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깍쟁인가, 소원(疏远)해지는 인간관계
■ 출국하면 《흥부》, 귀국하면 《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년동안 연변에서 리혼한 부부는 1000쌍이상 된다. 물론 부부리혼의 원인은 여러가지겠지만 외국나들이로 인한 리혼이 조선족들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있는것만은 엄연한 사실이다.
한국에서 5년동안 일하다가 지난해 9월에 귀국한 엄영희씨(가명42세)는 귀국한지 얼마 안돼 남편과 리혼했다. 원인은 남편에 대한 불신때문이였다. 그가 한국에 나가 있은 5년동안 남편이 적막을 이기지 못하고 다른 녀자와 눈이 맞아 돌아가고 아들애가 초중도 졸업하지 않은채 어데론가 가출해서 가정이 존재의 리유를 상실했기때문이다. 엄영희씨는 남편이 리혼은 죽어도 못한다고 했지만 이미 부부정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5년간의 한국생활이 리혼이라는 중대한 결단도 별다른 주저심 없이 내리게 했다.
출국가정의 리혼사유를 살펴보면 부부 한쪽이 외국에서 아글타글 벌어 보낸 돈을 다른 한쪽에서 탕진해버리는 가정도 많은 비률을 차지한다. 부부 어느 한쪽이 외국에 나간 사이 남은 다른 일방이 놀음에 모든 밑천을 밀어넣는 사례, 망탕 먹고 쓰고 이성과 즐기는데 재산을 마구 탕진한 사례, 등으로 파혼한 출국가정 부부들이 많다.
한국에 돈벌이 나갈때는 돈벌어서 가족 모두 남못지않게 행복하게 잘살아 보자는데서 출발했을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항상 우리들이 애초 생각했던것과는 다른 길로 가고있다. 높은 리혼률에 이어 깨여지는건 단지 부부간의 상처와 아픔만은 아니다.
많은 출국가정 로인들이 자식들과 떨어져 천륜지락을 잊은채 외롭게 홀로 살고있으며 부부사이의 떨어져있음과 리혼 등으로 단친가족이 늘어나면서 부모사랑과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라는 리혼가정 자녀들의 바르지 못한 성장이 우려스럽다. 또한 이들이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과 청소년범죄도 기하급수적인 상승세를 보여 심히 우려되지 않을수 없다.
나는 깍쟁이인가, 소원(疏远)해지는 인간관계
한국에 갔다가 8년만에 돌아온 김철씨(가명39세)는 귀국후 항상 인간관계에서 장벽을 느낀다고 말했다. 귀국후 8년만에 친척과 친구들을 만났지만 만나는 사람들마다 그가 부자라도 돼서 돌아온것처럼 우는 소리부터 먼저 한다. 그리고는 얼마간이라도 도와주었으면 하는 눈치이다. 김씨도 비록 한국에서 8년간이나 일했다고는 하지만 귀국해서 갖추어야 할 물건들도 있고 또 구상해놓은 일들이 있기때문에 단 한푼이라도 다른 사람한테 돈을 꾸어줄 형편은 못되였다. 분명히 자기돈을 벌어왔지만 그 돈을 꾸어주지 않는다고 《한국에 갔다오더니 ‘서울 깍쟁이’가 다 됐네》하면서 등을 돌리는 사람들, 특히는 마음을 몰라주는 가까운 친척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친구들과의 장벽도 생겼다. 오랜만에 반갑다고 만나는것은 좋은데 한 친구를 만나면 이 친구, 저 친구 모두 다 련락해서 불러오고 그렇게 모여서는 《한국에서 돈 번 친구가 한턱 내야지》 하는 식으로 김씨가 술돈을 전액부담하는데 대해 친구들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는것이다. 그것도 한 두번이면 몰라도 맨날 그런식이니 친구들 만나는것도 싫어지고 그렇게 친구들과 만나는 차수가 줄어듬에 따라 친구들도 김씨를 《한국 갔다 오더니 짠돌이가 됐네, 돈은 있는 사람일수록 더 깍쟁이네》 하고 뒤손가락질하더라는것이다.
