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안방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잡고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행 가능성을 높였다.
북한은 11일 오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4차전에서 전반 29분 터진 문인국의 선제결승골로 사우디를 1-0으로 꺾었다. 북한이 공식 A매치에서 사우디에 승리를 거둔 것은 처음이다. 종전까지 북한은 사우디와의 역대전적에서 3무 3패로 절대적인 열세에 놓여있었다.
이날 승리로 조 예선에서 2승1무1패를 기록한 북한은 승점 3점을 추가하며 총 승점 7점을 확보했다. 같은 날 저녁 벌어지는 한국(승점 7점)-이란(승점 5점)의 경기 결과에 따라 조 2위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은 경기 초반부터 수비를 두텁게 하면서 역습을 노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홈 관중의 응원 열기를 등에 업고 유리한 흐름을 잡는 모습이었다.
선제골이 터진 것은 전반 29분. 아크 정면에서 홍영조의 힐킥을 사우디 수비수가 걷어낸다는 것이 문전으로 흘렀다. 골 지역으로 쇄도한 문인국이 이를 낚아채 골키퍼 정면에서 오른발 슛으로 연결하며 사우디의 골망을 흔들었다.
사우디는 후반 들어 공격수를 교체하며 만회골을 위한 반격을 펼쳤다. 그러나 결정적인 슛은 모두 골대를 벗어났다. 북한도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동시에 선수 교체를 통해 수비 안정에 무게를 싣는 변화로 응수했다.
한동안 팽팽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후반 38분 정대세의 결정적인 슈팅이 한 차례 무산된 후 곧바로 사우디의 역습이 이어졌다. 아크 왼쪽에서 알 카타니의 날카로운 슈팅이 터졌지만 골키퍼 리명국이 날아올라 손끝으로 쳐내며 선방했다.
이후 다시 북한의 공세에 불이 붙었지만 추가골은 터지지 않았다. 북한은 선제골을 끝까지 잘 지켜내며 사우디에 역사적인 첫 승을 거뒀다. 북한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