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류수(落花流水 1)
상태바
낙화류수(落花流水 1)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09.02.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11회 흑룡강신문 신춘문예 수상작품 - 리동렬 장편소설>

   ▲  정지용 동상 곁에 앉아  
나는 마침내 길을 나서게 되었다.  와이프를 향한 어떤 오기였을까? 아닐 수도 있다. 와이프와 딸애는 공항입구에서 나를 내려놓고 곧바로 택시를 돌려세웠다. 딸애 영어수업시간이 빠듯이 다가왔기에. 해맑게 웃으며 손을 젖는 그녀들의 모습이 시야에서 인츰 사라져갔다. 그녀들은 나의 식구이고 이 세상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다.

나는 그날의 찌뿌둥한 하늘이며 눅눅한 바람을 잊지 못했다. 한줄금의 바람이 내 얼굴에 느닷없이 비방울을 뿌려왔고 나는 허둥거리며 공항입구를 향해 뛰여갔다. 어깨에 맨 가방 하나가 등에서 덜렁거렸다. 안에는 세면도구와 소설책 두권, 펜 하나, 그리고 려권과 약간의 인민페와 한국 국민은행 현금지급카드가 든 지갑이 전부였다. 카드는 안해가 부산에 있는 친구한테 부탁해 만들어온것이다.


공항로비는 탑승객들로 붐비였다. 마치 이 시대 이 고장의 어떤 흐름새를 보여주듯 연수나 친척방문, 섭외혼인차 출국하는 승객들이 많았다. 그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이 고장을 살찌우고 그들 가족들의 배를 따뜻히 불리고있었다. 바래러나온 친지들까지 섞이여 실내는 자못 소란스러웠다.


나는 벽에 붙은 금연포스터를 보면서도 담배를 붙혀물었다. 택시창가에 비꼈던 그녀들의 웃음결이 떠올랐다. 자신이 떠나고있다는 자체가 실감나지 않았다. 누구를 마중나온 기분마저 든다. 한 팔개월전에 나는 이곳 공항으로 오사카에서 귀국하는 와이프마중을 나왔었다. 오년삼개월만의 상봉, 딸애는 제엄마의 얼굴이 서먹한지 감히 다가서지 못하고 까만 두눈만 머룽거렸다.

 

 

와이프가 먼저 목멘소리로 불렀다. 진이야, 하고! 딸애는 그제야 제엄마 품에 뛰여들었다. 그녀들도 울고 나도 울었다. 곁에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혀를 찼다. 비색이 짙은 리별의 부산정거장,흘러간 옛노래 음률이 내 가슴을 적셔왔었다. 헌데 옛노래는 옛것이고 우리는 오늘에 살고있잖는가! 그래서 나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비환리합은 우리 생활에 그냥 관통되여오고있다 판단했다. 때론 먹고 살기 위해, 자식들 부양을 위해, 때론 보다 나은 생활과 부와 편리를 찾기 위해서이리라. 그렇다고 행복에 대한 확실성은 없어보였다. 불행은 얼마든지 길가에서 찢기고 너덜거리는 편의비닐주머니처럼 이 사회에 만연되고있었다.

 


나는 조용히 담배불을 비벼껐다. 욕심때문이지, 나는 그것을 분명 알고있다. 그런데 단지 욕심때문만일까? 그것만은 아닐것이다. 아무 리유없이 내가 떠나고있는것처럼 와이프도 이제 금방 오사카로 재출국수속을 밟을것이다. 먹지 못해 입지 못해 기약없는 리별을 하는것은 아니다. 스스로를 주체못하는 불확실한 환경과 의식에 자신을 맡기는것, 우리들에게는 모자라도 넘쳐나도 문제되는것이 있다. 우리는 아마 그렇게밖에 달리 선택못할것이다. 나는 내가 떠나면서도 떠나지 않고 떠나지 안으면서도 떠나고있는 불온자임을 어디까지나 자인하고싶다.


공항에 나온 나에게도 기실은 다른 선택은 없었다.

 


 

리동렬 : 중국 작가협회 회원

              장편소설집 "고요한 도시". "낙화유수"

              중단편소설집 "토양대", "눈꽃 서정"

              중단편소설 50여 편

              연변자치주문학상,  한민족글마당 소설상 등 10차 수상

              현, 동북아신문 주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