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의 병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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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의 병폐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09.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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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우의 수필 131>

 

申 吉 雨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서울 서초문인협회 회장  skc663@hanmail.net

 

 미국의 독립선언문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모든 인간은 하느님께서 동등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누구나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

   개개인의 평등과 인권을 존중하는 개인주의가 바탕인 것이다. 이것이 곧 미국정신의 핵심인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개인주의는 인본주의(人本主義)에서 기원한 것이지만, 직접적으로는 자유주의에서 연유된 것이다. 미국의 선조들이 신대륙으로 건너온 것은 자유주의가 바탕이었다. 그리고, 누구나가 자유롭게 살고자 했기 때문에 개개인을 존중하게 되고, 거기서 개인주의가 발달하게 된 것이다.

   개인주의는 점점 강화되면서 평등주의와 인권의식이 발달하게 된다. 그리고, 평등이나 인권, 권리 의식은 개인주의가 바탕이기 때문에 잠차 자기중심주의로, 나아가서는 이기주의로 잘못 변하게 되기가 쉽다. 또한, 그것이 자기보호 쪽으로 진전되면 최근에 미국 내에서 번지고 있는, ‘내 뒷마당은 누구도 절대로 손대서는 안 된다’는 식의 님비이즘(nimbyism:not in my backyard)으로, 자기만족 쪽으로 나가면서는 현재의 쾌락만을 추구하는 나우나우이즘(now-nowism)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개인주의가 이러한 양상에까지 이르게 되자, 미국인들은 개인주에 대한 재평가와 거기서 파생된 평등주의나 인권주의, 권리주의까지도 다시 따져보게 되었다. 오늘날 세계에서 최선진의 자유 민주사회를 이룩한 미국인들이 그런 사회 건설의 지침이요 이상 사회의 기준으로 보았던 자유와 평등․인권들에 대해서 회의를 느끼고, 삶의 기준으로써 지금까지 누려온 그것들의 거의 절대적이다시피 했던 가치 인식에 대해서도 재고하기 시작하였다.

   개인주의가 200여년 동안에 걸쳐 어떻게 변질 파생되어 왔으며, 그것이 그들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변화를 주었으며, 현대 미국 사회에서는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가를 살피고는, 오늘날 그들 사회의 문제들의 상당량이 이 개인주의에서 기인된 것임을 깨닫고, 이런 현실 사회를 걱정하게 되었다.

   실제로 1980년에 판결된 ‘폴슈엷사건은 그들의 이런 단면을 잘 말해 주고 있다.

   폴슈에회사 제품의 자동차를 타고 과속으로 운전하던 남자가 사고로 죽었다. 그러자, 그 유족들은 폴슈에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폴슈에 자동차의 핸들이 너무 매끄럽게 잘 움직여서 사고의 원인이 된 것이니 배상하라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많은 관심과 여론을 불러 일으켰는데, 미국의 배심원들은 폴슈에회사는 원고인 유족들에게 250만불을 지급하라고 평결하였다. 평균적인 운전사가 운전할 수 없는 고성능의 차는 결함 제품이며, 따라서 이 사고의 책임은 자동차 제조 회사에게 있다는 이유였다.

   뉴욕 지하철에 투신자살을 기도했다가 미수가 된 어떤 사람은 지하철 운전기사가 운전만 잘 했더라면 큰 상처는 입지 않았을 거라며 소송을 걸어 결국 시 당국으로 부터 25만불의 배상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일들은 오늘날 미국이 얼마나 개인주의의 병폐에 시달리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들이라고 하겠다. 좋게 보면 인권 존중이요 개인 권리의 승리라고 하겠지만, 그러한 문제로 그러한 소송을 내고 또 그러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정말로 옳은 일일까? 사람들이 제각기 자기만을 생각하고 자기 입장에서 자신의 인권과 권리만을 주장한다면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겠는가?

   인간 사회에 있어 자유와 평등과 인권이 아무리 중요한 요소이고 훌륭한 가치 기준이 된다고 하더라도, 너나없이 그것만을 추구하는 개인주의자들이 가득 찬 사회가 된다면 얼마나 많은 불평 불만과 시비와 소송이 속출할는지 모를 일이다.

   클라이슬러사를 빚더미에서 다시 일으킨 아이아코카 회장은 1987년 미국법조협회총회의 연설에서, 소송을 좋아하는 미국 국민들의 성격이 산업계에 큰 위험 부담과 의욕 감소를 가져오고 있어 미국의 국제경쟁력에 커다란 위협이 된다고 한탄했다. 자기이익 추구 위주의 잘못된 개인주의가 국가 경제에도 얼마나 심각하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가를 깨닫게 해 준다.

   개인주의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성과 걱정은 자꾸 나오고 있다. 워싱톤 시의 한 방송사 간부는 개인주의의 지나친 자기중심주의화에서 비롯된 미국의 타락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면서, “60년대부터의 성개방과 70년대부터의 마약 침투, 그리고 80년대부터 시작된, 아무 희망도 갖지 않고 사는 펑크족의 등장, 이 세 가지가 오늘날 미국을 좀먹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의 한 목사는 “오늘날 미국의 위기는 현대에 와서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다. 점차 신을 상실해 가는 종교의 위기에서부터 시작되어 개인만을 중시하는 교육의 위기가 더해지면서 형성된 결과”라고 하였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많은 이들이 오늘날의 미국 사회의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미국의 위기는 극복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80년대에 들어와서 더욱 강하게 불기 시작한 우리 나라에서의 개인주의의 물결은 아직은 우리가 더 많은 자유와 평등과 인권 존중의 민주 사회를 추구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잘못되어 우리도 고민하는 지금의 미국처럼 자기중심주의와 이기주의로 마구 퍼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우리도 머지않아 지금의 미국에서 번지고 있는 님비이즘이나 나우나우이즘으로까지 갈 것이 아닌가 걱정부터 앞선다. 선진국의 것이라면 아직도 무조건 따라 하려는 경향이 많고, 또 좋은 쪽을 본받기보다는 도리어 잘못되고 나쁜 쪽을 더 잘 뒤쫓아 가고 있는 것이 우리들이라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은 나라는 개인보다는 우리라는 공동체를 더 먼저 생각하며 살아온 전통을 가지고 있다. 오늘을 사는 우리라고 어찌 그 좋은 전통을 버리겠느냐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나의 염려가 쓸데없는 걱정이 되기를 빌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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