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에 시집간 ‘옌볜처녀(조선족)’은 5만 명을 웃돌고 있다. 많은 ‘옌볜처녀’들은 한국의 혼인관련 편법의 규제를 받으며 인권침해소지가 높는 환경에서 신랑과 신랑 측 친인척들의 비위를 맞추면서 코리안 드림을 실천해 가고 있다. 애초에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잘 사는 한국과 한국의 높은 인건비였다. 못 사는 신랑을 만나더라도 맞벌이를 해서 잘 살아보겠다는 것이 그들 ‘옌볜처녀’들의 꿈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소원성취하고 알뜰살뜰 화목하게 사는 부부들도 있다. 그러나 많은 신랑들은 아내를 얕잡아보고 ‘옌볜에서 왔으면서.......’‘중국에서 왔으면서.......’를 노래처럼 부르고 아내를 괴롭히고 심지어 구박한다. 요즘은 동네방네 다니면서 아내 흉을 보는 신랑들도 적지 않다. 일부 할 일 없는 사람들은 그것도 건수라고 ‘불쌍한 신랑’들의 ‘원성’을 들어 주고 여론을 조성하여 ‘옌볜처녀’들을 비난한다.
일반적으로 한국인 신랑은 ‘옌볜처녀’들 보다 5살에서 15살 연상이며 정신적 연령은 10년에서 20년 연상으로 볼 수 있다. 연령차이로 보면 싸울 일도 괴롭힐 일도 없는 막내여동생이다. 연하인 여자가 살아주는 것도 감지덕지한 일인데 시비하고 괴롭히다니 웬 말인가.
한국에서 ‘옌볜처녀’라는 산지표시는 수입산 소고기나 돼지고기처럼 구별되고 차별된다. 우측통행을 하던 여자들이 좌측통행을 하고 1절만 부르던 국가도 가슴에 손을 얻고 4절까지 불러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하건만 값싼 외제 소고기나 돼지고기처럼 싸게 먹이는 여자들이라 고향에서 불어오는 서북풍도 한국에서 마시면 눈치를 봐야 하고 황사가 불어오고 저질의 중국산이 매스컴에 오르내려도 눈총을 받아야 한다. 신랑이라 부르면 ‘자기’라 부르라 하고 ‘자기’라 부르면 신랑이라 부르라는 식의 한국인들의 말장난도 이들 연하 ‘옌볜처녀’들이 감내하기에는 벅차다.
‘옌볜처녀’들의 불행한 혼인생활은 국적취득에서 비롯된다. 자고로 결혼하면 당연히 내 사람이고 내 식구건만 ‘옌볜처녀’들은 시집가면 외국인등록을 하고 3년 동안 고분고분 살아줘야 국적취득이 쉬워진다. 이유야 어찌 됐던 동양 예의 국이고 유교의 윤리관을 따르는 나라에서 요즘 20대들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살아보고 정하는’ 식으로 3년을 살면서 기다려야 한다. 3년 간 신랑은 강아지한테 먹이를 주듯이 국적을 준다,안 준다로 아내의 애간장을 태우며 한국인의 긍지를 느끼며 산다.3년 동안 살아봐서 신랑의 입이 쩍 벌어지면 국가는 신부한테 국적을 주고 국민으로 인정해 주지만 입이 툭 튀어나오면 3년간 살아준 것도 없던 일로 접고 이런 저런 이유를 빌미로 ‘합의를 보자’ ‘짐을 싸라’고 한다. 그렇게 힘들게 살아온 ‘옌볜처녀’들이니 한국적을 취득하고 주민등록증을 받으면 왜 한 번쯤 도망가고 싶지 않겠는가.
구현숙씨의 필 끝에서 그려진 양국화의 형상은 오늘날 한국사회와 조선족사회가 지향하는 미래형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한국사회는 이지적이고 윤리적이며 성이 노출되지 않은 건강한 국제결혼문화풍토를 정착시켜나가야 한다. (2007.3.9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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