜기를 이뤘다. 남자가 왼쪽에 있는 한 골짜기를 가리켰다. 그 골짜기우에 수리개 한마리가 날고있다. 산과 산은 마춤하게 컸고 눈에 부드럽게 솟아있다. 느티, 버들, 단풍, 자작 등 나무들이 아래에서 선을 치고 락엽송, 소나무들이 가운데에서 선을 둘렀고 자잔한 참나무들이 웃부분에서 기선을 잡고있다. 새파란 빛의 무늬들이 아래로 쏟아지며 검푸렇게 번지다가 아름다운 다색으로 일렁인다. 거기서 산생한 서늘한 기운은 다시금 아래에서 우로 치닫아오르며 퍼렇게 뒤채이다가 산봉우리에로 파아랗게 솟굿는다.

 

골짜기는 서너마장 깊이 뻗어가 있다. 이번에는 남자가 앞에 서고 녀자가 뒤를 따랐다. 관목과 잡초들 사이에 좁은길이 나져있고 가운데쯤에 꽤 큰 개활지가 나타났다. 개활지의 왼쪽켠에 산이 옆구리로 낮고도 평퍼짐한 언덕을 삐죽이 내밀었다. 푸른 잔디가 보이고 주위는 진달래관목이고 뒤로는 무성한 소나무숲이 펼쳐져있다. 가운데는 짝을 이룬 봉분이 고즈넉이 자리잡고있다. 주인의 손길이 자주 닿아서 잘 가꾸어져있다.

 

둘은 주저앉아 한참 쉬다가 묘지로 가서 벌초를 했다. 삽시간에 일을 끝낸 그들은 묘지앞에 제사상을 조촐하게 차려놓았다. 남자가 술을 붓고 절을 하자 녀자도 따라했다. 크지 않은 돌비석에 이수형, 김지연지묘 라는 묘비가 한자로 새겨져있다. 생년월일은 1886년 6월 25일과 1900년 5월 20일, 타계한 날은 둘다 1945년 8월 12일이였다.

 

식을 끝내고 둘은 아래로 내려와서 풀을 베서 막을 짓기 시작했다. 한시간쯤 역사끝에 초막이 만들어지자 안에다 비닐을 깔고 남자가 먼저 들어가서 누웠다. 남자는 약간 찌든 풀내에 금방 녀자가 들어오는 상큼한 살내를 맡는다. 잔잔한 오색줄이 띄워진 반소매적삼이 녀자의 앞가슴을 잔뜩 치들게 했다. 남자가 손을 잡아끄니 녀자는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남자가 급한듯 배우로 녀자의 속옷을 걷어올렸다. 녀자가 몸을 빼며 뒤척일수록 남자의 완력은 더 억세만 갔다. 우유빛 배살이 유연히 올라가다가 깊은 계곡을 냈다. 단설기같은 젖가슴이 단단하게 솟아있다. 번들거리는 땀이 남자의 손길에 의해 한결 탄성이 붙었다. 자두같은 젖꼭지에 입술을 갖다대자 녀자는 금시 맥을 풀고 약한 신음소리를 냈다. 녀자의 손이 은연중 남자의 아래배로 깊숙이 찔러갔다. 혀와 혀가 입안에서 돌기 시작했고 다리와 다리가 아무렇게나 어울려 교감을 찾았다. 풀내 싱그러운 초막안에는 두 남녀의 거친 숨소리가 등천을 했다. 그녀의 손에 잡힌 남자의 페니스는 금방 터질듯 불거져있다. 남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강기슭에서 올리부는 바람이 골짜기로 몰려와서는 다시금 량쪽 산우로 급속히 회오리치며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의 혀끝에 참나무잎새들은 쪽빛하늘을 녹여내는 태양의 빛을 요염히 받아물고 한껏 설레일것이다. 아래에는 풍수지리 묘한 명당자리에 그의 증조부와 증조모가 고요히 잠들어있을것다. 그이들도 언젠가는 이곳에 풀막을 치고 자기들처럼 사랑을 나눴을지 모른다. 사랑은 그래서 력사가 있는 법이다.

 

남자가 일어나 녀자의 바지를 벗기려 했다.

“그러지 마!”

녀자가 단호하게 제지시켰다.

“그럼∼”

남자가 주춤했다. .

“응, 그냥, 그럇”

 

남자가 우에 올라앉자 녀자는 남자의 페니스를 젖가슴으로 포근히 감싸주었다. 이윽고 그 속을 파고들면서 부벼대자 남자의 머리속에는 허연 공백이 생겨났다. 그 공백의 한쪽 귀퉁이가 부자연스러워져갔고, 진디물이 생겨나는것 같았고, 마침내 어떤 독거미가 거기서 까나오는것 같았다. 남자의 그것은 드디어 악을 쓰듯 독거미를 향해 돌진했다.

 

악바리 독거미도 악을 쓰며 달려들어 페니스끝을 물어제겼다. 남자는 자지러지듯 소리를 지르면서 사정을 하고야 말았다. 남자는 녀자의 배를 베고 혼곤히 잠들어갔다. 녀자는 땀투성이가 된 남자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남자의 몸은 흥근히 젖어있었다.

밖에는 땅거미가 찾아들고있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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