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아무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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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아무나 하나?!"
  • 이정숙
  • 승인 2009.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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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숙의 사는 이야기

[평어 양지를 바랍니다 -  저자 주]   세상이 말세인지 요지경인지 참으로 모르겠다. 性에 대해 전혀 모를 때에도 성인이 되면 남녀 모두 짝 찟고 살었는데, 性에 대한 광고 방송으로 하여 "구매"력이 높아져야 겠는데 그게 아니다.

찜찔방에 가면 추석이고, 구정날 마저 몇 십명이 잘 수 있는 여성전용실이 꽉 찬다. 여성전용고시원도 빈자리 찾기가 힘들다. 그녀 모두들 늙은 추녀가 아니었다. 누가 한국사람들 색을 밝힌다고 하였는가?!

韓中사회의 보편적 편견은 "한국생활 몇년 = 애인 있음"인데 그게 아니다. 내 주위에 피끓는 나이에 "이성사랑"을 죽이고, 10년 좌우 그림자와 동행하면서 노동에만 자기를 몰아 넣은 사람들이 널렸다.

일부러 절개를 지키기 위해서 보담도 운명의 작간이라고 본다. 인연이 있으면 길거리에서도 一見鐘情 한다. 미남, 미녀가 제 아무리 시퍼런 대낮에 눈에 불을 켜고 찾아도 팔자에 없으면 시린 옆구리 데울 배우자가 생기지 않는다.

검둥개의 거든, 황둥개의 거든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는데 "코드"가 맞는 사람 어데가 찾을가?! 더구나 이주노동자 신세에 무슨 시간에 애인 구경을 하겠는가?! 운 좋은 늠을 빼곤 말이다.

그러니 얻어 들은 소리로 바다 건너에서 스토커 하면서 끙끙 앓지 마시라. 의,식,주는 스스로 해결 못하고, 두뇌는 10년 전의 구닥다리 사고 방식으로 채워져 있고, 술, 담배에 쩔어 실제 나이보다 10년은 더 늙은 모양으로 낑낑 운신한다면 엄마, 아빠가 아닌 이상 누가 달갑게 받아주랴?! 부모라도 짜증을 낼 것이다.

낙담 말고 질질 짜지도 마시라, 한국 땜이라고 저주, 원망도 마시라. 많은 세월이 흘러 부부가 서로 만나서도 눈으로, 입으로, 몸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매체를 통해서 자기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오래전에 나에겐 절친한 친구가 있었다. 사람마다 부러워하는 원앙새 부부였다. 맘씨 착한 친구는 남편이 사흘만 집에 없어도 잠도 안 오고, 집안 일이 되는게 없어서 살수가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돈이 뭔지?! 그녀는 그런 남편과 생이별하여 아이를 키우고, 출근하면서 7~8년을 혼자 살았다. 기술자였던 친구의 남편은 입국후 줄곧 경상도 어느 지방에서 혼자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꼬박꼬박 돈을 모아 보냈다.

2003년 동포들의 한가위 추석 잔치날, 한강고수부지에서 나는 팜플렛을 나눠 주느라 바빴다.

"연이 엄마!" 소리에 머리를 들고 바라보니 나의 우상이었던 친구의 남편이었다.

"란이 아빠!" 너무 반가웠지만 이야기 할 틈이 없어서 전화번호만 교환했다.

그 후 어느 일요일, 의정부에 와서 일한다는 친구의 남편이 뚝섬으로 친구 만나러 왔다는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떠났다. 역의 작은 고깃집에서 술잔을 부딛치며 지나간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그토록 사랑하는 부인과 예쁜 외동딸을 8년 되도록 한 번도 못 만나고 사는 그가 더없이 애처롭게 보였다.

식사가 끝난 후 나는 관례대로 계산을 마쳤고, 그는 전철역에서 뜻밖에도 만원짜리 정액권을 끊어 내밀었다. 서로 잘 가라고 상행선, 하행선에서 손을 흔들었다. 지하철의 기나긴 검은 레루장을 내려다 보며...... 서초로 떠나는 차안에서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착잡한 마음에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흘러 내렸다.

그후 한 번, 나의 어여쁜 멋쟁이 동창생과 친구남편이랑(동창생의 시집과 친구의 남편은 한고향) 교회에서 예배도 보고, 식사도 하고, 노래방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갈라졌다. 우리 모두는 외기러기 신세로 사랑을 갈망하였지만, "토끼도 굴 앞의 풀은 뜯지 않는다"는 무언의 약속을 이행하였고,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았다.

苦盡甘來라고 고마운 고국의 덕분에 나의 이쁜 동창생은 지금 남편과 함께, 나의 친구와 그녀의 남편, 딸 역시 모두 한국에서 잘 살고 있다.

나에겐 한국에서 알게된 친자매보다 아끼는 8년 지기 (가명)란화씨가 있다. 그녀는 1999년에 40세 문턱을 밟기도 전에 남편과 외동아들을 떠나 오늘까지 입주가사도우미로 쭉 일해 오고 있다.

몸짱, 얼짱, 맘짱(마음이 비단같이 이쁨)인 그녀가 젊음을 외롭게, 속절없이 보내는 것 같아서 많이도 아까워 했지만 그래도 몇 년을 고생하느라면 세 식구가 단란히 모여서 잘 살 것이라는 축복도 해 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과의 상봉이 가까워 지는 것이 아니라,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다는 생각에 마음이 울적하다. 죄 많은 인간의 욕심은 밑창 빠진 항아리어서 죽을 때까지 채우느라 버둑 거리게 생겼다. 거기다 개미들이 허벌나게 벌어 쌓아 놓아도 기득권들은 그것을 거품으로 만들어 터뜨려 놓기에 평생 외톨로 일 할 수 밖에 없다.

그 녀와 지하철에서 환히 웃으며 손을 흔들어 떠나 보내지만 차가 출발하기 바쁘게 눈물이 왈칵 쏟아지군 한다. 유령도 아니면서, 10년째 정착할 곳 없이 맨날 떠 다니는 그녀가 애처로와 죽겠다.

홀로 살기 두 자릿수를 채우는 그 녀를 위해 도덕적인 질타를 받더라도 20만명의 男중국동포들 가운데서 한 명은 건져야 겠는게 내 재간에는 반 명도 찾을수가 없다. 異性들이 지천에 깔렸겠는데 그 녀도 팔자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나도 정직한 성미 때문인지 모르겠다. 이젠 그저 속으로 묵묵히 "악연이라도 만나서 하루라도 손잡고 길거리를 거닐러 보렴"하고 되뇌인다.

스와핑까지 등장한 요상한 세상이라지만 참으로 "사랑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고, 애인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수천수만의 재한재중동포들은 이렇게 더 나은 삶을 살려는 욕망으로 어제도, 오늘도 한국의 富와 가족의 富를 쌓느라 노동에만 여념이 없다.

이성사랑은 아무나 하는거 아니지만 이 세상에 사랑할 것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고도 많다. 이성에 대한 사랑은 헛되고, 헛될 수 있지만 세상을 향한 사랑은 참사랑이다.

"사는게 뭐가 있냐?!"

"없다! 없다!"

面對現實, 正視現實, 順其自然하면서,
열심히 오늘을 부끄럼 없이 사는 것이다.
무엇이나 사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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