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신용접기술학원의 이용후 원장은 쉰 초반의 나이에 일찍 중국동포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깔끔하고 진지한 성격의 사업가이다.
“이제는 중국동포들도 기술로 승부를 걸 때가 왔습니다. 요즘 한국의 노동시장이 안정이 안 되고 경기도 별로 좋지 않다보니 마땅한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거기에 또, 임금체불이 심하다 보니 놀고 있는 동포들이 많더군요. 방문취업제로 입국하는 동포들도 해마다 3만씩 늘어나고 있으니 경쟁이 날로 심해지고요. 이제는 동포들도 기술을 배워야 취업이 쉬워집니다. 그런데 일부 동포들은 중국에서 기술을 배웠다고 하는데, 완전기술을 못 배우고 나름대로 아무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서 용접 좀 했다며 멋모르고 조선소를 찾아갔다가 열에 아홉은 빵구 맞고 돌아오기가 일쑤입니다. 이런 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우리는 ‘용접기술전문학원’을 꾸리게 되었지요.”하고 이 원장은 학원을 만든 계기를 얘기했다.

“거기의 초봉은 일당 6만원씩, 한 3년 일하게 되면 12~13만원까지 오르게 됩니다. 그런데 일반 제조업에는 12시간씩 일을 해야 150만원정도 받지만 조선소는 하루 작업시간이 8시간입니다. 만약 하루에 3시간씩 일 더한다고 해도 작업시간이 11시간 밖에 안 되는데 노임은 거의 250만원이나 되지요.…우리 이곳에서 한 달 열심히 배우게 되면 100% 취업이 보장됩니다. 조선소에서 첫 1년간 일하면 2~3천만원, 2년째 되면 연봉이 4~5천만원, 3년째 되면 연봉이 5천만원 이상 받게 됩니다. 그러니 조선소에 가서 용접공으로 한 5년간 일하게 되면 2억쯤은 쉽게 벌수가 있지요. 한국 조선(造船) 계약수주는 이미 일감이 10년 더 밀렸데요. 일감은 맘을 놓아도 된다는 말이지요.”하고 수익 손익관계를 따져주었다.
이곳 학원에서 배우는 용접기술은 일반용접(아크용접), 알곤용접, 쇼트용접, 산소절단, 다듬질(4상) 등이 있는데 교사는 공고(工高)를 나와 엘리베이트 회사와 조선소 등에서 30여년의 용접경력을 쌓아온 쉰일곱 나이의 이승훈 전문가이다. 정확한 용접기술의 조화는 가스, 전기, 용접봉 등 삼위일체에서 나온다. 이런 기술 익히자면 정확한 이론과 기술이 결합되어야 한다. 이에 이승훈 교사는 ‘용접기술’과 ‘용접기술문제집’ 등 서적으로 이론을 배워주고 현장에서 손수 기술을 익히도록 꼼꼼히 지도해준다고 한다.
기자는 현장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중국동포 2명과 인터뷰를 했다.
올해 마흔일곱에 고향이 연변 안도현인 중국동포 박현태는 2007년 하반기에 입국하여 현장의 용접공으로 뛰었다. 일당 10만원씩 받을 수 있으나 자주 대마가 나서 한 달에 열흘에서 보름밖에 일을 못했다고 한다. 중국에서도 용접공으로 일한 경력이 있지만, 이번에 조선소에 용접공으로 가면 일이 끊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제대로 된 기술을 배우며 경험을 쌓으려고 찾아왔다고 한다.
“중국의 일반용접과 틀리는 게 있나요?”하는 기자의 물음에 그는 “그야 당연하지요”하고 웃었다. “쇼트용접이라고, 든든하고 매끄럽게 용접하는 기술이 있어요. 어려운 점은 가스조절과 손놀림, 불흐름을 잘 장악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됩니다. 그래도 한주일 배우고 나니 많이 낫네요. 이번에 아내와 같이 나왔는데 용접기술을 익히게 되면 집사람과 같이 조선소에 가서 같이 일할 겁니다. 아내는 거기서 잡일을 할 수 있고요.…몇 년 부지런히 벌어 고향에 가야지요.”
“고향에 가서 무얼 할 건데요?”
“고향에서 산림업 관련 된 일을 해왔어요. 개인 산도 있고요…돈 벌어 거기 투자를 해서 하던 일을 계속해야지요.” 하고 또 사람 좋게 웃어보였다.

중국동포 백영조는 올해 마흔 셋인데 흑룡강 목단강 동녕현이 고향이다. 10여년 간 러시아무역을 해오다가 금년 5월 25일에 방문취업제 비자를 받고 한국에 입국하였으나 일거리가 마땅치 않아 무척 마음 고생을 해왔다고 한다. “한국 직업소개소에 가봤더니 그래도 용접기술을 배우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시작을 했어요. 난생 처음 용접봉을 잡고 나니 처음에는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몰라 눈앞이 캄캄해 나더군요. 며칠은 선생님이 하라는 데로 열심히 했지요. 강의도 듣고 책도 보니 그제야 두서가 잡히기 시작하더군요. 한, 한 달쯤 열심히 하다보면 손에 익겠지요. 한국에 들어온 이상 기술을 많이 배워 고향 가는 동안 꾸준히 돈을 벌어서 다시 러시아로 나가 장사를 할 생각입니다. 거기에 제가 하우스기지 사놓은 게 있는데 동생이 경영하고 있어요.…노력하면 안 되는 일 없다고 하잖아요? 허허.”
기술현장은 용접 불꽃이 튀고, 연기와 냄새가 꽉 찼지만 동포 학원생들은 열심히 기술을 배우고 있었다.
이용후 원장이 마지막으로 이런 부탁을 남겼다.

“기자님도 아시다 시피, 올 연말이나 명년 초부터 법무부에서는 중소기업에서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일하는 동포들은 고용주가 원하면 5년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게 법을 추진하고 있어요. 그러니 일도 잘해야 하거니와 기술력을 갖는 게 중요하지요. 더구나 전문기술자격증을 갖고 일정한 기간 한국서 일을 하게 되면 영주권도 준다고 하던데, 이제는 동포들이 기술을 배워 돈을 벌 때가 온 겁니다. 기술만이 살아남는 시대이니까요! 3D업종에서만 힘들게 뛰어서는 영영 전도가 없습니다.”
중국동포들도 이제는 자성하고 한국에서 더 좋은 직업과 직장을 찾아 전문지식과 기술력으로 한국인과 어깨를 겨룰 시대가 온 것이었다.
본지 이동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