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개구리와 미국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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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개구리와 미국붕어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09.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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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우의 수필 130>
 

申 吉 雨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서울 서초문인협회 회장  skc663@hanmail.net

 

한국인에게는 몸에 좋다거나 정력에 그만이라 하면 무엇이든지 마구 먹어대는 속성이 있는가 보다. 속설로 퍼져 나가는 경우도 그렇고, 어쩌다 신문 방송에 나오기라도 하면 금새 그것을 구하려고 설치는 모습들이 자주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습성을 이용하여 어떤 사람이 미국산 황소개구리를 수입하여 길렀다. 우수 경칩 때만 되면 정력에 좋다는 개구리를 잡으러 개울마다 골짜기마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을 보고, 몇 배나 더 큰 황소개구리 양육 사업은 잘 될 것으로 믿어서였다.

실제로, 황소개구리는 길이가 17~20센치미터나 되고, 뒷다리는 길고 튼튼해서 자기 몸길이의 25배나 되는 4~5미터까지 뛸 수 있다고 한다. 우는 소리가 황소의 울음소리와 같다고 하여 황소개구리라 부른다. 특히, 힘살이 허벅지에 통통하게 붙어 있는 뒷다리는 프랑스 미국 등지에서 일품 요리로 이용되고 있다. 이처럼 크고 힘세고 통통한 살이 많은 황소개구리니 우리 나라의 작은 개구리에 비해 누구나 더욱 좋아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실패하고 말았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개구리는 식용의 개구리가 아니며 먹음직한 살이 많은 황소개구리가 아니라, 정력에 좋다는, 동면을 막 끝내고 있는 재래종 개구리였기 때문이었다. 결국, 양식장은 방치되고 황소개구리들은 그곳을 뛰쳐나와 여기저기로 흩어져 살게 되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개구리는 잡식성인데다가 덩치가 큰 황소개구리는 식욕도 왕성하여 붕어나 피라미 따위의 물고기는 물론 메뚜기나 벌레들도 가릴 것 없이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심지어는 몸집이 작은 다른 개구리들까지 잡아먹었다. 번식력마저 강한 황소개구리는 급속도로 증가하여 물속과 육지에서 멋대로 활개를 치게 되었고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었다. 그제서야 황소개구리의 피해를 알고 잡아 없애려고 야단법석을 떨게 되었다.

이런 경우는 미국붕어도 마찬가지다. 한강의 생태계를 조사 보고한 것을 보면, 90년 들어 2년 사이에 수십 종의 재래종 물고기가 멸종했는데 그 주범이 미국산 붕어인 ‘브루길’이었다. 이 붕어도 성질이 사납고 식욕이 왕성해서 자기보다 작은 물고기는 다 잡아먹고, 심지어는 자신보다 몸집이 더 큰 고기에도 공격하여 뜯어 먹기도 하였다. 이들이 한강을 누비며 설치게 된 것은 10여년 전에 치어 5만 마리를 도입하여 팔당호에 방류한 것이 원인이다. 해마다 사월 초파일에 이들을 방생해 온 것도 큰 영향이었다. 고기가 크고 잘 자란다는 점만 생각하고 연구 없이 수입하여 풀어놓고, 생각 없이 의례적으로 해마다 방생해 온 것이 이렇게 커다란 변화와 생태계 파괴를 가져오고 만 것이다.

꿀벌의 경우는 이제는 거의 서양벌의 천하가 되어버렸다. 그들이 더 힘세고 보다 공격적이어서 양봉이 수입되어 길러지면서 그들이 토종벌들을 토벌해버린 것이다. 더구나, 양봉의 왕성한 번식력과 민첩한 활동력으로 같은 수의 벌을 가지고서도 더 많은 꿀을 딸 수 있어서 양봉은 자꾸 분봉하여 늘여왔기 때문에 이들에 의한 천하통일이 쉽게 이루어졌던 것이다. 토종벌은 그 꿀의 가치가 서양벌의 것보다 더 높은데도 깊은 산간으로 쫓겨나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들에서 우리들이 깊이 생각하고 반성할 점은, 이런 현상이 자연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고 우리 자신들에 의해서 저질러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보다 나은 환경이나 더 나은 품종으로의 개선 개량이 아니라 순전히 인간 자신의 이익 추구나 무책임한 행위로 말미암은 것이기에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하나의 이익이나 한 가지 좋은 면만을 생각했을 뿐이지 거기에서 파생되는 일과 그에 따른 연쇄반응은 전연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자연의 이치는 엄격한 것이며, 생태계의 질서는 오묘한 것이다. 어느 한 종의 생물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것은 단순히 그것만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이 세상의 모든 생물들은 필요 없이 존재하는 것은 하나도 없으며, 그들은 서로 여러 면으로 관련되고 관계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땅에서 살고 있는 모든 생물들은 이 땅의 환경과 토양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들이며, 그들은 서로 의지하고 상호 보완적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을 보다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강남의 귤을 강북에서 탱자로 만드는 어리석음도 저지르지 말아야 하겠지만, 당장의 작은 이익을 위하여 장래에 더 많은 손해를 보게 되는 황소개구리나 미국붕어의 수입 방류 같은 어리석은 짓은 정말로 말아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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