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재중동포 불가마에 집어던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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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 재중동포 불가마에 집어던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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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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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2003-12-14

중국정부가 한국 국적을 신청한 재중동포들에 대해 10만 위안(한화 1500만 원)의 벌금이나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는 등 강경 처벌하고 있다는 소식이 국내에 전해지면서 국내에 체류중인 5천여 명의 재중동포들이 극도의 불안에 떨고 있다. 이 문제는 자칫 한-중간 외교분쟁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2월 7일 8명이 강제추방됐는데 중국 심양공항에서 다섯 명은 통과되고 세 명은 공안요원들이 아주 심각하고 엄중한 표정으로 어디론가 잡아갔습니다. 이 세 명은 국적취득 신청을 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국적포기, 국적취득문제가 재중동포들에게 이렇게 엄중하게 되리라고는 꿈에 생각 못했습니다."

한국 국적 취득을 신청했던 재중동포 이모(37)씨는 지난 11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국적취득운동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증언하면서 "서경석 목사(서울조선족교회)가 법을 잘 모르는 재중동포들을 국적포기 국적취득으로 이끌어서 국제범죄자로 만들었다"며 서 목사의 책임을 강조했다.
재중동포 최모(46)씨도 이날 "12월 8일 중국 청도(靑島)에 도착한 재중동포 9명 가운데 일부(3명)가 국적회복운동에 참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무장경찰에 압송돼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친구의 조카가 전해왔다"면서 "서울조선족교회가 난데없이 국적회복운동을 들고 나와 조선족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불안한 목소리로 항의했다.

재중동포 김모(56)씨는 "지난 10월경에 중국의 안전부(한국의 국정원에 해당) 사람 16명이 한국에 파견돼 국적취득 운동과 재외동포법 개정에 대해 조사하고 간 것으로 안다"면서 "나는 국적취득 신청에다가 단식농성(15일 동안)까지 해 귀국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어려운 처지를 호소했다.

재중동포들은 "국적포기 운동은 200만 동포들을 불가마에 집어던지는 일"이라며 "강제출국을 피하려고 참여한 국적회복운동이 소득도 없이 동포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만 주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동철(40·연변시)씨는 지난달 25일 "국적포기는 (중국)내전을 일으키려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동포들이 원하는 것은 국적포기가 아니라 한국과 중국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데, 엉뚱하게 국적포기를 들고 나와 중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원홍(46·연길시)씨는 같은 날 "한국에 온 동포들을 살리려고 중국의 200만 동포들을 죽이는 일이 바로 국적포기"라면서 "동포들을 분쟁으로 내던지고 한국과 중국을 마찰시키는 위험한 행동인 국적포기 운동에 참여할 의사도 없고 중국국적을 포기할 의사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연변조선족 지도자, 서경석 목사의 국적포기운동 순수성 의심"
한편 중국 연변 조선족자치주 지도자들과 재중동포 지원단체 관계자들이 국적포기운동을 초기부터 적극 반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국적포기 운동이 중국의 체제도전과 소수민족 분리독립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위험을 경고했으나 이 운동을 주도한 서경석 목사가 무시한 채 강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광빈(조선족복지선교센터 소장) 목사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적포기 운동이 채택될 무렵에 민화협 초청으로 한국에 온 20여 명의 조선족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인 리동춘(제9기 중국전인민대회대표)씨가 서경석 목사에게 국적포기운동이 가져올 심각한 파장을 설명했다"면서 "중국으로 돌아간 리씨가 조선족 사회의 여론을 모아 국적포기 운동을 중지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한 바도 있다"고 밝혔다.(리동춘 대표가 서경석 목사에게 보낸 편지 관련기사 참조)

임 목사는 또한 "서 목사는 조선족 동포의 항의에 직면하자 국적포기를 국적회복으로 이름만 바꿔 운동을 전개했다"면서 "돌발적이고 즉흥적인 이 운동은 2백만 조선족 전체의 합의가 담긴 게 아니며 강제추방에 처한 재중동포들이 운동의 본질도 모른 채 휩쓸려 파장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서 목사는 지난 9월 23일 국적포기 운동에 관한 토론회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운동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적극 반대하자 "문제가 생기면 발을 빼면 되지" "중국에 안 가면 되지" 등의 무책임한 발언을 한 것으로 밝혀져 재중동포돕기 운동의 순수성에 의심을 사고 있다.

