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여권연장 때문에 한국주재 중국영사관에 간적이 있었다. 넓다란 비자발급 홀에 들어선 순간 분위기가 영 딴 세상에 온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한쪽에 몰려서 웅성웅성하고 있었는데 가끔씩 여기저기서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와 높은 소리로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고… 한마디로 매우 혼잡하고 어수선하였다.
서류접수창구와 안내창구 앞에는 순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구불구불 아무렇게나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안내원의 줄서라는 말소리가 귀찮을 정도로 반복되는데도 불구하고 옆으로 비집고 들어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줄을 서지 않는다고 번번히 퇴짜를 맞으면서도…
말투나 손에 들고 있는 서류를 보면 거의 대부분 중국동포들이었는데 너무나 당연한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안내원 한테 가서 자꾸 물어보는 모습도 곁에서 보기에 참 딱했다.
서류나 안내문을 보면 금방 알수 있는 것들인데… 아는 길도 물어가라는 말은 이럴 땐 안 쓰는게 좋을 것같았다. 여권 연장수속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나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중국동포들도 이제는 의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어릴 때부터 몸속에 밴 습관으로 세계에 나선다면 기필코 급변하는 시대적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며 늘 타인으로부터 오는 멸시의 눈길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세계가 일일권으로 축소된 마당에 우리는 고향의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세계인의 기준으로 살아야 한다.
교육수준과 살아온 환경의 한계를 하루아침에 뛰어넘는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나 그것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수의 조건이라면 반드시 고쳐야 한다.
작은 일부터, 내가 처한 환경에서부터 시작한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나는 나의 주변에서 한국식 용어들을 수첩에 적으면서까지 이해하려 하고, 이해 안되는 낱말들은 사전을 찾아 보면서까지 한국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동포들도 많이 보아 왔다.
내가 환경을 바꾸지 못 할 바에는 스스로 환경에 적응하고 빨리 주변과 한몸이 되는 것이 삶의 지혜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말 모르는 외국인이 길을 물을 때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그래도 잘 모르면 전혀 싫은 내색 하지 않고 그가 혼자서라도 찾아갈 수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고는 밝게 웃는 동포들도 내 주변에는 많다.
모든 공공장소에서 질서를 지키고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는 휴대폰을 진동으로 놓고 흡연을 삼가며 남에게 불쾌감과 피해를 주는 일은 최대한 줄이고 내가 버린 쓰레기가 아니더라도 주워서 휴지통에 버리는 사소한 행동이 바로 세계인의 모습을 갖추는 시작이 아닐까. k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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