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골 마을 초가집 처마밑에
홀로 나서 자란 깜또라지 한 포기
언제 어떻게 나서자라 무슨 꽃을 어떻게 피웠는지
새까만 열매 깜또라지
오뉴월엔 앞집 병아리에 뜯기고
칠 팔월엔 뒤집 강아지에 짓 밟혔다.
앞 집 아줌마 빨래불에 목욕도 했고
뒤집 할머니 김칫물에 절어도 봤다.
햇볕이야 있던 말던
수분이야 많던 적던
누구하나 관심하는 손 길 없고
남의 집 처마 밑에 살아가는 그 신세
가물때는 가물어 죽을 지경이고
홍수 날땐 홍수나 죽을 지경이구나
하늘 아래 온갖천대, 시련 겪으며
우악스레 살아온 그 이름, 깜또라지
받을때는 한 알을 받고
돌릴때는 만 알을 주는 구나
찬란한 꽃을 피워 사랑 받은 것도 아니오
먹음직한 과실을 내놓은 것은 더 더욱 아니다.
깜또라지 그 역사 얼마인지 몰라도
변할 줄도 모르고 이사 갈 줄도 모르고
남들이야 뭐라하든 오직 자기가 태어난 그 곳에서
우 악스레 ㅃ부리내려 열매 맺는 깜또라지
아, 나의 인생 깜또라지 인생
남은 인생 더 열심히 살아야지
박춘근(흑룡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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