김해성(중국동포의집) 목사는 지난 4일 "한중관계 악화와 200만 동포들의 피해 등 국적포기 운동에 따른 위험성을 우려하며 반대했다"면서 "그러나 서경석 목사는 "아무런 문제없다" "중국 정부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간단하게 무시했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또 "후유증을 책임질 수 있느냐고 묻자 서 목사는 "문제가 생기면 발빼면 되지" "중국에 안 가면 되지"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며 "서 목사의 무책임한 운동방식이 한중관계를 악화시키고 동포들을 어려움에 빠트리고 있다"며 잘못된 운동방식에 대해 서 목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같은 지적에 대해 서경석 목사는 "국적포기를 한 적은 없고 언론에 주목받기 위해 기획했다"면서 "하기도 전에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조선족 동포사회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 시도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서 목사는 또 "("발을 빼면 되지" 발언은) 국적회복운동이 잘못되면 그 때가서 고치겠다는 뜻으로 말했을 뿐이다"면서 "조선족을 한족화하려는 중국정부는 (국적 포기를) 싫어하겠지만 잘못된 운동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울조선족교회의 정부와 합의 9개항 "사실 아닌 일방적 주장"
한편 서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서울조선족교회가 정부당국과 합의했다며 발표한 재중동포 구제방안이 교회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지자 재중동포들은 교회측이 자신들을 기만한 행위라며 거세게 항의하고 나섰다.

서울조선족교회는 노무현 대통령이 재중동포들의 단식농성 현장을 방문한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조선족 농성해제에 따른 서울조선족교회의 입장"이란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회는 성명서에서 "서울조선족교회는 정부와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며 9개항의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법무부에 확인한 결과 교회와 정부간의 공식 합의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조선족교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소송.재판중인 사람, 사기당한 사람, 아픈 사람 등 딱한 사람들을 인도적인 차원에서 구제한다"며 "이들에 대한 "서울조선족교회"의 건의 의견을 첨부해 법무부 고충상담실에 제출하면 의견을 최대한 참작해서 처우를 결정한다"는 등 모두 9개항이 합의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법무부 관계자는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서경석 목사를 2차례 만나 그런 말이(재중동포 구제방안) 오간 것은 사실이지만, 합의한 적도 없고 (교회가 발표한 합의문의) 내용도 이야기한 것과 다르다"면서 "합의가 됐다면 합의문서가 있어야 되는데, 합의문도 없이 어떻게 합의했다고 주장하는지 의아스럽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인도적 차원에서 (재중동포 구제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을 뿐인데 마치 서울조선족교회가 재중동포를 구제하는 창구처럼 임의로 해석하고 있어 난감하다"면서 "동포들 사이에 이 교회가 발급한 확인서를 소지하면 강제추방을 면할 수 있다고 엉뚱하게 알려지면서 수천 명의 동포가 몰리고 있다"며 부작용을 우려했다.

조선족복지선교센터 소장인 임광빈 목사는 "대통령은 순수한 마음으로 농성장을 방문했겠지만 즉흥적인 방문으로 인해 재중동포 문제가 끝난 것처럼 비춰지면서 국민과 동포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면서 "청와대 비서실에서 농성장에 참여해달라고 KNCC(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 요청했으나 아무 것도 가져올 것이 없다는 말을 듣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합의문 건과 관련, 서경석 목사는 지난 4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발표한 합의문은 공식 합의한 게 아니라 협상팀 간에 합의하던 도중에 대통령이 방문하는 바람에 앞서 발표한 것"이라면서 "합의한 내용 가운데 2개항(5번·6번)을 빼고는 다 이루어지고 있으며 나머지는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해결해 주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서울조선족교회는 또한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소송비용 등으로 5천여 명의 국적회복 신청 참가자 1인당 10만원씩 모두 5억원 가량의 돈을 걷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비용의 사용처 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재중동포들도 더러 있다.

서 목사는 이에 대해 "1인당 15만원씩 걷은 돈 중에서 5만원은 국적회복 접수비로 쓰려고 했는데 정부가 접수를 거부해 돌려주고 10만원은 변호사 비용과 농성비용 등으로 쓰고 일부가 남았다"면서 "국적회복운동에 돈을 쓴 뒤 남으면 동포에게 돌려줄 계획이며 조만간 경비사용 내역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적포기운동이 중국정부측의 강경대응으로 의외로 파문이 확산되면서 자칫 양국간에 외교분쟁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정부가 고구려사 왜곡 등 한국에 대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더욱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조호진 기자 (tajin@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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