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한국에 체류한지 11년째라고 하는 흑룡강성 연수현 가신진소학교 교장으로 평생을 교직사업에 충직해온 이모씨는 어느누구보다 사회의 규정규칙을 잘 지켜야 지당함을 알고도 남음이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가 왜 법을 어기며 10여년을 한국에 체류하며 불법체류를 하고있는가?
그는 호기있게 말하곤 한다.
“나는 내 고향에서, 내 호적이 있는 곳에서 살겠다는데 뭐가 잘못이란 말입니까?”그는 이렇게 말하며 큰길가에서 활개를 치고 다닌다. 그러다가 경찰들에게 잡히기라도 하면 그는 자신이 이곳에서 살려고 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그러면 경찰들도 “그러믄요. 자기 고향에 와 살겠다는데 뭔잘못이 있겠어요”라고 두둔하면서 술자리도 마련하여 따뜻이 대접해 돌려 보내곤했다고 한다.
그는 1938년 부산 초량동에서 출생하였다. 그가 7살 나던 해 강제이민으로 흑룡강성연수현으로 이민을 떠났다. 그때 13세 나는 누님 한 분만 떼어놓고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의 개방정책이 실시되면서 50여년을 부모형제와 생이별을 했던 누님이 한꺼번에 형제들을 6명씩이나 초청하여 인천부두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울고 또 울었다. 그때로부터“이제는 우리 두 번 다시 떨어져 살지 말자”고 누님과 약속을 하고 그냥 한국에 눌러 살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는 몇 번이고 호적을 들고 출입국사무소로 찾아가 국적회복을 신청했으나 현재 불법체류이기 때문에 수속을 접수할 수 없다며 번번이 거절되어 돌아왔다. 그더러 중국에 돌아가야만 국적회복수속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출입국관계자의 말이었다.
“솔직히 우리는 중국국적을 가지겠다고 신청한 일도 없습니다. 해방을 맞고 밤을
자고 나니 누구나 중화인민공화국 국민으로 된 것입니다. 지금 불법체류하고 있다는 사실이 국적회복에 그렇게 중요한 근거로 되고 있다는 것이 좀처럼 이해가 안 갑니다. 호적이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지 중국으로 돌아가 신청하면 되고 여기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불법체류한지 5년이 넘은 김모씨는 4년이상 무조건추방설을 앞에 두고 땅이 꺼지게 한숨이다. 1,000만원 이상의 빚을 짊어지고와 2년만에 45세 젊은 나이에 중풍을 맞고 쓰러졌다. 고된 노동과 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란다. 병원에 입원하여 3개월만에 치료비가 끊어져 퇴원을 하였다. 함께 현장 일에 나서던 처남도 일을 그만두고 간병을 하였다. 둘은 빚에 눌려 허리를 펼 수 없는 것은 물론 당장 라면 한 그릇 사먹을 돈도 없이 1년을 하루 하루를 지탱하다가 일가친척, 친우들의 도움으로 겨우 연명하면서 다시 일을 시작한 지 1년만이다.
“저더러 지금 돌아가라는 것은 집에 돌아가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빚은 언제 갚고 당장 집에서 아이들 공부 뒷바라지에 드는 비용은 누가 대고요? 아내는 식당일을 하면서 생활비용이나 벌고있는 상황인데….”말을 잇지 못하는 그의 눈엔 어느새 이슬이 져 있었다. 그 외에도 지금 많은 임금체불 때문에 소송중인 사람도, 아픈 사람도, 구체사연으로 아직“여건이 안되었기 때문에 돌아갈 수
없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혹자는 법이란 구체사연까지 일일이 돌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법 제정에서 4년 이상이라는 시간적 계산이 나오기까지는 일정한 근거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근거의 구체출처까지는 알 수 없으나 1, 2년 사이에 빚을 물고 3, 4년째 사이에 돈을 벌어 가지고 집에 돌아가면 되지 않을까라는 일반논리와 추리가 나온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다르다. 지금 조선족들의 한국 진출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족단위별 진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현상에 비추어 아내가 들어와 1년 사이에 억척스레 벌어 빚을 갚고 2년만에 뼈빠지게 일해 남편의 수수료를 보내주고 3년이 되면서 또 그 빚을 갚아주고 4년이 되면서 순 수입이 된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계산은 계산이고 현실은 순순히 뜻에 따라주지 않는 것이 또 엄연한 현실이다. 그 사이에 몸이 망가져 버리거나 수속비로 보낸 돈이 사기 당해 난리가 나고 가족이 헤어져 몇 년을 보내다 보니 가족파탄이나고 또 그사이 병들어 죽거나 부모의 사랑과 교양을 받을 수 없는 자식들이 불법을 저질러 감옥에 가고 벌금을 내고…, 조선족사회는 온통 상처투성이며 낭비투성이다. 따져보면 가장 중요한 원인은 조선족을 향한 한국의 출입문이 사람의 몸이 들어오기도 빠져나가기도 불편하게 삐딱하게 걸려있는 것이 사람들의 몸에서 기름을 짜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또 4년이상이라는 수치의 몽둥이를 휘둘러 무수한 사람들을 못살게 굴게하니 참으로 한심하기만 하다. 거기다 무조건이라는 조건부까지 들고나오니 할 말이 없다. 법이 강제로 시행되면 당하는 사람은 ‘억지’를 부릴 것이니 법 시행 전에 다시 한번 "억지"속에 묻혀있는 진실들을 들여다보기를 바란다. 법 시행의 순조로움과 법 제정의 진정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번 보다 합리적인 계선 숫자를 내오거나 보다 합리적인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김청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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