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가르치는 일은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다. 이러한 생각은 처음으로 강단에 서는 사람이나 오래 동안 교육자로 살아온 사람이나 다 갖게 되는 것일 것이다. 인간에 대한 교육은 언제나 그에게 애써 기울인 자기 정성만큼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며, 항상 그가 뜻한 대로 교육이 성취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교단에 맨 처음 들어설 때에도 교육이 그런 줄로는 알고 있었지만, 교육은 그래도 성의를 다하여 열심히 공부하면서 성심껏 가르치고 사심 없이 지도하면 될 것으로 생각하였었다. 훌륭한 교육자가 되고자 한다면 어찌하여야 되느냐는 질문에, “선생(先生)이란 글자 그대로 먼저 태어나서 먼저 배웠으니까 가르치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보다 먼저 알고 먼저 깨닫고 앞서 생각하고 판단하되 성실(誠實)이 덕목이다”라고 일러 주시던 선생님의 말씀을 새기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교육은 그것으로만 되지도 않고 꼭 그러는 대로 비례해서 결과되는 것도 아니었다. 때로는 정반대로 나타나게 되기도 하기에 더욱 어려웠다.
교육이란 단순히 어떤 지식이나 기능 기술 따위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훌륭한 인간으로의 교육, 바르게 살아가는 사람으로의 교육이라는 면에서 보면 모두가 불가능할 만큼 힘들고 도저히 안 되는 일처럼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이 교육이다. 인간을 교육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 가운데의 어려운 일이며, 힘든 일 가운데의 힘든 일로 여겨진다. 그래서 교육할수록 상대적으로 자신의 부족함이 자꾸만 느껴지곤 하는 것이 선생이요 교육자인 것 같다.
그런데, 인간에 대한 교육은 가르치는 선생보다 배우는 학생들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생각된다. 제 아무리 가르치려고 하여도 배울 사람이 배우려 들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일이다. 말이나 소를 개울가까지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일 수는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교육자가 이것이 가장 옳다고 가르쳐도 배우는 사람이 저것이 더 옳다고 판단하기도 하고, 때로는 가르친 내용의 질(質)과 양(量)이 배우는 과정에서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교육 내용의 의미와 가치는 인정하면서도 정서와 심리상 받아들이지 않거나 반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교육자가 있어도 학생이 훌륭하지 못하면 훌륭한 교육은 이루어지기가 어렵지만, 교육자가 훌륭하지 못하더라도 훌륭한 제자는 나올 수가 있다. 이런 면에서, 늘상 ‘이것도 작품이냐?’고 집어 던지기만 한 프랑스의 소설가 플로베르(G. Flaubert)에게서 이를 끝까지 자신의 노력 부족과 능력 미달로 인식하고 인내하면서 끊임없이 새로 짓고 고치고 다듬는 수련을 거쳐 마침내 세계적인 소설가가 된 모파상(G. Maupassant)의 이야기는 생각하여 볼 만한 것이다.
그러나, 교육에 있어서의 교육자의 자세나 배려는 매우 중요하다. 교육에 대한 정성과 성실성이 기본적인 요소임에는 틀림없지만, 배우는 사람으로 하여금 배우고 싶도록 하여 주고, 그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갖도록 늘 마음을 써 주어야 하는 것은 매우 필요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교육은 유능한 인간 완성보다도 훌륭한 인간 형성에 보다 깊게 관련된다고 본다.
이러한 측면에서, 밭갈이하는 두 마리의 소 가운데에서 어느 놈이 더 일을 잘 하느냐고 물었다가, 잘못한다는 소리를 들을 소를 걱정하여 가까이 다가와서 귓속말로 대답하는 농부의 말을 듣고서 크게 깨달았다는 황희(黃喜) 정승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장자 내편(莊子 內篇 人間世)에 있는 다음의 이야기도 인간의 인성 교육이라는 면에서 깊이 생각할 만한 것이다.
호랑이를 기를 때 살아 있는 것을 먹이면 안 된다. 생물을 죽일 때 호랑이가 성이 날까 해서 피하는 것이다. 또, 전체를 통째로 주지도 않는다. 호랑이가 뜯어먹을 때 성이 날까 염려해서이다. 호랑이가 주리고 배부른 것을 조절하여 성이 안 나도록 힘쓴다. 호랑이가 기르는 이에게 따르는 것은 잘 이끌어 주고 성미를 거스르지 않는 때문이다.
또한, 말(馬)을 사랑하는 이는 모기가 말에 붙었을 때에도 때려서 잡지 않는다. 잘못 치면 말이 놀라 고삐를 끊고 달아나 머리와 가슴을 상하여 그 피해는 모기에 물리는 데에 비교가 안 된다.
따라서, 사람을 교화하고 선도하는 일도 호랑이와 말에 대함과 다를 것이 없다.
인간의 교육은 우수하고 유능한 인간의 양성도 중요하지만 인간다운 훌륭한 인간의 배출이 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은 고도의 지식이나 우수한 기술 기능의 교육으로 되기보다는 교육 활동 속에서 교육자의 끊임없는 자세와 태도에서 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자들은 교단에 설 때 늘 이 점을 먼저 생각하여 보아야만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