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국적법이 개정된 이후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 여성이 결혼한 지 2년이 지나야 국적을 신청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습니다. 이로써 외국 여성의 운명이 한국인 남편의 손에 달리게 된 것입니다. 남편의 동의를 통해야만 체류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되는 등, 한국 남성과 국제결혼 한 외국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장치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다행히 올 해 2월 다시 국적법이 개정되어 결혼한 지 2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에도 4가지 경우(남편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경우, 자녀를 출산한 경우, 남편의 귀책사유로 이혼한 경우)에는 국적을 획득할 수 있도록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가 아직 외국여성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남편의 귀책사유"라는 부분도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기준들이 좀 더 완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서로를 파악하지 못한 채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큰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많은 조선족동포의 경우 남편과 소개자의 말만 믿고 입국했다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결혼생활을 하게 됩니다. 낯선 이국 생활을 하는 조선족 여성에 대한 남편과 가족들의 무시와 차별의식은 그들의 결혼생활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평등하지 못한 관계에서 결혼 생활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국제결혼에 의한 피해 사례는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 그 동안 상담하신 경험에 의하면 어떤 피해 사례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까?
대체적으로 남편의 성격 파탄, 폭력, 성불능, 여러 가지 장애 등 갖가지 문제로 부부관계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동포 여성들은 이런 문제들로 인해 참다못해 집을 나가게 되는데, 한국인 남편은 가출 신고를 하고 혼자서 이혼소송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있습니다. 남편이 가출을 신고하고 이혼소송을 하면 6개월 후 법적으로 이혼 상태가 됩니다. 남편이 이혼소송을 했을 때 법원에서는 여성에게 그에 관한 서류를 보내도록 되어있는데 한국에서의 종적이 묘연하기 때문에, 한국을 들어오기 이전 중국의 주소로 서류를 보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피해 여성은 자신도 모르게 이혼을 당하게 되고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게 됩니다.
- 국적법이 올 해 2월 개정되어 남편에게 이혼의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여성이 국적을 얻을 수 있도록 되었습니다. 실제 외국 여성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고 보십니까?
"남편의 귀책사유"를 통해 국적을 얻기 위해서는 "남편의 잘못으로 이혼을 하게 되었다고 기록 되어있는 법원의 서류", "폭력으로 경찰에 구조를 요청한 기록", "폭력으로 인한 병원의 진단서" 등과 같은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피해 여성들은 그러한 정보를 모르고 있기 때문에 대다수의 경우 정부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당국에서 그러한 정보를 국제결혼을 하는 부부에게 널리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 한국 남성과 결혼한 조선족 여성들은 결혼생활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어떠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까?
한국 남성 중 사회적,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하기 힘든 사람들이 국제결혼을 선택하곤 합니다. 이로 인해 한국으로 시집 온 동포 여성이 혼자의 힘으로 온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또한, 처음으로 접하는 낯선 환경에서 가족들의 무시와 차별을 받고 있으니 적응하는 것이 더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남편과 시집이 친절하게 적응할 기간을 주기는커녕, 좋지 않은 편견을 가지고 대하고 있다는 데에서 그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 국제결혼 피해 사례를 줄이기 위해 정부의 어떠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올 해 초 국적법이 개정됐으니, 피해여성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단초는 마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구체적, 내용적으로 사실상 법을 운용하는 부분에서 미흡한 점에 눈에 띄고 있습니다. 국제결혼을 통한 부부 사이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남편의 귀책사유"에 대한 기준을 완화해야하고, 2년 안에 이혼 할 경우 "임시체류 허가증" 같은 증명서를 발부하여 2~3년 가량의 기간을 두고 다시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할 것입니다. 또한, 혼인 신고를 하거나, 서류 수속을 할 때, 안내문을 발부하여 법적인 정보나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양지시키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국제 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온 조선족동포 여성들은 문화의 이질감, 남편과의 불화, 주변 사람들의 편견과 무시, 정보의 부족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사람들의 인식 변화와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동포 여성들의 좀 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동포여성들 간의 커뮤니티를 활성화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상담을 통해 발생한 문제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 한-중 국제 결혼한 여성들의 모임 "초록빛둥지"
www.cafe.daum.net/greendg
여성긴급상담전화 : 국번없이 1366
▲ 신혜수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
1972년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여성운동에 뛰어들었으며, 미국 뉴저지 럿거스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92년부터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인연을 맺고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정신대 문제에 미온적인 일본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고, 매주 일요일 서울 조선족 교회에서 국제결혼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조선족동포 여성을 위해 상담을 하고 있다. 신 대표는 차분한 어조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국제결혼 피해 여성과 연관된 문제들에 대해 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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