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한국인삼(韓國人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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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한국인삼(韓國人蔘)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09.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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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우의 수필 129>

 

申 吉 雨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서울 서초문인협회 회장  skc663@hanmail.net

 

모든 자연 산물은 그들이 자라고 살아온 곳의 풍토와 환경에 따라 만들어진다. 따라서, 같은 종류의 것이라 하더라도 서로 모양이 같지 않고 성분도 다르게 된다. 식물도 그렇고 동물도 마찬가지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인삼(人蔘)이다. 삼은 여러 나라에서 나지만 우리 나라의 삼만큼 약효가 좋은 것은 없다는 사실은 세계에 오래 전부터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고 야생삼이나 인공으로 길러낸 인삼에 있어서도 그 점은 똑같다.

실제로 미국만 하더라도 야생삼이 많다. 처음에는 대단한 발견이라 하여 모두들 삼을 찾기에 빠졌고, 한때 그것이 동양에 수출되어 시장을 누비었었다. 물론 그 약효가 신통하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값이 뚝 떨어졌고, 급기야는 한국 인삼으로 둔갑하기도 하였다. 지금도 미국 위스콘신 주에서 생산된 인삼이 상품으로 외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가까운 중국에도 야생삼이 많이 난다. 중국을 거쳐 백두산을 가다가 그 입구에 있는 호텔 천지빈관(天池賓舘)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어 근처의 가게에 들어갔을 때 보기 좋은 위치에 ‘장백산 산삼(山蔘)’들이 실뿌리째 상자에 가지런히 담겨 죽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써 붙인 가격을 보니, 우리 돈으로 몇천원에서 1, 2만여원밖에 되지 않았다. 값이 그렇게 헐하니 그 효력 또한 떨어질 것은 뻔할 것이다.

인공으로 재배하는 인삼의 경우도 일본이나 중국의 것은 우리 나라의 것보다는 그 약효가 많이 떨어진다. 인삼은 같은 우리 나라에서도 지역에 따라서 잘 자라고 그렇지 못하기도 하며 약효도 같지 않다. 기록들을 보면, 중국에서는 옛날부터 우리 나라 인삼은 대단히 귀한 것으로 여겨왔는데, 신라삼(新羅蔘)․고려삼(高麗蔘)을 예찬한 글까지 있음에서도 알 수 있다. 오늘날에도 우리 나라 인삼은 외국인이나 교포들이 반기는 가장 인기 높은 선물 품목이 되고 있다.

이런 점은 비단 인삼의 경우만은 아니다. 은행나무는 다른 나라에 더 크고 더 잘 자란 것들이 많지만 그 잎에서 추출되는 성분― 순환기 및 신경 계통과 심장병 암 등에 특효하다는 성분들(징코 플라본 글리코사이드, 징코 빌로발리드, 징코 라이드 등)은 유독 우리 나라의 은행잎에 외국산보다 10~20배나 더 들어 있어서 독일에서 해마다 상당량을 수입해 가고 있다. 사과와 배도 외국에서 생산되지만 그 맛으로는 우리의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으로 이민을 간 교포들이 배 묘목을 가져다가 심은 결과 조그맣고 맛없는 배가 열렸고, 국산 고추씨를 월남에 심으니 작고 매운 고추가 열렸다고 한다.

물론, 다른 나라의 산물도 각기 이와 같은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 대나무는 일본의 것이 우리것보다 낫고, 바나나도 우리의 것보다는 대만산이 더 좋다. 포도도 프랑스의 것이 최상으로 치며, 귤도 제주도산보다는 미국산이 더 맛이 좋다.

그런데, 수입이 개방되면서 쏟아져 들어오는 농수산물들을 보면 무책임 무작정적인 것들이 자꾸 눈에 띈다. 더 맛이 있다거나 싸기 때문에서가 아니다. 고사리나 더덕 같은 각종 산나물들은 물론, 무말랭이, 도라지, 박고지, 호박이며 미꾸라지, 개구리, 뱀 같은 것들까지도 마구 들여오고 있다.

더구나, 그러한 것들이 수입품이란 표시마저 없는 것들도 있고, 심지어는 국산품으로 둔갑까지 하고 있다니 큰일이다. 수입국 표시가 없거나 가짜 국산품으로 둔갑하는 것은 그들의 성분이나 맛이 국내 산품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제는 세계적인 명산품인 인삼마저 국산품인지 아닌지를 따져야만 하게 되었으니 개탄할 일이다. ‘인삼’이면 될 것을 ‘한국인삼’이라야 하고, 그것도 믿을 수가 없어서 ‘진짜 한국인삼’이라고 하여야만 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한심한 일이다. 앞으로는 ‘진짜 참한국인삼, 진짜 참한국삼’이라고 불러야만 통하는 세상이 되지나 않을까 생각하니 서글픈 생각만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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