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둥지(연재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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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둥지(연재13)
  • 김석
  • 승인 2007.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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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밖에서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니 아버지는 마을돌이를 나갔는지 안 보이고, 어머니가 혼자 가마목에 누워있습니다.
 

쉬는가 했는데 신음 소리가 들리네요.

 

깜짝 놀라 웬 일인 가고 물으니, 집안에서 청소를 하다 발을 헛디디고 넘어졌는데 팔목이 통쇠난답니다.
 

어머니의 팔을 거두고 보니 팔목이 퉁퉁 부어있습니다. 그저 일이 아니어서, 까마귀는 택시를 불러 어머니를 연변병원으로 모시고 갔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진찰해보더니 뼈가 상한 것 같다며 사진을 찍으라고 합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렌토겐실로 가서 사진을 찍고 밖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젊은 의사가 나오더니 어머니의 이름을 부릅니다.
 

“태향란.”
 

까마귀가 다가가니 의사가 손가락으로 렌토겐 사진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팔목 뼈가 부러졌구먼. 골과 처치실로 가서 기부스를 하게.”
 

과연, 어머니의 팔목 뼈가 부러진 거였습니다. 연세가 많으시니 자그마한 사고에도 뼈가 견디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까마귀는 어머니를 모시고 골과 처치실로 갔습니다.
 

골과 처치실에는 환자의 모습은 안 보이고, 하얀 옷을 입은 젊은 남자 의사 둘이 한담하고 있었습니다. 퇴근시간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의사는 내가 넘겨준 렌토겐 사진을 보고 어머니의 부러진 팔을 검사하더니, 처방에 싸인 하고는 까마귀보고 원무과에 가서 비용을 물고 오랍니다.

 

- 뭐가 이렇게 복잡한지..ㅠㅠ

                     

원무과로 달아가 한참 줄을 서서 치료비를 물고 돌아오니 어머니는 팔에 기부스를 하고 울상이 되여 처치실 의자에 앉아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첨 불쌍한 모습입니다.

 

“어머니, 벌써 처치 끝났습니까?”

돌아온 까마귀를 보더니 어머니는 화가 나서 야단입니다.

 

“저 자식들 왜 말도 없이 아픈 팔을 콱 잡아채서 더 아프게 만드냐. 나쁜 놈들, 성한 팔을 부러뜨린 거 아니야?”

 

방금 전의 의사 둘이 저쪽에서 서로 마주보며 히쭉 웃습니다.

 

뼈가 부러진 경험이 있는 까마귀는 무슨 일인지 알만합니다. 솔직히  살랑살랑 하면 더 아픕니다.

 

“어머니, 많이 아팠습니까? 좀 있으면 좋아질 겁니다.” 

 

그래도 어머니는 가만 안 있습니다.

 

“사람들이 왜 저렇게 못 됐을까. 요즘 젊은 놈들은 참 못됐다니까.”

 

까마귀는 아직 화가 가시지 않은 어머니를 부축하여 의자에서 일어났습니다.

 

“의사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젊은 의사 둘이 처치실 문 앞까지 배웅합니다.

 

“어머님, 조심해 가세요.”

 

“흥.”

 

 

                                                      *

 

 

“어머니, 여기서 움직이지 마시고 기다리세요.”

 

병원 대문 앞까지 와서 까마귀가 택시를 부를려고 돌아서는데 어머니가 뒤에서 불러 세웁니다.

 

“얘야. 잠깐만.”

 

“네?”

 

“둘째야, 너 먼저 집으로 돌아가거라. 난 일이 있어 좀 있다 갈게. 여기까지 온 바에 옛 친구를 만나보고 가야겠다.”

 

금방까지 울상이 되어있던 어머니의 얼굴이 웬 일인지 활짝 피어있습니다.

 

“아픈데 다음에 만나세요.”

 

“이젠 덜 아프다. 나 혼자 얼마든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

 

“오늘 꼭 만나야 합니까?”

 

“오늘 꼭 만나야 돼. 엄마 친구가 여기 내과에 의사로 있는데, 의학원을 졸업하고 병원에 분배 받은 처녀들이 많을 거 아니냐. 만나서 괜찮은 아가씨가 있으면 너 형에게 소개하라고 해야겠다.”

 

세상에 이럴 수가, 까마귀는 기가 막혀서 웃음도 안 나옵니다.

 

“어머니, 팔이 안 아픕니까?”

 

“이젠 하나도 안 아프다. 그러니 걱정 말고 먼저 가보거라.”

 

그러고는 어머니는 돌아서 병원 안으로 사라졌습니다. 까마귀는 어의 없어 벌려진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바로 2년 전의 일입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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