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국적회복운동은 동포들에게 고향에 돌아와 살 천부적인 권리를 돌려달라는 운동이지, 동포들에게 한국국적을 갖도록 촉구하는 운동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정부가 동포1세 밖에는 국적회복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막힌 길을 터 달라는 요구를 한 것이다. 평소에 서울조선족교회는 한국정부와 정치인에게 “동포들이 원하면 한국국적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열심히 해 왔지만 당국이 들은 척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천명의 동포가 극한적인 방법으로 요구를 해야만 국적회복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었다. 그래서 작년 11월의 기회를 국적회복운동의 기회로 발전시킨 것이다. 국적회복은 조용히 해야지 운동방식으로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은 상황을 전연 모르는 주장이다. 앞으로 동포들에게 국적회복이 허용되면 동포들은 그야말로 조용히 국적 회복과정을 밟을 것이다.
둘째 동포들은 체류연장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서울조선족교회가 이러한 동포들을 이용해서 기만적으로 국적회복운동을 전개했다는 말도 사실과 맞지 않는다.
정부는 그동안 동포들에게 4년반의 체류를 허용했으므로 동포들에게 할만큼 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까지도 서울조선족교회는 “빚도 갚고 어느 정도 돈도 벌어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소한 5년은 있게 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상태에서 “죽어도 집에 못가겠으니 더 있게 해 달라” 혹은 “동포니까 있게 해 달라”라는 주장만으로는 정부를 설득할 수 없고 보다 근본적인 주장을 해야만 체류연장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었다. 우리가 국적회복운동을 한 이유가 여기 있었고 또한 이 생각은 옳았음이 입증되었다. 그래서 이 운동은 단기적으로는 체류연장, 근본적으로는 국적회복을 실현하고자 한 운동이었다. 하나를 위해 다른 것을 이용한 것이 아니었다.
셋째 대부분의 동포가 국내체류를 원했고, 국적회복을 원하지 않았으므로 국적회복운동은 잘못되었다는 주장도 잘못된 주장이다.
실제로도 국적회복운동을 원하는 동포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런데 설사 원하는 동포의 수가 소수였다 하더라도 국적회복은 반드시 되어야 했다. 국적회복은 요구가 많으면 정당성이 있고 그렇지 않으면 안주어도 되는 것이 아니라 한명이 요구하더라도 그 요구가 실현되어야 하는 그야말로 “천부적인” 권리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서울조선족교회는 그동안 동포들이 중국에서 사는 것이 더 유익하므로 중국에서 살 것을 권해 왔다. 나아가서 동포들이 스스로 중국에서 살기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국정부가 동포들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우리는 동포들이 “자발적으로” “좋아서” 중국에서 살기를 원한다. 한국에서 살 수 없으므로 할 수 없이 중국에서 사는 것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넷째 국적회복운동과 재외동포법 개정운동은 다같이 자유왕래, 자유취업을 추구하는 같은 운동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두 운동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국적회복운동은 처음부터 동포들에게 십년 정도 영주권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점은 미국 시민권을 따는 동포들이 그 전에 장기간 영주권자로 있기 때문에 한국인에게는 매우 익숙한 주장이다. 다만 어떤 선택이 한국정부에게 쉬울 것인가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강조점은 서로 다르더라도 두 운동을 함께 지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국적회복운동이나 재외동포법상의 혜택이나 하루아침에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는 없다. 혜택은 급한 사람부터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다섯째 국적회복이 한국에 호적이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점은 재외동포법도 똑같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다. 한국정부는 북한국적의 동포가 한국에 입국하면 무조건 한국국적을 준다. 그렇다면 당연히 북한에 호적이 있는 동포에게도 국적을 주어야 하고 또 너무 일찍 중국으로 갔거나 또는 호적자료가 말소되어 호적을 찾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국적을 주어야 한다. 서울조선족교회는 현재의 재외동포국적업무처리지침이 호적을 요구함으로써 사실상 평등권을 위배하고 있는 점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일을 추진 중이다.
이번에 계광현 요녕조선문보 사장이 토론회에 참석해서 중국에 사는 조선족 동포 대부분이 국적회복 기회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사실은 이점은 너무도 당연하다. 선택의 기회를 스스로 거부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에게 이런 기회를 주면 이는 동포사회를 죽이는 일입니다”하고 벌벌 떤다면 사람들은 “그렇게도 중국이 무서운가?”하고 생각하든지 혹은 “조선족은 저렇게도 판단력이 부족한가?”하는 생각밖에 하지 못할 것이다. 계광현 사장은 조선족이 판단이 부족한 사람들도 아니고 중국이 그렇게 무서운 나라도 아님을 보여주었다. 지당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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