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해로와 이혼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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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해로와 이혼 사유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7.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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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우의 수필 30>

   올해(2004년)부터 5월 21일이 법정기념일 ‘부부의 날’로 정해졌다. 둘(2)이 하나(1)가 되는 의미로 21일을 잡은 것이다. 부부의 소중함을 다시 인식하고, 부부가 함께 해로할 생각을 가져보자는 뜻이다.

그런데 사실 부부란 남남이다. 생김새뿐만 아니라 혈통과 환경이 다르고, 성(性)과 자라온 여건도 같지 않다. 학식이나 능력은 물론이고, 취미와 적성,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까지도 같은 것이 별로 없다. 이혼 사유로 성격차를 가장 많이 내세우는데, 성격이 다른 것도 당연한 일이다. 따지고 보면 어느 것 하나 같은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것이 부부인 것이다.

  부부란 그렇게 서로 다른 사람끼리, 그처럼 많은 차이점을 가진 사람끼리 만나서 함께 사는 사람이다. 서로 사랑하기에, 서로 함께 살기로 약속하여 부부가 되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부부는 처음부터 맞지를 않는다.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는 일에서부터 쉬고 잠자는 것까지도 서로 일치하는 것이 없다. 방송이나 음악을 듣고, 신문을 보고 독서를 하는 취향도 다르다. 일상생활과 사고방식 같은 것도 같지가 않다.

 

  그런데도 부부는 함께 산다. 신혼기에는, 서로 다르고 차이가 나는 것이 그렇게 많고 큰 데도 즐거워하고 행복해한다. 서로 다름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때로는 좋게도 여기면서 함께 산다. 그것을 흔히 사랑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랑은 항상 강하지도 않고, 그 열도(熱度)도 끊임없이 높낮이를 이루며 변한다. 사랑의 절정은 일시적이고, 신혼부부의 단꿈도 한시적이다. 그래서, 신혼시절이 지나면 재미없어 하고, 사랑이 식으면 차이가 차이로 느껴지고 다른 점이 못마땅하게 여겨진다.

 

  그러므로, 부부는 이해(理解)와 보완(補完)이란 것을 생각해야 한다. 이해는 사랑이 없이도 가능하다. 나와 다른 사람이니까, 나와는 생각이 다르니까 그러하다고 이해하고, 그럴 수 있다고 긍정할 수가 있다. 여기에 보완의 의미를 가지면 같이 잘살 수가 있다. 보완이란 내게 없는 것을, 부족한 것을 상대방이 채워주고 대신해 준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부부를 보완의 관계로 생각하면, 둘이 같지 않고 달라서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 똑같지 않은 것이 오히려 유익하고 그래서 서로 보완해가며 재미있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부부간의 이해는 긍정에서 시작되고, 보완은 참는 데서 싹이 튼다. 부정적인 눈으로는 차이가 틈새로 보이고 점차 더 크게 생각된다. 또한 참지 않으면 같이 살기가 어렵게 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내게 없는 것을 상대방이 가지고 있어서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음을 고마워해야 한다.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수용의 아픔쯤은 견디어야 하고, 때로는 대가도 치러야 한다. 그러면 보완의 실천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해와 보완은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같지 않은 것을 오래 서로 맞춰 가고, 상대방과 다른 나를 끊임없이 변신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원앙이나 잉꼬 부부가 처음부터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나와 다른 상대방을 소중하게 여기고, 내게 없는 것을 가진 그를 귀하게 대하는 삶이 계속되어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거기에는 수많은 인내와 노력이 배어 있다. 오래 산 노부부들이 “서로 참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는 것을 생각해볼 일이다.

 

  그래도, 부부가 함께 오래 살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결혼 75주년을 기념하는 금강석혼(金剛石婚)은 물론, 50주년의 금혼식(金婚式)도 여간해서는 보기가 어렵다. 자녀가 하나라도 불행한 경우가 없어야 그런 기념식을 한다고 해서가 아니라, 부부로 그렇게 오래 함께 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부부의 날’이 제정되었다.

  첫해인 올해의 부부의 날에는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부부축제>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92세의 할아버지와 88세의 할머니 부부가 “장수부부상”을 받았다. 24세와 20세인 1936년에 결혼하여 68년을 함께 살고 있다. 슬하에 자녀 7남매와 손자 16명, 증손자 11명을 두었다.

 

  금년에 결혼 84년의 부부로 나란히 100세를 맞은 사람이 있다. 충남 금산군 추부면 비례2리에 살고 있는 송병호 할아버지와 성원금 할머니이다. 2․8청춘 16세인 1920년에 결혼하여 82세의 큰딸을 비롯하여 3남 3녀를 두었다. 71세인 장남 부부와 같이 살고 있는데, 70세의 큰며느리는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것”이 비결인 것 같다고 하였다.

 

  이들을 보면, 자녀를 많이 낳은 것이 수명에 그리 나쁜 영향을 준 것 같지는 않다. 화를 내지 않고 참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는 그분들의 삶으로 미루어 보면, 자녀가 많은 것이 오히려 즐겁게 살게 한 것 같다.

 

  근래에 결혼 5년 미만의 젊은이들의 이혼율이 자꾸 높아지고 있다. 5쌍 중에 3쌍 꼴까지 갔다는 이혼의 가장 큰 이유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남녀가 본래 달라서 부부로 함께 사는 이치를 그들이 생각이나마 해 보았을까? 보완의 의미는 그만두고라도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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