《돈은 들고 왔어도 마음은 행복하지 않다》는것이 많은 귀국자들이 겪는 인간관계의 말못할 무언의 장벽이다. 확실히 지금 많은 귀국자들은 수십만원 벌어가지고 돌아와도 쓸데가 많아 오히려 항상 부족한 느낌이라고 말하군한다. 과거 1000원도 채 안되는 로임에 의지해서 빠듯하게 살면서도 지금처럼 이렇게 큰 부족감은 느끼지 못했다는 사람도 많다. 돈은 벌었지만 돈이 더 부족한 느낌이 드는건 우리들의 돈에 대한 욕심과 허영이 그만큼 더 커졌기때문일것이다.
출국하면 《흥부》, 귀국하면 《놀부》
한국에 가서 돈만 벌어왔다 하면 많이 벌었건 적게 벌었건 상관없이 《노세, 노세》로 세월가는줄 모르는것이 많은 귀국 조선족들의 현재 모습들이다. 그야말로 출국해서는 마른일 궂은일 가리지않는 부지런한 《흥부》였지만 귀국해서는 손가락하나 까딱하기 싫어하는 《놀부》로 전락하는 셈이다.
《귀국후 왜 일하지 않고 노느냐? 》는 물음에는 모두들 《중국에서는 할 일이 없어 논다》고 대답한다.
중국에서 일해봐야 비정규직은 한달에 겨우 1000원좌우의 로임을 받는데 불과하다. 한국에서 한달에 인민페 1만원이상도 넘게 벌어본 사람들이라면 이만한 돈은 눈에 차지도 않을것이다. 이렇게 보면 많은 조선족들이 귀국후 일하지 않고 놀고만 있는것은 결국 《할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일의 대가와 보수가 너무 낮아서 《일 할 재미가 없다》는것이 더 알맞는 말이다.
출국해서는 마른 일 궂은 일 가리지 않다가 귀국해서는 일하기 힘들어하는것은 분명히 조선족사회의 병페적인 현상으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이다. 대다수의 조선족들은 깨알줏기식으로 재부를 축적할줄 모른다. 한입에 배불리 먹을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허무하게 덕대돈만 바라고 기다린다. 이런 관념의 지배하에서 큰 일은 능력이 없어 못하고 작은 일은 하려 하지 않아 보귀한 시간을 허비하고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문제는 지금 우리는 이미 한국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흥부처럼 일하던 사람이 중국에 돌아와 놀부처럼 맨날 일하지 않고 놀고 먹는다면 벌어온 돈이 아무리 많아도 조만간 거덜나게 될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현재 도시에서는 조선족이 신수리, 청소공, 가정봉사업 등 기피업종에 종사하는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많은 조선족들은 이런 직업을 남들이 얕잡아보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허송세월을 할지언정 이런 직업에 종사하려 하지 않는다.
우리 말에 《일 하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한국에 나가서 높아진 우리의 일자리에 대한 눈높이와 요구는 리해할수있다. 그러나 한가지만은 명확하다. 많은 조선족들이 한국에 가서 힘들고 어지럽고 위험했던 3D업종 일을 하면서 설음을 씹어삼키면서 《중국에 가서도 한국에서처럼 일하면 반드시 부자가 될수있을것이다》고 마음속으로 다졌던 생각을 떠올리는것이 바람직하다.
맨처음 많은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살아 보자》는 단순한 행복의 조건을 위해 힘든 한국행과 출국돈벌이를 시작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노렸던 행복의 조건과 지금 우리가 한국에서 돈벌어가지고 귀국한후 느끼고 있는 행복의 조건은 일치되는것일가? 귀국후 가정이 무너지고, 린색해지고, 인간관계가 소원해지고, 《할 일없는 놀부》로 전락되고…귀국후 바람직한것들과는 거리가 먼 너무나도 많은 마음 아픈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우리가 꿈꾸고 있는 행복의 조건이란 과연 무엇일지 궁금하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나가려하고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귀국하려 서두르고 있다. 금의환향으로 귀국하는 탕자의 마음처럼 귀국후 우리들도 어렵고 힘들었던 과거를 돌아볼줄아는, 그래서 현실이 더 소중하고 행복한 그런 삶을 살수는 없는것일가?
[인터넷길림신문 2009-01-27 오후 3:28:14/안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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